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곰배령, 야생화 고개를 넘다.(하)

2022. 8. 23. 19:08오르다/100대명산

반응형

곰배령.

곰이 배를 드러내고 벌렁 드러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곰배령이라 불렸다지요.

또 다른 일설에는 밭을 가는 농기구인 곰방메의 강원도 사투리인 곰배를 닮았다고 해서 그리 불렸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곰이 누워있는 모습이 더 그럴싸하기는 합니다.

 

 

 

입산 절차를 마치고 산길에 들어섭니다.

등산로는 촬촬거리는 계곡과 함께 나란히 나 있습니다.

그 초입의 등산로는 거의 산길이라고 할 수 없는 평지길입니다.

덕분에 산객들은 소풍이라도 가는 듯 느긋하게 산행을 시작합니다.

 

 

 

계곡엔  엊그제 비가 온 뒤라서 제법 많은 수량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청량한 물소리가 산행객들의 늦더위를 식혀줍니다.

 

 

 

계곡과 나란히 하는 등산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름 산행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인공적으로 가꾸지않은 숲답게 나무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기대고 부대끼며 살아낸 아름드리나무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나무들의 조화도 아름답습니다.

곰배령의 이런 숲을 두고 사람들은 숲보다 꽃 생각만 합니다.

야생화 이야기만 합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강선폭포라고도 불리는 폭포입니다.

숲 속을 달리는 계곡은 작은 폭포의 연속입니다.

물이 많지 않은 여느 산에서라면 이름 하나쯤 얻었을 폭포들이지요.

 

 

 

얼마쯤 걸었을까요.

산속에 집이 한 채 있습니다.

그 산속 집의 텃밭은 야생화 천국입니다.

마침 인기척이 있어서 펜션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합니다.

마치 북유럽 분위기의 집이 그냥 살림집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감성적인 주인장의 심성을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선마을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강선마을은 생태보전지역 안에 있는 유일한 마을이지요.

뭐 자연 마을이기는 하지만 여기도 예외 없이 상업화가 되어있습니다.

 

 

 

강선마을 삼거리에서는 마을 반대쪽 길로 올라야 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잣나무 숲길입니다.

곰배령 숲길에서 유일한 인공조림 지역입니다.

운치 있는 쉼터가 조성되어 있지만 아직 쉴만한 타임이 아니라서 그냥 진행합니다.

 

 

 

이제 강선마을 식당 지역을 지나갑니다.

양쪽에 식당이 있는데 호객행위가 대단합니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입니다.

그래도 내려올 때 들르기로하고 지나칩니다.

 

 

 

강선(降仙) 마을, 강선계곡.

풀이하면 신선이 내려오는 마을, 신선이 내려오는 계곡쯤 되겠지요.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모르지만 이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선마을을 지나면서 넓은 등산로가 끝이 나고 호젓한 산길로 바뀝니다.

그러나 거의 반쯤 올랐는데 아직도 길은 평지나 다름없습니다.

 

 

 

곰배령의 높이는 1,164m에 이르지만 산행 시작점인 진동리의 고도가 700m이기 때문이지요.

5.1km에 이르는 거리를  통해서 400여 m 높이만 오르면 되기 때문입니다.

 

 

 

728x90

고도가 높아지면서 계곡은 이제 저 아래에 있습니다.

강선계곡은 점봉산 정상에서 발원해서 곰배령을 지나 진동리로 내려오는 물길입니다.

그 중간에 강선마을이 있는 것이지요.

 

 

 

이어서 나오는 쉼터에서 첫 휴식을 취합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20분이 지난 시간입니다.

 

 

 

때로는 유유히 흐르고 때로는 굽이쳐 흐르고, 가끔씩 쏟아져 내리던 강선계곡.

이제 이 쉼터를 지나면서 계곡은 등산로와 멀어집니다.

 

 

 

그와 동시에 등산로도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활엽수림의 수종도 바뀌어갑니다.

 

 

 

듬성듬성 나무의 귀공자라는 자작나무도 보입니다.

이곳 곰배령이 있는 점봉산에는

우리나라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의 20%에 해당하는 식물이 분포되어 있다고 하지요.

그 종류가 무려 854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1993년에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이 된 곳입니다.

 

 

 

여러 종류의 나무가 어울렁 더울렁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가요.

탐욕스러운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전쟁광 푸틴이 배워야 할 모습이고, 시진핑이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배워야 할 모습이지요.

 

 

 

산길은 이제 더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등산이지요.

 

 

 

다시 이름 없는 폭포 하나를 만납니다.

역시 산에서는 물소리 새소리가 최고이지요.

 

 

 

오를수록 숲은 원시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숲 아래를 장식하고 있는 양치식물인 고사리과 식물들은 원시림의 증표이지요.

 

 

 

우거진 활엽수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피톤치드가 눈에 보일 것 같습니다.

역시 여름 산행은 숲길 산행이 최고이지요.

 

 

 

아무튼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습니다.

여기서 잠시 숲길 삼매경에 빠져보겠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길은 이제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산행 시작 1시간 50분째.

행복 끝 고생 시작인 지점입니다.

 

 

 

아름드리 거목의 모습을 통해서 엄숙하고 유구한 세월을 봅니다.

아무튼 세월이 만든 원시림에서는 모든 것이 엄숙합니다.

