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산막이옛길 트레킹

2022. 6. 18. 05:20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여행

위치:충북 괴산군 칠성면 산막이옛길 88

 

 

괴산의 산막이옛길을 걷기 위해 아내와 함께 아침 일찍 길을 나섭니다.

2시간여의 운전 끝에 산막이옛길 주차장에 도착할 무렵 빗방울이 들기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반갑지 않은 비이지만 요즘 가뭄을 생각하면 반가워해야 할 비입니다.

 

 

 

수리시설이 좋지 않던 옛날에는 가뭄이 들면 거의 국가적 재앙에 가까웠지만

요즘은 수리시설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게 사실이지요.

그래서 옛날에는 가뭄이 들면 임금은 그것도 자신의 부덕이라고 해서 

자책하고 기우제를 지냈다지요.

그런데 오늘의 위정자는 영화 놀이하고 빵투어하고...

태평성대를 스스로 누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무튼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연속 3년 가뭄이 들어서 논농사를 포기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논농사 포기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대부분의 끼니는 배급받은 밀가루 죽이나 메마른 땅에서 수확한 메밀죽등으로 때웠으니까요.

 

 

 

괴산의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의 십리길을 말합니다.

괴산호를 끼고 걷는 옛길과 3개의 산봉우리를 잇는 등산로로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산막이옛길이 생겨나게 한 괴산호는

1957년 우리나라 자력으로 건설한 최초의 댐이라이지요.

수력발전을 겸한 다목적 댐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발전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가 지역을 지나 본격적인 옛길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고인돌 쉼터입니다.

실제 고인돌은 아닌 듯합니다.

아무튼 참나무와 밤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쉼터로는 최적입니다.

그래서 옛날 사오랑마을 서당의 야외 학습장으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그 고인돌 쉼터 옆에는 튼실한 연리지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가지가 아니라 몸통이 붙었기 때문에 연리목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고인돌 쉼터를 지나면 바로 소나무동산으로 이어집니다.

산막이옛길의 실질적인 시작점인 셈입니다.

 

 

 

우리의 재래종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이 소나무 숲길은

등잔봉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운치 있는 소나무 숲길을 잠깐 오르고 나면 첫 번째 괴산호 조망점이 나옵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괴산호의 청자빛 연한 물빛이 예술입니다.

 

 

 

그 전망대를 지나면 출렁다리 길과 '정사목'길로 다시 나뉩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다시 합류합니다.

그러니까 스릴을 즐길 것인가?

그냥 평범한 길을 걸을 것인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우리는 일단 정사목 길로 갑니다.

 

 

 

정사목입니다.

이름처럼 좀 거시기 하긴 합니다.

 

 

 

노루샘입니다.

옛날 노루 등 야생동물들이 목을 축이던 옹달샘이었다지요.

 

 

 

그리고 그 노루샘 아래에는 '연화담'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벼농사를 지었다는데 지금은 연못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손바닥만 한 땅 떼기에 벼를 심어야 했던 우리 선조들의 고달팠던 삶을 생각해 봅니다.

 

 

연화담 아래에 있는 천혜의 조망점입니다.

망세루라고 합니다.

남매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입니다.

忘世樓(망세루),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시름이 잊히고

자연과 함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라지요.

 

 

 

망세루에서 본 물빛입니다.

오늘 괴산호의 물빛은 청자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은은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등산로 입구입니다.

여기서 산막이 옛길과 산길로 나누어집니다.

우리는 산길로 오릅니다.

 

 

 

호두

산길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르지는 않는 듯 잡초 사이로 가늘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가늘게 이어지던 잡초 길이 다시 소나무 숲길로 바뀝니다.

본격적인 가파른 오르막의 시작입니다.

 

 

 

가파른 오르막은 계속되고

오르는 중간 가끔씩 나타나는 조망점에서는 아름다운 괴산호 조망이 땀을 식혀줍니다.

 

 

 

오늘 산행 목적지인 등잔봉은 450m로 비교적 낮은 산입니다.

그런데도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반 난이도가 아주 높은 산입니다.

 

 

 

7부 능선쯤에 올라서면 나오는 삼거리입니다.

힘들고 험한 길과 편하고 완만한 길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편하고 완만한 길을 택합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지요.

 

 

 

산행 시작 40여 분 만에 등잔봉 정상에 섰습니다.

등잔봉 정상은 흙산인데도 워낙 뾰족하게 솟아 있어서 조망이 좋습니다.

 

 

 

특히 앞쪽 괴산호 방향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일품입니다.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동강 느낌의 괴산호 건너편으로는 군자봉과 옥녀봉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등잔봉 (450m)은

옛날 한양에 과거시험을 보러 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서

등잔불을 켜놓고 치성을 드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매일 쓰던 '등잔'이란 말이 어느새 생소해졌습니다.

그나마 요즘 아이들은 알기나 할까요?

 

 

 

저 아래 괴산댐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너머 옹기종기 흩어져 있는 산골마을 풍경이 그림 같습니다.

 

 

 

등잔봉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던 길을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능선길이라서 산책하듯 사뿐사뿐 걸으면 됩니다.

 

 

 

 

그렇게 괴산호와 옥녀봉을 조망하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어느새 한반도지형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전망대에서는 조망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수형의 소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반도지형 전망대에서 본 한반도 지형입니다.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이름값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한반도 지형 왼쪽에 괴산댐이 보이고 가운데 과수원, 그리고 오른쪽으로 산막이마을이 보입니다.

여기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는데 다시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산불에 고사한 고사목입니다.

언젠가 산불이 났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꽤 오래되었는지 새로 심은 소나무가 제법 자랐습니다.

 

 

 

굵어진 빗방울 때문에 천장봉까지 오르고 하산하려던 원래 계획을 변경해서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서 산막이 마을로 하산합니다.

 

 

 

하산하는 중에 만난 나리꽃입니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서 산막이 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는 극심한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계단과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하산 시작 30여 분 만에 산막이옛길과 만납니다.

 

 

 

조금 특이한 물레방아입니다.

 

 

 

옛길은 거의 신작로처럼 조성해 놓았습니다.

 

 

 

드디어 산막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막혀있다고 해서 산막이 마을이라고 했다지요.

지금은 마을의 상징인 고사목이 된 당산나무가 옛 마을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을 뿐

실제 주민이 살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나마 몇 집 남아있는 집들은 모두 식당과 카페입니다.

 

 

 

아무튼 마을인지 식당거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 동네길을 지나

충청도 양반길로 접어듭니다.

 

 

 

산막이 마을 어귀에 있는 수월정입니다.

 

 

 

수월정은 조선 중기의 학자인 노수신이 을사사화 때 유배되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노수신은 이후 선조 때는 다시 관직에 올라 영의정까지 했다지요.

 

 

 

뭐 본직에 있을 때보다는 어림도 없겠지만

고관대작들은 귀양 와서도 권세를 누렸던 듯합니다.

 

 

 

이 산골 깊숙한 곳에 이만한 집이면 대궐이나 다름 없었을 테니까요.

귀양이 아니라 휴양이 아니었을까요?

 

 

※모든 사진은 클릭해서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클릭해서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산막이옛길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러나 길은 언제나 또다를 길과 다시 이어집니다.

길은 길끼리 이어지고, 산은 산끼리 이어지고, 물은 물끼리 이어진다지요.

여기서 부터는 충청도 양반길 1코스로 이어집니다.

아무튼 양반길1코스와 돌아가는 산막이옛길 이야기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ㅡ2022.06.14.산막이옛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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