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사골에서 만난 와운마을 지리산 천년송

2023. 11. 12. 16:23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여행

▲가을 비바람이 지나간 다음날

단풍 명소로 알려진 지리산 뱀사골 트래킹에 나섭니다.

태풍급 모진 비바람이 휩쓸고 간 뱀사골은 가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합니다.

그러니까 어제 온 나라를 한바탕 소란스럽게 했던 비바람은 가을을 완전히 끝내는 비바람이었던 것이죠.

가을을 몰고 간 비바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우당탕탕 소란스럽게 지나갔을까요?

▲뱀사골 트래킹 중 계곡의 중간지점에 있는 지리산 천년송을 만나러 갑니다.

뱀사골계곡길에서 지리산 천년송이 있는 와운마을까지는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900m쯤의 거리입니다.

얼마쯤 걸어들어갔을까요?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또 다른 줄기의 작은 계곡이 나타났습니다.

계곡은 작지만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작고 아름다운 폭포들이 연이어 있는 계곡입니다.

▲그리고 그 계곡 길 가에 있는 작은 바위에는 부부송이라 불리는 연리근 소나무가 있습니다.

계곡의 작은 폭포들이 환영이라도 하듯 요란한 물소리로 손님맞이를 해준다면

부부송은 공손하게 손님맞이를 해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같은 크기, 같은 수형의 소나무가

어떤 연유로 흙 한 줌 없는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을까요?

두 소나무는 서로 놓치지 않으려는 듯 뿌리로 맞잡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하기도 했던 책「나무수업」에는

'나무도 생각을 한다'

'땅 밑에서는 뿌리를 연결하여 다른 나무끼리 서로 돕고 산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부부송도 맞잡은 뿌리로 영양분을 서로 골고루 나누어 가짐으로써

같은 수형, 같은 크기로 자랄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부부송을 지나 마을이 가까워지자 정겨운 감나무 풍경이 펼쳐집니다.

빨간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감나무 풍경은 전형적인 산골 풍경이기도 하고

우리 세대에게는 어린 날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감나무 풍경의 마을 뒤편으로는

몽실몽실 오색의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듯한

늦가을의 산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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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천년송을 만나기 위해서는 바로 올라가는 좌측길과

마을을 돌아서 올라가는 우측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천년송을 보기 위해 우측길로 올라갑니다.

▲계단을 조금 오르자 천년송의 우아한 자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와!! 저 아름다운 자태.

꼭 오래 산 소나무라서 유명해진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본 마을 풍경입니다.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집들이 특별한 특색 없이

여기저기 난립해 있습니다.

명품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만약 잘 정돈된 예쁜 집들이 저렇게 자리 잡고 있다면 유럽의 어느 한적한 마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텐데.

▲드디어 천년송 앞에 섰습니다.

마을을 지키듯 내려다보고 서있는 고고하고 의연한 저 자태.

말 그대로 천년의 세월이 빚은 명작입니다.

▲아름다운 자태와 불끈불끈 힘이 솟는듯한 건강미,

그리고 자리 잡고 서 있는 위치까지

그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명품입니다.

▲이제 소나무 아래로 들어가 봅니다.

가지 하나하나를 어떻게 저리 아름답게 키워냈을까요?

또 색감은 어찌 저리 예쁠까요?

그 아름다운 자태와 색감에 빠져서 한 참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위쪽에서 본 천년송입니다.

와운마을에는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된 두 그루의 천년송이 있습니다.

그중에 아래쪽에 있는 이 소나무를 할머니 소나무,

위쪽에 있는 소나무를 할아버지 소나무라고 부릅니다.

▲이 할머니 소나무는 높이가 20 여 m,

가슴높이 둘레가 6m,

수령은 천년송이라 부르긴 하지만 실제는 500 년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소나무 아래에 있는 와운(臥雲) 마을은 구름도 누워서 지나간다는 뜻이라고 하죠.

그 와운마을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수호신으로 삼고

매년 정월 초사을에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할머니 소나무 위쪽에 있는 할아버지 소나무입니다.

할머니 소나무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수형이라면

할아버지 소나무는 남자답게 꼿꼿하고 근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역시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봅니다.

할머니 소나무에 비해서 약간 더 꼿꼿하고 간결하지만

마찬가지로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올려다본 천년송입니다.

아늑한 마을과 달리 높은 곳에 서있는 천년송.

그래서 바람이 스쳐가는 소리가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 솔바람 소리가 얼마나 좋았으면 이곳 와운마을 사람들이

태교의 하나로 그 솔바람 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었을까요?

그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태어난 아이들의 심성은 어땠을지...

와운마을 사람들은 그뿐만이 아니라 출산이나 장 담글 때 치는 금줄과 혼례상에 솔가지를 꽃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와운마을 탐방은

명품 천년송에 감탄하고

명품마을이라는 어수선한 마을 풍경에 실망을 하고 마칩니다.

 

 

ㅡ2023.11.07.지리산 와운마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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