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8화. 형제봉 이야기

2024. 6. 17. 17:43오르다/100대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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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7화. 연하천 대피소에서 꿀맛 점심.

[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6화. 산상의 장터 화개재(화개장터)와 토끼봉.[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5화. 노루목과 반야봉 지나 삼도봉에 오르다.[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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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7화에 이어지는 글)

▲오후 3시 21분.

연하천대피소에서의 꿀맛 같은 점심과 꿀맛 같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연하천 대피소에 걸린 지리산 시인으로 알려진 이원규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의 끝부분이다.

마음 편한 사람은 오지 말라는 것일까?

마음 심란한 사람만 오라는 뜻일까?

사실 사람은 걷는데 최적화되어있는 동물이다.

걸으면 마음도, 몸도, 머리도, 정리되고 치유된다는 게 정설이다.

수면을 취할때 엉클어져 있던 뇌 속의 정보와 생각들이 정리되듯이.

그래서 고금을 막론하고 유명한 시인과 소설가,

철학자와 사상가 할 것 없이 생각이 막히면 무작정 걸었다고 하는 공통점이 있다.

훗날 그들이 걸었던 길은

괴테의 길, 헤밍웨이의 길, 고흐의 길, 원효 깨달음의 길 등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왜 그렇게 썼을까?

그 시의 바로 앞부분을 보면 짐작이 간다.

 

"연하봉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제발 오지 마시라' 는 구절 앞의 구절이다.

그만큼 지리산 길을 걷다보면

생각이 바로 선다는 뜻을 강조 한 건 아닐까?

▲연하천을 나서는 길.

배도 든든하고 발걸음도 한 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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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오늘 걸은 거리는 13.2km.

벽소령까지 오늘 걸어야 할 거리는 이제 3.6km가 남았다.

시간도 충분하고 길도 좋고.

연하천에서 출발하는 1km쯤의 거리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그림.

넘실대는 산들의 파도.

지리산 종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음정마을 6.6km.

평생 잊지 못할 이정표 중 하나다.

벌써 6년이 지난 이야기다.

그때도 딱 이맘때였다.

패기만으로 너무 쉽게 도전했던 지리산 종주.

결국 돼지령 부근에서 허리가 삐끗하고 말았었다.

할 수 없이 무거운 짐의 대부분은 아내가 지고

비교적 가벼운 아내의 배낭을 내가 메고 연하천 대피소까지 가서 1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여기서 음정마을로 탈출했었던 기억.

아픈 통증을 견디며 걸어야 했던 6.6km의 하산길.

얼마나 길었던지...

 

 

▲음정마을 삼거리를 지나면서 길은 다시 거칠어졌다.

그렇게 조금 거친 오르막을 200m쯤 오르면 삼각고지 정상이다.

 

 

▲삼각고지(1,484m) 정상에서의 조망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도 훌륭한 그림이다.

그런데 이름이 왜 삼각고지일까?

 

 

▲바위 위에 올라앉은 박달나무.

 

 

▲삼각고지를 지나면서 잠시 보여준 천왕봉 주능선.

왼쪽부터 중봉, 천왕봉, 제석봉, 연화봉, 촛대봉, 칠선봉, 영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삼각고지에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길.

거칠고 바위가 많은 구간이다.

그중에는 멋진 바위문도 몇군데 지나야 한다.

그래서 힘듦과 재미가 함께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여주는 산들의 파노라마.

사방으로 펼쳐지는 아련한 산그리메는 지리산의 전매특허다.

지리산의 산그리메는 왜 그리 아련한지.

 

 

▲아무튼 지리산의 모든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청초한 이파리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고사목.

못생긴 바위와 제멋대로 자란 나무.

그 틈새를 비집고 살아가는 이름모를 풀들까지.

그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편안함을 주는 곳.

지리산.

 

 

▲형제봉(1,442m) 정상에서 본 천왕봉.

이제 벽소령대피소도 살짝 보이고

천왕봉도 많이 가까워졌다.

 

 

▲형제봉 정상을 넘어서면 지리산에서 쉽게 보기 힘든 거대한 바위가 불쑥 나타난다.

형제 바위다.

갑자기 나타나는 거대한 암봉이 위압적이기까지 했다.

 

 

▲여기에서 보면 하나의 바위 같지만 실제는 두 개의 바위다.

왜 형제 바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지리산에서 수도하던 형제가 있었다.

형제는 열심히 수행에 정진해서 성불의 경지에 이른다.

그런데 지리산의 여신인 지리산녀가 그들을 유혹했다.

그래서 형제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 등을 맞대고 서서 수행을 더욱 열심히 했다.

그렇게 오랜세월 기도하던 형제는 그대로 바위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바위를 형제 바위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아무튼 형제 바위는 지리산에서는 진귀한 바위다.

 

 

▲형제바위 아래 부분이다.

이제 오늘 산행의 종점인 벽소령대피소까지는 1.5km가 남았다.

 

 

ㅡ2024.06.02.형제봉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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