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3달 살기 출발.

2025. 1. 2. 12:56세상은 넓다/남유럽

▲유럽에서,

아니 원래는 스위스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았던 스페인에서 3 달을 살아야 하는 기회가 생겼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3개월을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실행에 옮겼다.

 

 

▲2024년 마지막 날.

내가 탄 대한항공 여객기가 마드리드를 향해 힘차게 솟아올랐다.

활주로를 떠난 비행기 창밖에는 이내 올망졸망 아름다운 서해의 섬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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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썰물 때라서 펼쳐진 신비한 모래섬들.

그동안 많이 본 영종도 앞바다이지만 이런 신비한 풍경은 또 처음 본다.

마치 한 마리의 넙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내식을 마치고 잠시 책을 읽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얼마 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창밖을 보니 온통 순백의 세상이다.

중앙아시아쯤을 지나는 듯했다.

말 그대로 동토다.

그런데 그 얼어붙은 동토에도 길이 선명했다.

하늘에서 보는 길은 언제나 신비하다.

누가 살고, 누가 그 길을 달려가는지.

 

 

▲얼어붙은 삭막한 땅과 역시 얼어붙은 바다가 지나갔다.

그리고 나타난 풍경은 거대한 흰 눈 덮인 산맥이었다.

저 산들 사이에도 사람이 살까?

파도처럼 넘실대는 산줄기들이 마치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바다가 아닌 산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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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은 산맥.

무든 산맥인지 궁금했다.

텐산산맥 일 지.

 

 

▲책을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창밖을 보다가 잠깐 졸기도  하다가.

그렇게 몸서리치는 시간이 무려 12시간이나 지나갔다.

인천에서 마드리드까지는 무려 14시간 30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직도 2시간 이상이나 남았다.

 

 

▲무든 산맥인지.

마치 천혜의 성처럼 늘어선 모습이 신기하다.

아무튼 그러는 사이에 비행기는 아마도 유럽대륙으로 들어선 듯했다.

 

 

▲그리고 스페인 상공에 들어설 즈음

황금빛 석양이 펼쳐졌다.

하늘에서 맞이하는 올해의 마지막 일몰의 순간.

그렇게 또 나이에 숫자 하나를 더해야 하는 순간이다.

 

 

▲마드리드의 야경.

현지시간 저녁 7시 30분.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마드리드 공항은 큰 규모이지만 느긋하고 천천히 돌아갔다.

입국 수속은 까다롭지 않고 친절했다.

우리말로 여권을 돌려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는데

나는 엉겁결에 영어로" 생큐"라고 말하고는 후회했다.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 상황.

수화물을 찾은 시간은

친절의 시간이 끝나고 천천히의 시간이었다.

수화물이 나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대형 케리어 두 개를 찾아서 카트에 싣고 나오는데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마중 나온 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핏줄의 힘.

 

ㅡ2024.12.31.마드리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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