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3화. 연하봉과 연하선경

2024. 6. 25. 13:35오르다/100대명산

 

[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2화. 세석평전과 촛대봉.

[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1화. 칠선봉과 영신봉을 넘어 세석대피소.[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0화. 덕평봉과 선비샘 이야기.[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9화. 벽소명월(碧沼明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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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12화에 이어지는 글)

▲지리산 종주 능선상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촛대봉.

이제 촛대봉에서 내려와 다시 장터목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촛대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2.7km.

초반에 약간 거친 오르내림이 있기는 하지만

중간에 연하선경이라는 최고의 아름다운 길을 만나는 구간이다.

뿐만 아니라 천왕봉이 가까워진다는 희망 때문에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설레는 구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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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

덕분에 가끔씩 만나는 거친 돌길도 전혀 힘든 줄 모르고 걷는다.

 

 

▲일기예보는 원래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운무만 몰려왔다 몰려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멀리 연하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촛대봉에서 보았던 그 구름은 아직도 내가 가야할 주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사목과 바위와 숲이 잘 어우러진

말 그대로 아기자기 한 길이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는 아이러니한 길.

그래서 이원규 시인은 그렇게 노래했나 보다.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아무튼 그렇게 지리산 종주의 참 맛을 느끼며 걷다 보니 어느새 화장봉이다.

화장봉(1,678m)은 노고단에서 이어져오는 장대한 능선을 조망할 수 있으며

연하선경을 가장 아름답게 내려다볼 수 있는 봉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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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봉에서 본 걸어온 능선이다.

여기에서 무려 25km 거리에 있는 노고단.

아득한 그 노고단과 그리고 구름에 덮여 희미하게 보이는 반야봉.

그 능선들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

직선으로 걸어온 것 같은데 사실은 지그재그로 걸어온 것이다.

아무튼 사람의 발걸음은 얼마나 대단한가?

 

 

▲아! 연하선경(煙霞仙境).

연하선경은 아내가 지리산 종주를 꿈꾸게 한 풍경이다.

사실 연하선경은 실제 풍경보다 이름이 더 멋있고 유명하다.

煙(연기 연) 霞(노을 하) 仙(신선 선) 境(지경 경).

풀이를 한다면 신선이 노닐만한 운무 속으로 지는 아름다운 노을 풍경이 아닐까?

그렇지만 실제 연하선경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좀 엉뚱한데 있다.

 

 

▲옛날 구례에는 구례중학교 선생님들이 주축이 된 산악회가 있었다.

그들은 구례를 살기 좋은 땅이라는 의미의 연하향이라 칭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마도 '이상향'이나 '샹그릴라'쯤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산악회 이름을 '연하'와 함께한다, 혹은 짝한다는 의미로 伴을 넣어

'연하반(煙霞伴) 산악회'라고 지었단다.

그 후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곳곳의 이름을 짓게 된다.

그중에 특별한 곳에 '연하'를 사용했단다.

그 대표적인 이름들이 연하천, 연하선경, 연하봉 등이다.

 

 

▲하여튼 천상의 길이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1,600m 높이의 산상의 길.

저 길을 걷는 그 누구라도 신선이 될 것 같은 생각.

 

 

▲때마침 밀려오는 운무는

운무 속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의미의 이름,

'연하선경'에 딱 어울리는 풍경을 연출해 주고 있었다.

다시 이원규 시인님의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는

구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길에서는 자살을 꿈꿨던 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반성 위에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갈 것 같은 생각.

 

 

▲평일이라서 산객이 많지는 않지만

그 환상적인 길을 누군가 저만치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비록 혼자지만 멋있다.

 

 

▲이 풍경 앞에서 나이 드신 산객 한분을 만났다.

나보다 10년쯤 더 나이드신 분이셨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해보니 역시나 대단한 분이셨다.

대전에서 혼자 오셨고,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셨고,

세계의 유명 산들을 두루 등반하셨단다.

특히 내가 매주 즐겨보는 '영상 앨범 산'에 출연도 하셨다는 대단한 분이셨다.

 

 

▲그분과 대화도 나누고, 셀카도 찍고.

그리고 나서야 우리도 연하선경길을 걷는다.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여기에서는 다양한 포즈까지 취해준다.

 

 

▲연하선경길을 걸어 연하봉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본 풍경이다.

이쪽에서 봐도 그림 같은 길이다.

 

 

▲이제 연하봉 정상을 지나고 있다.

여기서 장터목까지는 800 m.

그러나 대부분 걷기 좋은 길이다.

 

ㅡ2024.06.03.연하봉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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