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5화. 마침내 구름속 천왕봉에 오르다.

2024. 6. 28. 19:04오르다/100대명산

 

[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4화. 낭만이 있는 장터목대피소.

[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3화. 연화봉과 연화선경[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2화. 세석평전과 촛대봉.[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1화. 칠선봉과 영신봉을 넘어 세석대피소.[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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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14화에 이어지는 글)

▲열악한 장터목대피소의 잠자리.

그렇지만 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1,600 여m의 산중에서 이만큼 아늑한 잠자리는 어쩌면 호사에 가까운 편리함이 아닐는지.

평지의 웬만한 호텔보다 값어치가 있는 잠자리가 아닐까?

아무튼 옆사람의 뒤척임에 내가 잠을 설치고

반대로 내 뒤척임에 옆사람이 잠을 설치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새벽 3시에 기상을 했다.

주섬주섬 필요한 것들만 대충 챙기고 마지막 여정,

천왕봉을 향해서 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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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문.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

비교적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난도다.

하긴 '한국인의 기상이 시작되는 곳'이라는데

호락호락하게 그냥 내어줄 리가 없지.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캄캄한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이 나왔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500m.

그러나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어야 하는 구간이다.

 

 

▲3일 차 새벽 04시 50분.

일출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날이 새기 시작했다.

천왕봉의 일출시간은 05시 20분.

부지런히 올라가면 일출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운무가 가득해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오른다.

 

 

▲이제 정상이 눈앞에 있다.

그동안 일출 시간은 벌써 지났지만 하늘은 여전히 먹통이다.

그래서 먼저 올라간 사람들은 포기하고 다 내려가고

찬란한 일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몇몇만 추위와 씨름하고 있었다.

 

 

▲아!!!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이 시작되는 곳.

3일 동안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그 길의 끝, 구름 속 정상에 섰다.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29km.

한걸음, 또 한걸음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성취다.

사람이 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수백 개의 근육과 수십 개의 뼈마디가

버티고 움직여 한 걸음이 된다고 한다.

오늘 내가 여기 설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내 몸의 그 수많은 근육과 뼈마디,

그리고 나의 정신력이 합동으로 이루어낸 결과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

그 일출까지 볼 수 있었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종주 휘날레가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 허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아니 어쩌면 쨍한 일출보다 열릴 듯 말듯한 하늘 덕분에 더 신비한 천왕봉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출은 아니지만 잠깐씩 열리는 하늘.

찬바람을 피해 가며 얼마나 서성였을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아주 저버리지는 않았다.

 

 

▲이 장엄함.

그러나 오래 보여주지는 않았다.

카메라 들이대면 어느새 닺히고 말았다.

 

 

지리산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등 3개도,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구례군, 남원시등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하는 산이다. 

그래서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최고봉 천왕봉은 높이가 1,915m로 한라산에 이어 남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유래에 의하면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해서 지리산(智異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지리산은 특히 화엄사나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장장 29km의 종주로 유명하다.

나도 오늘 그 종주길의 끝에 서 있다.

 

 

▲06시 10분.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다.

그래서 열릴 듯 말 듯 한 하늘이지만 무한정 죽치고 기다릴 수도 없는 일.

그래도 삼대까지는 아닐지라도 일대 정도는 덕을 쌓았을까?

아무튼 이 정도로 만족을 하고 하산길에 든다.

 

 

▲어두워서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고사목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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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문 상부

▲통천문.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한다는 뜻.

천왕봉을 지키는 문이다.

그래서 부정한 사람은 통행을 못한다는 전설이 있는 문이라고 한다.

또 옛 선조들은 통천문 아래는 인간의 세계,

통천문 위는 천왕의 세계로 여겼다고도 한다.

 

 

ㅡ2024.06.04.천왕봉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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