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수암봉에서

2020. 7. 24. 09:54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사진으로 하는 안산여행

위치:안산시 상록구 수암3길 46

 

 

 

 

눈꽃산행,단풍산행,꽃산행...등 계절마다 특색있는 정취를 즐길수 있는 다양한 이름의 산행이 있다.

모두 시기만 잘 맞춘다면 산행을 통해서만 즐길수 있는 특별한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우중산행도 그중에 하나다.

비옷이나 우산을 챙겨야하는 조금 번거로운 산행이지만 우중산행에서는 다른 산행에서 맛 볼 수 없는 다양한 정취를 맛 볼 수 있다.

 

 

 

그 정취를 아는 나는 비오는 여름날이면 우중산행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오늘은 그 유혹 해소에 나서기에 딱 좋은 날이다.

 

 

 

마른 장마라는 말이 생겨 날 정도로 강수량이 적은 요근래,

모처럼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남부지방은 비 피해의 우려가 있을정도로 많은 비가 왔다지만 이곳은 우중산행 하기에 딱 좋을 만큼의 비가 내린다.

 

 

 

산길에 들어서자

산이 깊지않아서 대부분 마른 계곡이던 수암봉 계곡 여기저기서 콸콸콸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 물들은 제법 그럴싸한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급조된 크고 작은 폭포들의 물소리가 끝나고 조용해진 숲길에 다양한 빗소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우중산행중에 듣는 조용한 숲길에서의 빗소리를 가장 좋아한다.

 

 

 

빗소리는 세상의 모든 연주음악 만큼이나 다양하다.

빗방울의 크기,부딪히는 물체에 따라서 그 소리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추억의 빗소리는 옛날 시골집 마루에서 듣는 빗소리다.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양철채양에 떨어지는 소리,처마밑에 떨어지는 소리,마당에 떨어지는 소리...

그 다양한 소리들은 마치 추억의 클래식이라도 되는듯 했다.

 

 

그 추억의 빗소리가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되어버렸다면,

산길에서 듣는 빗소리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

 

 

 

그 악보없는 오케스트라연주를 듣기 위해서는 꼭 우산 말고 비옷을 입을 일이다.

비옷 속에서는 동굴같은 느낌의 울림을 들을 수 있기때문이다.

큰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작은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소리,풀섶에 떨어지는 소리,나뭇잎에서 땅에 떨어지는 소리,땅으로 바로 떨어지는 소리...그리고 드럼같은 느낌의 내 비옷에 떨어지는 소리...

 

 

 

 

 

 

 

 

 

 

 

 

 

그렇게 소리에 집중하는 사이 어느새 정상에 선다.

정상에서는 구름이 춤을 추고 있었다.

빗소리가 귀로 듣는 공연이었다면 운무는 눈으로 보는 공연이다.

눈과 귀를 동시에 호강시키는 우중산행의 묘미다.

 

 

 

 

 

 

 

 

 

 

 

 

 

 

정적이었다가 동적이었다가를 반복하는 정상에서의 운무 감상에 30분이나 할애를 했다.

그리고 하산은 소나무숲길을 택했다.

 

 

 

 

 

 

 

 

 

 

 

 

 

소나무숲길에는 3곳의 소나무 쉼터가 있다.

비오는 날의 소나무 숲 풍경은 조금 음산한듯 하면서도 잡목 숲에 비해서 간결하다.

 

 

 

 

 

 

 

 

 

 

 

 

 

 

춤추는듯 한 소나무 숲길을 터벅터벅 걷는 재미,

걸어본 사람만 아는 낭만이다.

 

 

 

 

 

 

 

 

 

 

 

 

 

 

 

 

 

 

 

 

 

 

 

 

 

 

 

 

 

 

 

 

 

 

 

 

 

 

 

 

 

 

 

 

 

 

 

 

 

 

 

 

 

 

 

 

 

 

 

 

 

 

 

 

 

 

 

 

 

 

 

 

 

 

 

 

 

 

 

 

 

 

 

 

 

 

 

 

 

 

 

 

 

 

 

 

 

 

 

 

 

 

 

 

 

 

 

 

 

 

 

 

 

수암봉 정상

하산과 동시에 비는 그치고 내가 올랐던 수암봉 봉우리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오랜만에 우중산행을 제대로 즐겼다.

더군다나 정상에서 잠깐 비가 그치고 이어서 펼쳐진 운무까지 완벽하게 감상 할 수 있었던 우중산행이었다.

모두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수암봉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ㅡ2020.07.22.수암봉 ㅡ

 

 

수암봉의 가을 풍경:gabo.tistory.com/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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