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반코스 ㅡ성판악~관음사

2021. 1. 19. 09:57오르다/100대명산

반응형

코로나로 인한 집콕생활이 길어지면서

각자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나고있다.

요즘 나의 슬기로운 집콕생활은 지난 산행과 여행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다.

오늘은 7년전 한라산 겨울 산행기를 복기에 본다.

 

 

 

사라악대피소

2014년 신년 첫 산행을 남한의 제일봉 제주도 한라산으로 정했다.

그러나 남한의 제일봉 한라산을 가는 여정은 쉬운듯 하면서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비행기를 타야하는 일정의 특성 때문이다.

원래는 지난주에 지인들과 함께 시도했다가 폭설로 입산이 통제되는 바람에 되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오늘 혼자서 다시 찾은 것이다.

 

 

사라오름 산정호수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출입구는 성판악과 관음사 뿐이다.

그래서 성판악으로 올라 관음사로 내려오는 한라산 종단계획을 세우고 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상의 종주인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많은 체력과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체력이 월등하지도 않고 사진을 많이 찍는 나로서는 다른사람들보다 더 빨리 출발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1박을 하고 새벽 일찍 출발하기위해서 밤 비행기를 탄것이다.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본 정상부

좀 허름한 숙소에서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 새벽 일찍 숙소를 나섰다.

주변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 찾는데 20여분을 소비하고서야 가까스로 해장국집을 찾았다.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택시로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하자 휴게소에는 벌써 수많은 산객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성판악휴게소에는 모든게 다있다는 사실....

아침식사는 물론 김밥,아이젠등 간단한 등산용품,음료등 간식거리까지....

김밥 두줄과 쵸코파이와 캔커피 하나를 사들고 7시 10분 산행을 시작한다.

 

 

사라오름에서 본 풍경

입산통제를 당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엔 산행하기 최상의 날씨다.

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만에 해가 떳다.

평지나 다름없는 삼나무 숲과 속밭대피소를 지나자 서서히 경사도가 가파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사라오름 삼거리에 도착했다.

 

 

진달래대피소

사라오름을 가기 위해서는 정상가는 정규등산로에서 왼쪽으로 빠져서 600여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왕복 30여분 거리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은 사라오름으로 향했다.

20여분만에 도착한 사라오름 전망대, 위로는 멀리 한라산 정상이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있고 아래로는 크고 작은 오름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신비하고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저 있었다.

마치 태초의 풍경 같은.....

 

 

진달래대피소

산행시작 2시간 40여분만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정상을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12시 이전에 통과해야한다.

사라오름에서 1시간정도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로 거의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나는 12시 이후에는 통제한다고 해서  부지런히 걸은 결과 10시 10분에 도착했다.

아직은 순조로운 진행이다.

 

 

진달래 대피소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컵라면등을 판매한다.

나도 컵라면 하나를 사서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여기서부터는 고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덕분에 순식간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광활한 특유의 제주 풍경이 조망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등산로 주변의 환상적인 설경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구간이다.

 

 

고사목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구간을 지난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급경사 구간이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않고 잘도 오른다.

 

 

서서히 정상부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울긋불긋 산객들과 어우러진 동화같은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동화같은 풍경에 매료된 산객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한라산만의 시간이다.

우리나라 그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한라산만의 특별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이제 한라산의 8부능선쯤에 도착했다.

거칠것이 없는 한라산의 하얀 설원을 수놓은 정상을 향한 행렬이 장관이다.

줄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기차놀이라도 하는듯 하다.

 

 

한라산만의 독특한 풍경에 취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보니 구름이 이제 발아래에 있다.

내가 선 위치와 한라산의 높이를 가름해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리고 어느새 조금 전에 다녀왔던 사라오름 분화구와 평화로운 제주도의 해안이 내려다 보인다.

이제부터 이 풍경과 함께 할 것이다.

 

 

이제부터서는 젖 먹던 힘이 필요한 시간이다.

많은 산객들 틈에 끼인 나는 기계적으로 발을 내딛는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집념을 불태우는 산객들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정상은 가까워지고 사라오름은 멀어지고 나의 체력은 한계점을 향해서 가고있다.

그러나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 같지만 여기서부터는 큰 나무가 없어서 정상을 빤히 올려다보며 오를 수 있기때문에  마치 희망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듯 해서 힘이 다시 솟아났다.

 

 

그러는 사이 이제 정상 턱밑에 도착했다.

정상을 지척에 두고 많은 사람들이 쉬어간다.

다른 산 같았으면 정상까지 직행했겠지만 체력이 소진될대로 소진된 산객들이 정상 턱 밑에서 쉬어가는 것이다.

 

 

아!백록담!!!

산행시작 4시간 반 만에 정상에 섰다.

생애 두번째다.

30대 중반에 아내와 함께 올랐을땐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정상이었던것 같은데 오늘은 젖먹던 힘까지 쓰고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백록담은

복(伏)날 선녀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다 들켜서 옥황상제의 벌을 받아 흰 사슴으로 변하게 된 산신령이 매년 복날이면 이 못에 나타나 슬피 울었다고 해서 흰 사슴의 못,백록담(白鹿潭)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신비의 못이 설원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정상에서는 날씨가 너무 좋아 온 천하를 조망할 수 있었다.

