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 등산코스]천관산의 바위와 억새 그리고 다도해 조망

2022. 10. 12. 16:43오르다/100대명산

오랜만에 2박 3일로 남도 여행을 나선 지 이틀째입니다.

명절 때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 산소도 들르고 여유롭게 정처 없이 여행도 하리라고 떠난 여행이지요.

오늘은 이맘때쯤 오르면 좋은 장흥의 천관산을 오릅니다.

 

 

오늘 천관산 산행을 위해서 주변에서 숙박을 하고

천관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6시 30분에 도착합니다.

 

 

주차장 주변에 마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이 있어서

아침식사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라면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산행에 나섭니다.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오르는 천관산 등산코스는

양근암코스, 금수굴코스, 금강굴코스 등 3개의 코스가 있습니다.

아내와 나는 그중에 양근암코스로 올라 금강굴코스로 내려오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양근암코스의 초입은 조금 산만하고 비교적 가파릅니다.

그 산만하고 한적한 새벽 산길을 20여분쯤 오르면 첫 조망점이 나옵니다.

조그마한 관산읍내와 황금들녘의 조화가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올라야 할 정상부의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고

옆으로는 아침바다가 잠에서 막 깨어난 듯 은빛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망을 즐기며 다시 20분쯤 오르다보면 거대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문바위와 코끼리 코입니다.

 

 

문바위를 지나면서 부터는 조망과 다양한 바위들을 보면서 오르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직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요.

 

 

나는 책을 읽듯 바위를 읽습니다.

천천히 정독을 하기도 하고 속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마당바위라고 불리는 위쪽 페이지가 궁금해서 바위 위로 올라갑니다.

거대한 바위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우아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천혜의 조망을 홀로 즐기며 사는 생(生).

그래서일까요?

고개를 내밀고 조망을 즐기는듯 한 모습 같기도 합니다.

 

 

그 소나무가 내려다 보고 있는 풍경입니다.

그 풍경 속에는 올망졸망 읍내가 있고 황금들판이 있고 먼 바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당바위 앞으로는 또다른 바위군이 있습니다.

여느 산이었더라면 반듯한 이름 하나쯤 있을 텐데 여기서는 무명입니다.

아니 있는데 내가 모를수도 있겠지요.

 

 

저 멀리 내가 내려갈 예정인 금강굴코스 능선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앞쪽 능선이 금수굴코스입니다.

 

 

다시 왼쪽으로는 호두봉 능선이 보입니다.

한자로 호두(虎頭)라고 쓰는 걸 보면 호랑이 머리를 닮았다는 뜻인 듯합니다.

뭐 그렇게 보니 그런 듯도 합니다.

요즘 대통령이 했다는 비속어가 논란이지요.

'바이든'이라느니, '날리면'이라느니...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그렇게 들리긴 합니다.

아무튼 듣는 국민이야 편향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말 한 사람은 그 정답을 알겠지요.

 

 

 이어지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바위입니다.

그 바위틈 중간에도 소나무 한 그루가 옆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생생한 그 모습이 생명의 위대함을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보고, 좌로 보고, 우로 보고.

다리가 혹사하는 사이 눈은 호강을 합니다.

 

 

이쯤 되면 바위 전시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듯합니다.

 

 

양근암 코스는 고도를 높여갈수록 길은 더욱 가팔라지지만 중간중간 평탄한 길이 있어서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바위들 덕분에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습니다.

 

 

책바위일까요?

바위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다 외울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습니다.

 

 

이제 양근암을 지나갑니다.

이 남성을 상징하는 신비한 모양의 양근암은 건너편 금수굴 코스의 금수굴과 마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을 상징하는 금수굴과 양근암이 마주 보고 있는 형태를 음양의 조화라고 한다지요.

 

 

양근암을 지나면서 길은 잠시 평탄해집니다.

 

 

그와 동시에 키 큰 나무가 없는 능선길로 이어지면서 광활한 다도해 조망이 펼쳐집니다.

