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개심사는 청벚꽃 앓이 중

2022. 4. 27. 16:38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사찰

위치: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몇 년 만에 청벚으로 유명한 개심사를 찾습니다.

전날 가까운 지인의 제안으로 갑자기 이루어진 봄 꽃 나들이.

개심사 가는 길은 왕벚꽃이 흐드러진 절정의 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달리는 내내 두 어부인의 감탄사가 연이어 터집니다.

感자가 들어가는 말들은 많이 하면 할수록 건강에 좋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감탄, 감사, 감격, 감동...

세부적으로는 우와~,멋있다. 맛있다, 이쁘다, 아름답다, 황홀하다, 신난다, 기쁘다, 감사하다, 고맙다 등의

좋은 느낌의 말과 긍정적인 말들입니다.

주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많이 쓰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긴 건 아닌지 연구해 볼 일입니다.

 

 

 

 

평일인데도 차가 많아서 주차장까지 1km쯤이나 차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지인 부부가 마련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까지 해결을 하고서야 개심사로 향합니다.

 

 

 

일주문에서 개심사 입구까지는 600m쯤의 숲길입니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길로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세심동(洗心洞) 길입니다.

세심동은 걷는 동안 마음을 씻고 부처의 세상인 경내로 들어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어찌 속세의 번뇌를 다 씻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마음을 비추어 보라는 경지(鏡池)가 있습니다.

마음을 씻는 길에서 잘 씻고 왔는지 비춰보라는 뜻일까요?

개심사 경내로 들어가기 바로 전에 연못을 만들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자신을 비춰보게 한 것입니다.

그 외나무 다리를 건너고서야 드디어 마음이 열린다는 개심사(開心寺) 절마당에 들어섭니다.

 

 

 

경지에 묵묵히 자신을 비추고 서있는 배롱나무입니다.

의연하고 멋있는 나무의 반영...

우리의 모습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해탈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화사한 왕겹벚꽃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그 옆으론 다음 주로 다가온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는 연등이 화려하게 걸렸습니다.

 

 

 

대웅전

보물 143호 대웅전입니다.

지붕 처마가 다른 대웅전과 다르게 일자형에 가까워서 위엄은 좀 떨어져 보였으나

간결한것이 오히려 친근해 보입니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인 654년 혜감 스님이 창건한 개원사를 1350년 처능스님이 중창하고

개심사라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400년 가까이 된 천년고찰입니다.

 

 

 

천년도 훌쩍 넘은 고찰인데도 규모는 비교적 아담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그 고즈넉함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절마당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대웅전 옆으로는 또하나의 수수한 건물 심검당(尋劍堂)이 있습니다.

마치 일반 가정의 행랑채 느낌입니다.

심검당은  스님들이 좌선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심검당의 劍자는 칼 검자입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정신과는 맞지 않는 한자라서 그 의미를 검색해 봅니다.

지혜의 칼을 가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그 심오한 뜻 하나를 배웁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심검당의 기둥과 목련나무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세월 앞에 겸손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합니다.

 

 

 

 

개심사 대웅전 주변엔 왕겹벚꽃이 만발해 있습니다.

 

 

 

그리고 명부전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개심사에만 있다는 청벚꽃이 청초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왕겹벚꽃이 화려함이라면 청벚꽃은 정결함으로 다가옵니다.

 

 

 

 

이 청벚꽃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맘때면 개심사는 방문객들로 가득합니다.

오늘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이름은 청벚꽃인데 사실은 여러 가지 색입니다.

열매가 익듯이 꽃이 핀 후 시간이 지나면서 분홍색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개심사를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청벚꽃입니다.

화사함보다는 정결함, 신선함, 수수함으로 다가오는 청벚은

천년 고찰이면서도 규모가 크지 않고 아담하며 고풍스러운 개심사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왕겹벚꽃과 청벚꽃 삼매경에서 벗어나 이제 천년 고찰의 고즈넉함을 즐길 차례입니다.

 

 

 

사실 개심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못생겨서 아름다운 기둥입니다.

세월의 흔적과 비바람의 어루만짐, 그리고 수백 년간 스쳐간 사람들의 손때를 고스란히 간직한 기둥입니다.

못생겨서 대들보로 쓰이고 기둥으로 쓰인 나무입니다.

저 나무들이 잘생겼더라면 범부의 눈에 들어 먼저 베어졌을 것입니다.

못생겨서 오래도록 살아남아 소중한 절집에 쓰인 것입니다.

 

 

 

이제 절마당을 돌아서 산신각에 오릅니다.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보면 개심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뷰이기도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앞만 보고 내려가기 바쁩니다.

바쁜 건 일상에서도 충분한데...

 

 

 

아무튼 산사에서는 천천히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돌아보는 것이 가장 키포인트입니다.

그리하여 경치도 느끼고, 분위기도 느끼고, 내 마음도 느껴보는 여유를 부려 볼 일입니다.

 

 

 

산신각 오르는 길에 만나는 숲입니다.

생기가 충만한 4월의 숲입니다.

대부분의 사찰은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이르는 진입로와 사찰 뒤쪽에 아름다운 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숨은 명소입니다.

 

 

 

모든 나무껍질은 예술입니다.

그중에서도 소나무 껍질은 과학적이기도 하고 형이상학적이기도 합니다.

 

 

 

 

삼신각입니다.

개심사의 삼신각은 한적한 숲 속에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웅전 내부입니다.

삼신각에서 다시 대웅전을 돌아봅니다.

 

 

 

 

대웅전 앞 전각에서는 화려한 그림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몇 점만 담아 봅니다.

 

 

 

작품성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쁩니다.

 

 

 

 

이번에는 심검당 옆 요사채를 돌아 대웅전 뒤편으로 갑니다.

 

 

 

대웅전 뒤쪽으로는 옛날 시골집의 헛간 같은 건물 하나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그건 모르겠지만 추억의 흙집이 입니다.

 

 

 

대웅전 뒷마당을 돌고나서 하산을 서두릅니다.

사실 개심사는 1시간쯤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사찰에 비해서 정감이 더 가는 절마당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심사에서는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마음을 열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여유를 부려  볼 일입니다.

눈으로 급하게 둘러봐야 할 것들이 딱히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개심사는 눈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으로 느끼기에 좋은 산사입니다.

 

 

 

ㅡ2022.04.25. 개심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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