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가볼만한 곳]담양 소쇄원

2023. 10. 29. 13:10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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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소쇄원은 우리나라 전통 정원으로 유명한 자연 친화적인 정원입니다.

맑을 소(瀟) 뿌릴 쇄(灑) 자를 써서 맑고 깨끗한 정원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소쇄원은 요즘 우리의 눈으로 보면 특별히 화려하다든지 규모가 크다든지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유명세를 탄 이유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면서도

전혀 현대적으로 개조되지 않고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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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 숲길입니다.

오후 4시.

울창한 대나무 숲을 뚫고 들어온 강렬한  가을날 오후의 태양이 별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소쇄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때는 중종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종의 신임 아래 조광조는 거침없는 개혁을 해나갑니다.

그러나 개혁이란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죠.

결국 실패한 조광조는 능주로 유배를 당합니다.

그러자 그를 따르던 젊은 학자들은 실의에 빠집니다.

그중에 당시 17세의 젊은 나이로 그를 따르던 제자 양산보는

유배지까지 따라가 조광조를 모십니다.

하지만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죽자 큰 실망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생활을 합니다.

이때 이곳 자연경관을 그대로 활용하여 조성한 정원이 소쇄원입니다.

▲이후 워낙 풍경이 뛰어나서 송강 정철 등 수많은 문인들이 찾아와

양산보와 교분을 나누고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특히 양산보는 임종 직전에 "이 동산을 남에게 팔거나 양도하지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도 말 것이며,

후손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라"는 유언을 남기죠.

그래서 그 후손들은 철저하게 그 유언을 지켰다고 합니다.

▲대나무 숲길이 끝나면서 소쇄원의 중심부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가꾸지 않아서 정갈한 느낌보다는 산만한 분위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울창한 대숲 그늘 때문에 햇볕이 차단되어 음산하기까지 했습니다.

▲소쇄원의 핵심 정자인 광풍각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유명한 정자들에 비하면 그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볼 품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확 트인 대부분의 정자들과 다르게 안온한 분위기 때문에

시를 짓고 사색에 잠기기에는 더없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광풍각 건너 작은 연못 옆에는 봉황을 기다린다는 뜻의 대봉대가 있습니다.

대봉대는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서 지은 작은 정자입니다.

▲그래서 대봉대 옆에는 봉황이 둥지를 틀고 산다는 벽오동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아래는 김인후가 지었다는 대봉대를 노래한 시입니다.

 

"작은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오동나무 대에 드리운 한여름의 녹음을 보네

해 저문 대밭에 새가 날아들고

작은 못에 물고기 노니네"

 

수백 년 전 풍경이 그려지는 시인데 지금 보아도 그 시 속의 풍경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외원으로 통하는 후문과 나무다리입니다.

물이 바위 위에서 갈지(之) 자 모양으로 5번 꺾여 흐른다는 뜻의 오곡문(五曲門)과 담장을 통해

외원과 내원을 구분 지었다고 합니다.

담장을 받치고 있는 돌 교각이 인상적입니다.

▲나무다리에서 본 풍경입니다.

바위 위로 물이 흐르고 그 물은 대나무 수로를 통해 대봉대로 건너 흐릅니다.

말 그대로 계곡이 정원이 된 셈입니다.

▲가장 위에 있는 제월당입니다.

제월당은 사적 공간으로 사용된 작은 건물입니다.

그래서 정원 풍경보다는 일반 가정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입니다.

비가 막 개인 하늘에 뜬 달을 의미하는 제월당(霽月堂)이라는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썼다고 합니다.

▲막 비 갠 달밤.

제월당에서 그 달을 보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요?

▲이제  제월당을 지나 뒷동산으로 올라갑니다.

그동안 소쇄원에 몇 번 왔었지만 소쇄원이 이렇게 넓은 구역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앞에는 대나무숲,

뒷동산은 소나무 숲.

그러니까 소쇄원은 숲 속의 정원인 셈입니다.

▲마치 대나무 숲처럼 울창한 소나무 숲입니다.

쭉쭉 뻗지도, 그렇다고 형편없이 못생기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수형의 소나무숲입니다.

그래서 정감이 가는 숲입니다.

▲숲에서 본 제월당입니다.

마치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풍경 같습니다.

▲소쇄원에 들어서면 마치 몇백 년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온 듯합니다.

그 흔한 전신주나 콘크리트 같은 현대 문명의 흔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간 을씨년스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게 매력인 곳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 관광지 중에서

핵심 문화재는 물론 그 주변까지도 이렇게 철저하게 현대 문명과 단절되어 있는 곳이 또 있을까요?

소쇄원에 들어서는 순간 현대의 그 무엇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잠깐 둘러보면 왜 좋은지 알 수 없지만

오래 머물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곳이 소쇄원입니다.

 

ㅡ2023.10.11.소쇄원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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