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봉정암 그리고 수렴동계곡 단풍

2020. 11. 2. 13:49오르다/100대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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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은 설악산에서 시작해서 설악산에서 끝내게 생겼다.

10월2째주 금강굴 산행을 시작으로

지난주에는 대청봉, 다시 일주일만인 오늘은 백담사에서 봉정암에 다녀올 요량이다.

 

 

 

결과적으로 외설악과 내설악,

그리고 남설악까지 두루 섭렵하게된 셈이다.

 

 

백담사 탐방지원센터

백담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교통편 때문에 생각보다 까다롭다.

백담사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기때문이다.

셔틀은 첫차가 새벽 6시, 막차가 저녁 8시란다.

그래서 6시에 맞춰서 출발했는데 몇분 차이로 놓치고 다음 차를 탔다.

 

 

다음차는 7시 40분에 있었다.

15분쯤을 달려 백담사에서 내려 산길에 들어서자

이른 아침 내설악의 산길은 화사한 단풍이 마지막 아름다운 색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설악산은 대청봉을 기준으로 소공원쪽을 외설악, 백담사쪽을 내설악,

그리고 오색쪽을 남설악이라 부른다.

 

 

 

그중에 설악산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치면 외설악이 단연 최고이지만

다양한 단풍 숲으로 치면 내설악이 최고다.

 

 

봉정암과 대청봉으로 오르는 내설악 등산로의 시작은 

수렴동 계곡을 끼고 우거진 울창한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백담사에서 수렴동 대피소까지를 수렴동계곡으로 부르는데

그 5km쯤의 거리가 거의 평지형 숲길이다.

그래서 사시사철 걷기 좋지만 단풍이 한창인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수렴동계곡은 외설악의 천불동계곡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계곡이다.

그러나 계곡의 분위기는 외설악과 내설악으로 불리는 이름만큼이나 판이하다.

천불동이 좁고 깊은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형태를 하고 있는 반면에

수렴동은 넓은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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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그래서 천불동계곡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는 계곡인 반면에

수렴동계곡은 부드러우면서도 온화한 풍경을 연출하는 계곡이다.

 

 

 

올 가을은 가뭄이 심해서 물이 없어서 그렇지만

수량이 풍부할때는 반영과 물안개가 어우러져서

평화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계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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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단풍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서 가고 있다.

고도가 낮은 아랫쪽인데도 대부분의 단풍이 거의 지고 몇몇 늦은 단풍나무가

늦가을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1.8km지점을 통과할 무렵 단풍나무숲 사이로 해가 떳다.

그 아침 햇살에 단풍색은 더욱 화사해지고...

 

 

 

아니 화사해졌다는 표현보다는 황홀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 황홀한 풍경때문에 나의 발걸음은 더욱 더뎌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지형 숲길은

차분한 노란색이었다가 화사한 붉은 색이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단풍이

아침 햇살에 새악씨의 분칠한 얼굴같은 색감을 연출하고 있다.

 

 

 

설악산의 산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걷기 좋은

화사한 단풍길이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영시암

백담사에서 3.5km지점인 영시암에 도착했다.

산행시작 40여분 만이다.

永矢庵은 암자를 창건한 김창흡이 여기에 은거하며

죽을때까지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공역을 하던 찬모가 호랑이에 물려 변을 당하자

6년만에 춘천으로 돌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있다.

 

 

 

영시암에서 김밥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 한다.

평지형 산길은 여기까지다.

 

 

 

그래도 아직은 평지는 아니지만

산행 기분 내기는 적당한 산길이다.

 

 

 

그리고 곧바로 오세암 3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세암은 2.5km, 오늘 산행 목적지인 봉정암은 7.1km다.

 

 

 

고도가 조금 높아지면서 이제 단풍이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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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은 발걸음을 멈추기에 충분한 곳들이 많았다.

올해 설악산 단풍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욱 미련을 갖게 하는 ...

 

 

 

몇일만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풍경이다.

 

 

 

그랬더라면 수렴동계곡의 가을 풍경의 진수를 맛볼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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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제 단풍도 끝나고 수렴동 계곡도 끝나고

걷기좋은 완만한 산길도 끝나는 지점인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다.

 

 

 

백담사에서 5km지점에 있는 수렴동 대피소는 비교적 낮은 위치에 있는 아담한 대피소다.

10여년전 하루밤을 묵었던 곳인데 그때만 해도 시설이 열악해서 기억이 별로 좋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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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렴동계곡이 끝나고 구곡담계곡으로 이어진다.

수렴동대피소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5.9km 계곡을 구곡담계곡 [九曲潭溪谷]이라 한다.

구곡담이라는 명칭은 계곡 굽이굽이에 9개의 못[]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명승 제 99호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다.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면서 길은 이제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쉬엄쉬엄 오를만 하다.

 

 

 

구곡담계곡의 아홉개의 담이 어느것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담 하나를 지난다.

