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ㅡ 대자연의 신비

2021. 1. 25. 17:01오르다/100대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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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대표하는건 뭐니뭐니해도 한라산이다.

또 그 한라산을 대표하는건 두말할나위 없이 백록담이다.

그동안 백록담에 두번 올랐지만 겨울과 초봄 무렵에 올랐기때문에 사실 백록담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다.

백록담의 진면목은 여름이 아닐까? 

물론 비 온 뒤 수량이 풍부하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아무튼 2017년 여름, 딸네식구와 함께한 3박4일 제주도여행중에 하루를 쪼개어 한라산 여름등반을 했다.

 

 

새벽5시 간단히 준비를하고 산행기점인 성판악으로 향했다.

성판악 주차장엔 식당과 매점이 있어서 간단한 준비물과 음식을 먹을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

우리 부부도 해장국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김밥 3줄을 사서 챙겨 넣고 숲향기 그윽한 새벽한라산 품에 든다.

 

 

성판악에서 백록담에 오르는 코스는 9.6km로 대부분 완만하고 그중에 진달래대피소에서 정상까지 2.3km가 난코스다.

 

 

 

아침 7시.

산길에 들어서자 숲에서 나오는 새벽공기가 시원하다 못해 상큼하고 상쾌하다.

삼복더위의 푹푹찌고 끈적거리는 산아래에서는 그 어떤 고성능 에어컨 앞에서도 느껴 볼수 없는 시원함,그것은 숲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중에 하나다.

 

 

속밭 삼나무 숲.

속밭이란 원래 산속에 밭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 1960년대에 치산녹화의 일환으로 심은 삼나무숲이다.

그 나무들이 어느덧 이렇게 자라서 멋진 숲을 이루었으나 너무 과다하게 자라면서 주변 낙엽활엽수림대의 식생환경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정부분 간벌을 했다고 한다.

보기는 좋은데 또 그런 부작용도 있다는 사실, 인위적인 생태 조성에 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주는것 같다.

 

 

삼나무숲을 지나자 삼나무 향기가 이제 향긋한 한라산 특유의 숲향기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숲,향긋한 아침공기,그리고 걷기 좋은 완만한 오솔길 같은 등산로,거기에다 산죽과 산수국까지...

세상에 다시 없을 힐링을 한다.

그렇게 여유롭게 걷는 사이에 어느새 사라악대피소에 도착했다.

사라악대피소는 무인 대피소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피소를 지나서도 얼마동안 한라산 특유의 숲길은 계속되고 난이도도 아직은 견딜만 한 수준이다.

 

 

서서히 경사도가 높아져 갈 무렵 사라오름 갈림길이 나왔다.

해발 1,324m에 위치한 사라오름은 작은 백록담이라는 분화구가 있으며 정상의 백록담과는 달리 그 작은 백록담은 담수호로서 제주의 오름 중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산정호수라고 한다.

경관이 제법 좋은 곳인데 지난번 겨울산행때  다녀왔던 곳이기도 하고 아내의 체력 안배도 생각해야 하기때문에 그냥 패스한다.

 

 

진달래대피소

해발 1,400m지점을 지나면서부터 급격히 난이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고도가 높고 숲그늘이 좋아서 그런지 삼복더위의 산행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윽고 도착한 진달래 대피소는 마지막 대피소로 간단한 라면,생수,커피등을 판다.

우리도 생수 2병을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오른다.

 

 

13시 이전에 통과해야하는 진달래대피소부터 정상까지 2.3km로 성판악 코스중 최고의 난코스다.

 

 

 

아니나다를까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급경사가 시작되었다.

 

 

 

고사목 구간.

겨울에는 눈꽃이 피어서 아름다웠던 고사목 구간이 여름엔 이렇게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왜 저 많은 나무들이 죽어야 했을까?

척박한 환경에서 저만큼 살아내기 위해선 제법 많은 인고의 세월이 흘렀을텐데....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한라산 구상나무는 현재 거의 절반 가까이 고사했다고 한다.

환경 변화에 의한 자연 고사와 태풍등 기후 변화에 의한 고사라고 알려져 있단다.

언젠가 TV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실제 그 현실을 본다.

 

 

 

겨울에는 눈에 쌓여서 보이지 않던 계단이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계단 너머로 이제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울러서 아랫쪽 조망도 보이기 시작했다.

올망졸망 제주의 오름들이 정겹다.

이제부터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제 숲은 끝이 났다.

온몸으로 한 여름 햇살에 맞서며 더욱 가파라진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오를수록 조망이 넓어진다는 것,뒤돌아 보면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도 특유의 이국적인 풍경이 더위를 싹 가시게 했다.

 

 

 

고산지대의 푸른 초원과 아랫쪽 푸른 숲의 경계가 선명하다.

마치 학창시절 교과서의 식물 분포도를 보는듯 했다.

그리고 멀리 푸른 오름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신비스럽고 이국적이다.

역시 한라산만의 특별한 조망이다.

 

 

 

그렇게 눈이 호강하는 동안 고생은 다리의 몫이다.

한계단 한계단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고 체력이 한계점에 이르를 즈음 남한의 최고봉 한라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윽고 환상적인 백록담 풍경이 펼쳐졌다.