 

 

정남진 전망대도 보입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의 어느 섬들에 빛 내림 현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신의 조화일까요?

그 모습이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사모 봉일까요?

사모암인지 사모봉인지 모를 바위를 지나갑니다.

 

 

정원석을 닮았다고 해서 정원암이라고 부른다지요.

이 정원암을 지나면서 길은 급경사 구간이 끝나고 완경사의 정상부로 이어집니다.

 

 

더욱 가까워진 금강굴 능선의 줄지어 늘어선 바위들입니다.

 

 

이제 정상부의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바위 읽기를 잠시 내려놓을 시간입니다.

여기서부터 정상을 지나 환희대까지는 키 작은 관목과 초원 그리고 아름다운 억새길입니다.

그래서 산책하듯 조망을 즐기며 걸을 시간이지요.

 

 

올라온 길을 뒤돌아 봅니다.

관산 읍내가 까마득 해졌습니다.

 

 

다시 절벽 위의 바위에 올라앉은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납니다.

거친 비바람은 어찌 견뎌 냈을까요?

거센 한파는 어찌 이겨 냈을까요?

뜨거운 여름날의 목마름은 또 어떻게 견뎌 냈을까요?

 

 

이제 정상이 눈앞에 있습니다.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변산, 월출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 산입니다.

높이는 비록 724.3m이지만 바닷가에 있어서 제법 높은 느낌의 산이지요.

그러나 정상에는 올라올 때 바위 전시장을 방불케 했던 바위산 느낌이 전혀 없는 산입니다.

 

 

드디어 천관산의 정상인 연대봉 정상입니다.

주차장에서 3.2km.

2시간 20분 만에 정상에 섭니다.

물론 사진 찍고 쉰 시간을 포함한 시간입니다.

사방이 밋밋한 돌산인 정상의 중앙에는 봉수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봉수봉 또는 연기를 피우는 봉우리란 뜻의 연대봉(煙臺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봉수대에 올라서면 한라산도 보이고 지리산도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천관산은 하얀 연기와 같은 신비한 기운이 서린다 하여 신산(神山),

또는 천풍산(天風山)·지제산(支提山)등으로 불렸다고 하지요.

그러다가 신라의 화랑인 김유신을 사랑한 천관녀가  김유신에게 버림받은 후 이곳에 숨어 살았다는 전설에서

천관산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자 표기가 천관녀의 천관(天官)과 천관산의 천관(天冠)으로 다른 걸 보면

전설은 전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보다는 천관산의 기암괴석이 주옥으로 장식한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다는 설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대봉 정상에서 사방의 확 트인 조망을 즐기고 바로 환희대를 향해서 갑니다.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는 1km의 능선길입니다.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천상의 길이지요.

 

 

그런데 그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0여 년쯤 전에 왔을 때는 억새가 정말 환상적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탄성을 지를 만큼 환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억새 명산이 맞긴 맞습니다.

명성산이나 민둥산, 그리고 영남알프스, 무등산 등을 제외하면

이 정취는 다른 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취이니까요.

 

 

이제 금수굴코스 갈림길을 지나갑니다.

가장 단조로운 능선이지만 정상부에 오르는 최단 코스이기도 하고

금강굴코스와 양근암코스 능선의 화려한 암봉을 감상하면서 오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코스이지요.

 

 

길은 비단길 같은데 이 멋진 풍경 때문에 더디기만 합니다.

여기서 잠시 환상적인 억새와 한려수도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고 가겠습니다.

 

 

 

이제 환희대가 있는 대장봉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대장봉에서 본 걸어온 길이 그림 같습니다.

 

 

환희대

네모나게 깎여진 바위가 서로 겹쳐진 모습이 만권의 책이 쌓인 것 같다는 대장봉 정상입니다.

이 석대에 오르는 자는 누구나 성취감과 큰 기쁨을 맛보게 된다 하여 환희대(歡喜臺)라지요.

 

 

그래서 나도 환희대에 올라 봅니다.

그렇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어찌 기쁘고 가슴 벅차지 않을까요.

