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예감 ㅡ다시 가을

2023. 8. 13. 17:56바라보기/시골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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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인 이상화의 시는 이렇게 시작하죠.

"지금은 남의 땅 ㅡ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빼앗겼던 들에 결국 봄은 왔죠.

그리고 가을도 왔죠.

오늘 그 싯귀 같은 풍경을 만났습니다.

시구처럼 가르마 같은 논길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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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덥던 여름 어느 날

찌는듯한 더위를 꼿꼿하게 이겨내고 꽃을 피워낸 벼꽃입니다.

▲그 벼꽃이 아물고 벼가 영글어가면서

이제 들판은 어느새 황금색으로 물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논은 벌써 벼 알이 알알이 영글었습니다.

극한 폭염과

극한 폭우,

그리고 극한 태풍까지 이겨낸 전지적인 우리의 먹거리입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의 시인 이상화님은 왜 '빼앗긴 들'이라고 했을까요?

빼앗긴 그 많은 것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들이었을까요?

당시 왜놈들의 엄청난 농산물 수탈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도자기며, 문화재, 광물자원 등 수도 없이 수탈해 갔지만

시인은 그중에서도 우리의 먹거리를 수탈해 가는 게 가장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모든 농산물을 본국으로 수탈해 갔지만

그중에서도 쌀 수탈은 우리나라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통계에 의하면 1933년 기준,

우리나라 쌀 총 생산량 18,193,000석 중에서 무려 7,885,000석을 수탈해 갔다고 합니다.

전체 생산량의 무려 43%를 수탈해 간 것이죠.

온전히 우리가 다 소비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그러니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굶주렸을까요?

그래서 초근목피도 남아나지 않았다고 하죠.

그런데도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논리를 펴는 친일파들이 있으니

한편으로는 당해도 싸다는 생각도 듭니다.

 

 

ㅡ2023.08.12.송산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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