푸른 분화구 한켠에는 많지는 않지만 물이 차 있고 그 위를 구름이 춤추듯 몰려왔다 몰려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신비스러운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올라오느라고 기진맥진 했던 피로감이 일시에 해소되었다.

 

 

 

백록담.

전설에 의하면 옛날 복(伏)날에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

산신령이 그 모습을 훔쳐보다 옥황상제에게 들켜서 흰 사슴으로 변하는 벌을 받았다.

그 뒤 흰 사슴으로 변하게 된 산신령이 매년 복날이면 이 못에 나타나 슬피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흰 사슴의 못, 즉 백록담(白鹿潭)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상에는 평일이라서 그리 많지않은 사람들이 넓은 데크 광장에서 어떤이들은 앉고, 어떤이들은 눕기도 하고 제각기 나름의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최고봉에 오른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점심으로 마련해온 김밥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다시 백록담 앞에 서자 어느새 백록담은 구름속에 덮혀있다.

불과 10여분만에 일어난 변화다.

고산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미련없이 하산길에 들어선다.

하산은 한라산 정상 등반을 할 수 있는 등산로 두 곳중에 한 곳인 관음사로 한다.

 

 

 

관음사로 하산하는 길은 8.6km다.

거리는 성판악보다 1km쯤 짧지만 난이도는 훨씬 높다.

그렇지만 내리막길이기때문에 체력소모는 덜하다.

 

 

 

백록담을 돌아서 하산하는 이곳에서 백록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포인트인데 운무때문에 그냥 지나쳐야 했다.

 

 

 

그리고 한라산 북벽의 웅장함도 운무에 가려 어슴프레하다.

 

 

 

이제부터는 지루하고 가파른 하산길이 계속된다.

 

 

 

그래도 아직은 한라산 정상부를 뒤돌아보며 내려서는 발걸음이 비교적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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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걸어보고 싶은 장구목이 능선이 보인다.

장구의 목을 닮았다하여 장구목이라 부르는 푸른 초원은 실제는 조릿대라고 한다.

 

 

 

해발 1,500m지점.

용진각 대피소가 있던 자리이다.

용진각 대피소는 1974년 건립 후 30여년 동안 탐방객들의 쉼터 역활을 해왔던 곳으로 산악인들의 동계 훈련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후 2007년 태풍 '나리'로 백록담 북벽의 암반과 함께 급류가 쏟아지며 대피소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용진각대피소를 집어 삼킨 탐라계곡이다.

그 위로 용진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용진출렁다리를 건너면서 마지막으로 둘러본 왕관바위와 한라산 정상부다.

이제 삼각봉을 돌아서면 시야에서 사라질 풍경이다.

 

 

 

그 용진출렁다리를 건너면 괴물처럼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 봉우리 하나가 있다.

삼각봉이다.

그러나 홀로 우뚝 솟은 모양이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장구목이와 연결되어 있다.

장구목이의 끝부분에 신비스럽게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삼각봉대피소

삼각봉 아래에는 삼각봉대피소가 있다.

삼각봉대피소는 2007년 유실된 용진각 대피소를 대신해서 2009년 완공했다고 한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자 성판악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울창한 소나무숲이 나왔다.

무려 한시간쯤이나 걸을 수 있는 소나무 숲이다.

 

 

 

울창한 금강송 숲을 걷는 동안은 길 또한 가파르지 않다.

덕분에 눈으로는 붉은 솔 숲을 즐기고, 코로는 향긋한 솔향기를 맡으면서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소나무 숲이 끝나면서 다시 가파른 하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오르락내리락 데크길이 지루해질 무렵 다시 평지형 산길로 이어졌다.

 

 

 

숯가마터

이제 급경사 구간은 대부분 끝나고 다시 계곡과 함께하는 비교적 평탄한 숲길이다.

 

 

 

용암이 흘러내린 모양이 그대로 굳어있다.

 

 

 

구린굴.

구린굴은 하천의 지하에 형성된 굴을 말한다고 한다.

이곳 구린굴의 길이는 442m로 얼음을 저장했던 석빙고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산행시작 9시간 30분만에 하산기점인 관음사에 도착했다.

대한민국의 최고봉,

역시 한라산 정상은 우리나라 최고봉에 걸맞은 위용과 신비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백록담의 풍경은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신비하고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3년전 겨울 순백의 백록담을 본 뒤 다시 보는 초록의 백록담은 그 순백의 백록담 그림과 겹치면서 더욱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거기에다 순간적으로 구름이 덮였다 열렸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신령스럽기까지 했다.

고도 1947m,거리 18.4km.

여름 산행이라서 내심 힘들지 않을까 해서 걱정을 했는데 그냥 상상했던 만큼의 체력소모 였던것 같다.

 

산행코스:성판악 휴게소 ㅡ속밭 ㅡ사라오름 ㅡ사라악대피소 ㅡ진달래대피소 ㅡ정상 백록담 ㅡ삼각봉대피소 ㅡ탐라계곡 ㅡ관음사(18.3km 보통9시간30분)

 

 

 

 

 

 

 

한라산 등반코스 ㅡ성판악~관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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