 

 

 

화사했던 풍경은 어느덧 스산한 늦가을 풍경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스산하지만 아직은 호젓한 늦가을 분위기의 산길을 혼자서 간다.

코로나19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면 마스크를 써야해서 번거러운데

만나는 산객이 없어서 그런 불편이 없어서 좋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 풍경은 삭막해지고 길은 더욱 거칠어지고,

덩달아서 내체력도 떨어지고있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고 싶지만

앞서간 일행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렴동계곡과 구곡담계곡은 잔돌이 많아서

돌탑 쌓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계곡이다.

그 돌탑들이 삭막한 겨울모드의 계곡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구비구비 구담곡계곡을 따라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는

이제 더욱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산행시작 4시간째

구곡담계곡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름다운 소와 폭포가 연이어 지나가고

내설악의 준봉들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쌍용폭포 아래 아름다운 암반계곡이다.

개인적으로 구곡담계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겁의 세월동안 물에 의해서 깎인 바위 홈이 인상적이다.

 

 

 

쌍용폭포

두개의 폭포가 용이 승천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오늘은 수량이 없어서 그 위용을 볼 수 없었다.

 

 

 

 

 

이제 이 그림을 끝으로 아름다운 구담곡계곡도 끝이다.

지금부터는 평탄한 길 없이 오직 오르기만 해야한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목적지 봉정암까지는 1.6km 남았다.

 

 

 

넘어진 고목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나무에는 '고개를 숙이면 지나갈 수 있습니다'라는 간단한 문구가 쓰여있었다.

그 간단한 문구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겸손을 뜻하고

겸손 하다는건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하고 덤으로 호감을 얻는다.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는건 행복의 가장 기본이다.

결론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숙일 일이다.

아무튼 산행에서 뜻밖의 교훈을 하나 얻고 간다.

 

 

 

나무와 바위가 한 몸이 되었다.

어디까지가 바위이고 어디까지가 나무인지 구분이 쉽지 않았다.

 

 

 

해탈고개

수렴동 ㅡ봉정암 코스의 최고 난코스인 해탈고개다.

워낙 가파른 고개라서 숨이 깔딱거린다는 의미로 깔딱고개라고 불렸는데

해탈을 염원하는 봉정암에 오를수 있다고 해서 해탈고개로 바꿔부르게 되었단다.

 

 

 

 

해탈고개는 300m쯤 이어지는 고개지만

거의 직벽에 가깝고 돌계단인데다가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올라야하기때문에 더 힘들다.

 

 

 

 

 

 

 

 

거의 두세발자국 오르고 쉬고를 반복한 끝에

해탈고개의 끝 사자바위에 올라섰다.

이제 봉정암까지는 200m,

거리도 거리지만 대부분 완만한 길이라서 여기가 목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디어 봉정암에 도착했다.

산행시작 후 6시간만이다.

하지만 보통 5시간이면 오를수 있다고 한다.

봉정암은

해발 1244m 높이에 있는 암자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규모가 컸다.

사실 봉정암은 3번째인것 같은데 워낙 힘들게 올라왔다가 바로 대청봉으로 가는 길목이라서

쉬어 간 기억 말고는

그렇게 기억에 남아있는게 많지 않다.

 

 

 

먼저 오른 아내와 일행을 만나서 늦은 점심을 먹고

간단하게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런데 아내와 같이온 일행은 벌써 108배까지 끝냈단다.

대단한 체력들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석가사리탑을 오른다.

석가사리탑은

체력이 바닥이지만 꼭 봐야하는 보물이다.

 

 

 

석가사리탑(보물 제1832호)

신라시대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가의 사리를 모셔와

이곳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탑신 양식으로 보면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참으로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탑의 신성스러움에

저절로 경건해짐을 느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찌 이리 높은곳에 탑을 세워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까?...하는 우매한 생각을 해본다.

 

 

 

석가사리탑 앞 암봉에 오르자 내설악의 장관이 펼쳐졌다.

오른쪽에 공룡능선과 가운데 용아장성이

그리고 왼쪽 맨 뒤에 귀떼기청봉이 어슴프레 보인다.

설악의 품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그 크기도 대단하다.

 

 

 

봉정암은

보통 5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난이도인데 나는 6시간이나 걸려서 올랐다.

그래서 오래 지체하지 않고 바로 하산길에 들어야 했다.

사실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야하고 셔틀버스 시간도 맞춰야해서 서두를수밖에 없었다.

하산은 거의 쉬지않고 빠른 걸음으로 3시간만에 내려왔다.

 

봉정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불교 순례지로 알려져 있다.

5대 적멸보궁중 하나로 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하여

이곳에 사리를 봉안하고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후 원효와 지눌대사등 여러 큰 스님들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른 암자라고 하며

신라 애장왕의 조사 봉정스님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고 해서 봉정암(鳳頂庵)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ㅡ2020.10.27.봉정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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