평지형 지형에 군데군데 솟아있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1950m라는 높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바람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유유자적 감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후 1시 30분이 되자 국립공원 직원들이 하산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해지기 전에 하산을 하려면 최소한 그 시간에 하산을 시작해야 한단다.

 

 

오늘도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왔다.

ㅡ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ㅡ

최초의 불경 수타니파타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참다운 길벗이 아닌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안개비에도 옷이 젖게되고 연기만 쏘여도 냄새가 옮게 마련이니

차라리 혼자서 가라는 구절이란다.

 

그러나 내가 오늘 혼자 가는건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게 아니다.

그냥 혼자서 가는 거다.

함께 할 사람 찾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신경 쓰지않아도 되고

내가 보고 싶은것 싫컷 보고

내가 가고 싶은 길 가고....

열거 하다보니 혼자의 장점이 의외로 많다.....

그외에도 혼자일때 보다 많은 생각들을 정리 할 수 있어서 좋다.

 

지난주에 4명이서 왔다가 폭설로 등산이 통제되는 바람에 술과 먹거리만 싫컷 먹고 남자들의 수다만 실컷 떨다 돌아갔던 기억 ㅡ

여럿이면 재미는 있으되 실속이 없다.

반면에 혼자면 심심하고 재미는 없지만 감성여행을 즐길수 있어서 유익하다.

 

 

절경에 취해서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수 많은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국립공원공단의 안내방송이 연신 2000m상공에서 아래로 아래로퍼져 내려간다.

나도 따뜻한 커피 한잔을 타서 마시고 하산 대열에 합류했다.

 

 

728x90

하산하기 위해서 백록담을 돌아서자 마치 외계에라도 온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바람이 만들어낸 기기묘묘한 형상의 눈덩이,나무에 싸이고 쌓인 눈이 바람에 깎여서 수많은 조각품이 되었다.

떡가루 반죽으로 빚어놓은것 같은 기기묘묘한 형상들이 쨍한 햇볕을 받아서 황홀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탄성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뒤엉켰다.

사람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인증샷하기에 여념이 없다.

볼거리는 많고 갈길은 멀고.....

 

 

사진놀이에 정신이 팔려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나만 남았다.

웅성거리던 소리들이 없어지고 고요와 나만 남은 하얀 눈세상.

왠지 으스스해짐을 느낀다.

 

 

그래도 나는 시간과는  관계가 없는 듯,

어둠과는 관계가 없는 듯,

갈 길과는 관계가 없는 듯 혼자서 한참을 카메라와 함께 놀았다.

 

 

관음사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북향이라서 눈이 전혀 녹지 않아 등산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눈이 허리까지 차는 곳도 있었다.

거기에다 경사가 가파라서 거의 미끄러져 내려와야 했다.

 

 

허리춤까지 파인 등산로 ㅡ

이젠 어쩔수 없는 시간 ....

정말 첩첩 흰 고산에 나만 남았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한다.

 

 

햇살이 사라진 계곡에 들어서자 이제 사진은 컬러로 찍어도 흑백으로 나온다.

마치 겸재선생의 진경 산수화처럼.....

 

 

삼각봉

삼각봉 대피소

정상에서 이곳까지는 아주 가파른 험로다.

원래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힘들기는 해도 위험하지는 않지만 현재는 눈이 많이 쌓여 계단은 흔적도 없이 파묻혀 버렸다.

그래서 아이젠을 했으나 거의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마음은 급하고 길은 미끄럽고, 가파르고....

미끄러지며 뛰며 걸으며 그렇게 도착한 삼각봉 대피소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이젠 안도해도 되는 상황....

 

 

소나무 숲 너머로 저녁놀이 드리워지고 있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 2km쯤 소나무 숲길이다.

어둑어둑 해 져가는 눈쌓인 소나무 숲길을 다시 빠른 걸음으로 하산한다.

 

 

소나무 숲이 끝나면서 활엽수림과 산죽군락지가 나왔다.

관음사까지 3km쯤  남은지점, 길은 경사가 거의 없는 걷기 좋은 구간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나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졌다.

만약을 대비해서 후레쉬는 준비해 갔지만 그래도 어두워지기전에 하산을 끝내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것이다.

저녁 6시,완전한 어둠이 밀려올 무렵 하산을 완료했다.

그래서 관음사 둘러보는건 포기하고 바로 공황으로 이동했다.

내려오면서 좀 무리를 했지만 완벽한 스케줄을 소화한 셈이다.

 

산행코스:성판악 휴게소 ㅡ속밭 ㅡ사라오름 ㅡ사라악대피소 ㅡ진달래대피소 ㅡ정상 ㅡ삼각봉대피소 ㅡ탐라계곡 ㅡ관음사(19km 보통10시간)

 

 

 

 

 

 

 

 

한라산 백록담ㅡ 대자연의 신비

제주도를 대표하는건 뭐니뭐니해도 한라산이다. 또 그 한라산을 대표하는건 두말할나위 없이 백록담이다. 그동안 백록담에 두번 올랐지만 겨울과 초봄 무렵에 올랐기때문에 사실 백록담의 진

gabo.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