쌀밥, 그 아름다운 여정 16 ㅡ벼베기(추수)

2021. 10. 15. 15:59바라보기/시골풍경

※모든 사진은 클릭해서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계절에 추수, 수확, 벼베기, 이런 단어들 만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지금 들녘은 그 풍요로운 추수가 한창이다.

 

 

물론 옛날 많은 사람들이 쭉 줄지어서 낫으로  일일이 손으로 베던 때만큼의 감회는 아니겠지만

역시 벼를 베는 풍경은 아름답고 기분좋은 풍경이다.

 

 

손으로 벼를 베던 옛날엔 벼베는 날은 경삿날이었다.

벼를 타작해서 이리저리 갚을 것 다 갚고,

품삯 지불하고나면 광에 채워질 벼는 쥐꼬리 만큼 일테지만

벼베는 순간만큼은 부자였다.

 

 

지금이야 콤바인이라는 벼베는 기계로 논 한 베미 쯤이야 타작까지 후딱 해치우지만

옛날에는 일손이 참 많았다.

 

 

우선 벼베기 전날 숫돌에 낫을 날이 서도록 갈았다.

 

 

그리고 벼를 한움큼씩 낫으로 베어 잘 마르도록 엇갈리게 쌓았다.

그렇게 무더기지어 쌓은 벼는 아래쪽 벼가 마를 수 있도록  또 2~3일 후 다시 뒤집어 주어야 했다.

 

 

벼가 어느정도 마르면 이번에는 한아름씩 묶어서 볏단을 만든다.

그리고 그 볏단을 혹시 비가 와도 덜 젖도록 무더기를 지어 두었다.

 

 

그 볏단을 지게로 지고 날라서 마당 한 켠에 볏가리를 만들어 둔다.

그리고 몇 날 몇 일을 홅태에 홅아야 비로소 벼알이 되는 거였다.

 

 

그러고도 또 벼알은 벼알대로 짚은 짚대로 잘 말려야 했다.

그런 후에야 벼는 광으로 들어가고 볏짚은 헛간에 쌓아서 가마니도 짜고 이엉도 역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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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손이 가고나서야 광으로 들어갔던 벼가

지금은 이렇게 순식간에 베고 훑어서 건조장으로 들어간다,

 

 

내가 벼베는 풍경을 사진에 담는 순간에 논 한 베미를  괴물 같은 콤바인은 뚝딱 해치웠다.

 

 

 

 

 

 

 

 

 

 

 

이렇게 벼의 일대기를 관찰해 보았다.

도회지에 살지만 근처의 들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심심풀이로 시작한 기록이지만

옛 추억을 되살리는 뜻깊은 계기였다.

사실 내가 20대 초반까지 접했던 농삿일인데

그동안 세월이 흘러 다양한 농사 용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글을 쓰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런 중에도 뜻이 깊었던건

덕분에 그동안 잊혀졌던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님 기억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제 벼의 일대기는 끝났지만

들판의 이야기는 계속 기록해 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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