죽어서도 의연한 나무 둥치도 엄숙하고, 이제 막 쓰러져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무도 엄숙합니다.

 

 

 

이제 계곡은 끝이 나고 말 그대로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여기까지는 남녀노소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습니다.

 

 

 

드디어 야생화가 보이기 시작하고 정상 바로 밑 쉼터에 도착합니다.

나무 둥치 위에 가득 올려진 돌무더기가 정겨운 쉼터이지요.

 

 

 

3살쯤 되었을까요.

오늘 최연소 산행객입니다.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한 컷 담습니다.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습니다.

귀엽다, 이쁘다, 대단하다, 깜찍하다...

세상 모든 찬사를 다 받쳐도 부족할 듯합니다.

 

 

 

이제 이 계단만 오르면 정상입니다.

유일한 계단이지요.

최고의 난코스인 셈이지만 여기만 오르면 정상이라는 희망 때문에 그리 힘든 줄 모르고 오를 수 있습니다.

 

 

 

어느새 그 대단한 최연소 산악인이 앞서 갑니다.

저 아이보다는 더 먹은 우리 손녀를 생각해 봅니다.

산에 가자고 하면 손사래를 치는 손녀.

 

 

 

그렇게 올라선 야생화 군락지입니다.

때가 때인지라 둥근이질풀 꽃이 만발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 중에 하나이지요.

 

 

 

드디어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목적지 곰배령 정상부에 올라선 것이지요.

 

 

 

산행 시작 후 2시간 40분 만이지요.

사실 5.1km로 2시간쯤이면 넉넉히 오를 수 있는 난이도이지만

사진 촬영과 쉬엄쉬엄 오른 때문입니다.

 

 

 

5만여 평의 야생화 단지입니다.

흔히 천상의 화원이라고 하지요.

철 따라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어나는 자연의 꽃밭입니다.

 

 

 

오늘은 꽃보다 하늘이 더 예술입니다.

알프스인들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요.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하늘입니다.

 

 

 

그래서 옛날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한국의 파아란 하늘을 사 가지고 가고 싶다고 했다지요.

바로 이 하늘을 보고 그러지 않았을까요.

 

 

 

산객들은 그 하늘을 배경 삼아 구름 놀이를 하느라고 여념이 없습니다.

 

 

 

저 멀리 설악산의 서북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습니다.

대청봉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능선은 여름날에 걸으면 좋은 능선이지요.

 

 

 

천상의 화원 곰배령.

밀려드는 인증샷 인파를 피해서 간신히 정상석을 담아 봅니다.

 

 

 

곰배령은 지금이야 천상의 화원이니 동화 같은 풍경이니 하며 즐기는 고개이지만

사실은 진동리와 귀둔리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고개이지요.

 

 

 

먹을 것 입을 것을 이고 지고 넘던 고개이지요.

이별의 고개이기도 했고, 만남의 고개이기도 했지요.

그때마다 울고 웃었던 고개이지요.

 

 

 

고개라는 말은 참 정겨운 우리말 중에 하나지요.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고개가 많기도 하고 그 고개마다 많은 애환과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애환과 의미들 중에는 아무래도 고개를 넘어야 해서 힘듦의 의미가 첫째일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게 보릿고개이지요.

 

 

그리고 고개 이쪽과 저쪽의 경계의 의미가 그다음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고개는 만남과 헤어짐의 장소였지요.
고개 너머로 누군가를 보내고, 고개에서 누군가를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고개에는 보통 그 애환을 달래려는 돌탑이나 돌무더기가 있었지요.

 

 

우리나라 고개 이름을 대표하는 이름은 '아리랑 고개'입니다.
그 아리랑 고개는 서울의 정릉 고개를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촬영한 뒤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원래 의미는 가상의 고개라고 알려져 있지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은 고갯길을 의미한다고 하지요.

 

 

 

이제 곰배령의 전경을 보기 위해 전망대에 오릅니다.

 

 

 

오르다가 뒤돌아 본 곰배령 정상부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 작은 점봉산이라 부르는 봉우리가 있습니다.

 

 

 

전망대입니다.

곰배령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지요.

 

 

 

전망대에서 본 설악산 서북능선입니다.

 

 

 

곰배령이라 불리게 된 곰이 벌렁 드러누운 모습을 연상시키는

곰배령 전경입니다.

 

 

 

곰배령 너머로 작은 점봉산과 그 너머 빼꼼히 보이는 점봉산 정상이 보입니다.

곰배령이 속해있는 점봉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 있지요.

그러나 정상은 휴식년제 중이라서 통제되고 있는 중입니다.

 

 

 

전망대에서는 진동리로 내려가는 2코스 길과

귀둔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반대쪽 등산로가 있습니다.

 

 

 

그러나 2코스는 난이도가 높다고 해서 우리는 다시 1코스로 내려갑니다.

 

 

 

1코스로의 하산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계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하산이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지요.

하산의 유일한 낙은 내려오는 길에 강선마을에서 산나물 전에 곰취 막걸리 한 잔을 하는 것입니다.

산나물 전은 시중에서는 맛보기 힘든 독특한 모양, 독특한 맛을 선사하는 전이지요.

그리고 2시간여 만에 하산을 완료합니다.

 

 

ㅡ2022.08.18.곰배령 ㅡ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