 

 

환희대에서 본 다양한 풍경입니다.

이제 이 환희에 찬 풍경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들어섭니다.

 

 

환희대를 돌아서 내려가는 코스는 일명 금강굴 코스입니다.

천관산 이름에 걸맞은 가장 화려한 암봉쇼가 펼쳐지는 능선이지요.

 

 

그래서 다시 책을 읽듯 바위 읽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바위를 천천히 읽다 보니 올라가는 것 못지않게 하산하는 진행이 더딥니다.

 

 

하산 시작 10분 만에 만나는 천주봉입니다.

천주(天柱)를 깎아 만든 기둥을 구름에 꽃아 세운 것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하늘의 기둥을 깎아 만든 기둥이라.

그 기둥에 깃발을 달아 놓은 모습처럼 보인다 하여 사찰의 당번 같다고도 하지요.

천주봉의 또 다른 이름은 금관봉입니다.

 

 

천주봉에서 보는 관산 읍내와 장흥 앞바다입니다.

 

 

그리고 천주봉 아래쪽으로 돌아가면 볼 수 있는 천관산 최고의 장면입니다.

저 반대편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더 이상 볼 수 없는 모습이지요.

그 장관이 무등산 느낌도 나고 월출산 느낌도 납니다.

 

 

이렇게 암봉이 화려산 산인데 왜 천관산이 억새 명산이라고 알려졌을까요?

 

 

이제 대세봉을 지나갑니다.

관음봉 위쪽에 있는 대세봉은 가장 크고 높은 암봉입니다.

 

 

워낙 높고 거대해서 카메라 한 컷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습니다.

 

 

대세봉 윗부분과 아랫부분입니다.

마치 사람의 뇌처럼 복잡한 형상입니다.

 

 

대세봉 아래에 있는 보현봉입니다.

 

 

종봉 너머로 펼쳐진 평화로운 관산읍 풍경입니다.

 

 

관음봉일까요?, 보현봉일까요?

아무튼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는 기암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잠시 동영상으로 감상하고 가겠습니다.

 

 

이제 석선봉(石仙峯)을 지나갑니다.

멀리서 보면 허리가 굽은 노승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종봉에서 뒤돌아 본 모습입니다.

저 암봉 사이사이를 걸어온 것이지요.

 

 

금강굴입니다.

종봉 아래에 있는 굴인데 딱히 굴이란 용어를 붙일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이제 금강굴코스 끝에 있는 선인봉을 지나갑니다.

오르는 사람에게는 첫 조망이지만 내려가는 사람에게는 조망이 끝나는 지점이지요.

그 아쉬움을 달래 주려는 듯 바위들의 향연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잠시 마지막 조망 삼매경에 빠져봅니다.

 

 

이제 길은 잠시 걷기 좋은 숲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숲은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혼재해 있습니다.

그중에는 동백나무도 꽤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며 곡선으로 자란 소나무 숲이 정겹습니다.

 

 

금수굴코스와 만나는 체육공원입니다.

동백숲이 일품인 공원이지요.

이제 주차장까지는 900m가 남았지만 사실상의 산행은 끝난 지점입니다.

 

 

장천재.

사실 장천재가 고개인 줄 알았는데 문화재였습니다.

지금 건물은 조선 고종 때 지어졌지만 고려 공민왕 때 처음 지어졌다고 하니까 지금이야 한적한 산골이지만

옛날에는 제법 큰 고을이었던 것 같습니다.

 

 

길은 유난히 정감 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면 오래된 동백숲길이 나오고

다시 쭉쭉 뻗은 편백숲으로 이어집니다.

 

 

그 편백숲 끝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천관산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어느 한 구간도 허술한 구간이 없습니다.

산행이 끝나는 순간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을 읽은 느낌입니다.

 

 

*등산코스:도립공원 주차장 ㅡ양근암 ㅡ연대봉(정상)ㅡ환희대 ㅡ금강굴 ㅡ체육공원 ㅡ주차장(9.6km 아주 천천히 점심 사진 촬영 포함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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