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1. 18:27ㆍ오르다/기타산
본격적인 단풍의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산행은 단풍 단행이 최고이지요.
단풍의 아름다움, 가을의 정취...
거기에다 가을의 향기는 덤이지요.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수리산 단풍을 맞으러
올해 첫 수리산 태을봉 산행을 합니다.
수리산 산림욕장에서 슬기봉으로 오른 뒤 태을봉까지 종주 산행은
내가 주로 즐겨하는 코스이지요.
그런데 매년 몇번씩은 하는 코스인데 나이 탓인지 올해는 첫 산행을 이제야 합니다.
수리산 종주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지요.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서자 성미 급한 나무는 벌써 단풍잎을 뽐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싱그러운 가을 숲 정취를 만끽하며 쉬엄쉬엄 오르면 나오는 체육시설이 있는 공터입니다.
공터 옆에 있는 거대한 참나무 한그루가 일부러 비율을 맞춘 듯 똑같습니다.
어떻게 두 줄기가 영양분을 똑같이 나누어 가졌을까요?
생김새는 또 어떻게 똑같이 자랐을까요?
뒤집어 놓으니 꼭 사람이 서있는 모양입니다.
체력 단련장을 지나 급경사를 20분쯤 오르면 만남의 광장이 나옵니다.
옛날 암자 터였다는 만남의 광장 주위엔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에워싸고 있지요.
평지나 산지 할 것 없이 잘 자라는 느티나무는
흔히 마을 앞에 심어서 당산나무로 많이 쓰인 나무입니다.
목재가 잘 썩지 않고 물에 잘 견디어서 농기구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나무지요.
은행나무와 함께 장수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1000년을 넘긴 느티나무가 25 그루에 달한다지요.
만남의 광장을 지나면서 길은 더욱 거칠어지고 가팔라집니다.
그래서 지난 폭우에 등산로가 많이 망가졌습니다.
슬기봉이 가까워지면서 까칠한 바위들이 앞을 막아섭니다.
못생긴 수리산의 바위들이지요.
정상부엔 벌써 단풍이 제법 들기 시작했습니다.
개별로 보면 이 정도의 단풍도 좋지요.
단풍이지만 싱그러운 느낌...
슬기봉 정상입니다.
원래 슬기봉 정상은 451m로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통상 작은 슬기봉이라는 이곳을 오르지요.
안양과 산본 시내는 물론 멀리 청계산과 광교산까지 조망이 되기 때문에
그래도 제법 정상 기분 내기에 손색이 없지요.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태을봉을 향해서 갑니다.
능선길엔 가을 정취에 취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단풍이 물들어 있습니다.
맨 끝 높은 봉우리가 가야 할 태을봉입니다.
슬기봉에서 태을봉까지는 능선을 따라 2km쯤의 거리입니다.
그렇지만 오르내려야 해서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요.
저 건너에 또 다른 나의 단골 코스인 수암봉이 보입니다.
수리산의 정상인 태을봉보다 낮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조망이 워낙 좋아서 인기가 많은 봉우리지요.
이제 슬기봉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 칼바위 구간을 지나갑니다.
그동안 없던 계단이 지난 1년 사이에 새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계단이 무려 365계단이라네요.
365계단을 올라 칼바위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바위가 칼처럼 날카롭다고 해서 칼바위 능선이라 했다지요.
데크계단이 설치되기 전에는 굉장히 위험했던 구간이기도 하지요.
칼바위에서 뒤돌아 본 걸어온 능선입니다.
둥근 구조물이 있는 봉우리가 슬기봉, 그 앞 봉우리가 조금 전 내가 오른 작은 슬기봉입니다.
계속되는 칼바위 구간입니다.
안전하게 워낙 잘해놓아서 한 결 쉬워졌습니다.
칼바위 능선은 원래는 위험하기도 했지만 체력 소모도 많았던 구간이지요.
스릴 넘치는 다이내믹함이 없어진 셈이지요.
그래서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단조로워서 아쉽기도 합니다.
수리산의 못생긴 바위입니다.
수리산의 바위는 한결같이 못생겼습니다.
그 못생기고 거친 바위 조각 사이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졸참나무입니다.
대단한 생명력입니다.
졸참나무에 터를 잡은 또 다른 나무입니다.
나무는 산행하는 내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장 많은 감명을 줍니다.
이제 마지막 난코스인 병풍바위 구간에 올라섭니다.
그 구간에 있는 예술 소나무입니다.
정말 치열하게 살아낸 소나무지요.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으면 저리 형이상학적인 모양의 수형이 되었을까요?
이제 태을봉이 눈앞에 있습니다.
병풍바위 상부입니다.
원래는 병풍바위도 오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우회하도록 데크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역시 덕분에 안전하고 쉽게 지나갈 수 있지만 스릴은 없어졌습니다.
병풍바위 우회길입니다.
병풍바위에서 보이는 시화호입니다.
산행 시작 2시간 30분 만에 태을봉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태을봉 정상은 조망이 전혀 없는 전형적인 육산의 정상입니다.
늦은 오후라서 산객도 없습니다.
잠시 커피 한 잔으로 휴식을 끝내고 전망대로 이동합니다.
전망대에서 본 풍경입니다.
태을봉 정상에서 조망이 없기 때문에 50m 옆에 별도의 전망대를 설치했지요.
안양, 산본, 수원, 청계산, 광교산 등의 전망은 물론 일몰 풍경이 일품인 곳입니다.
일몰까지 감상하고 내려가고 싶지만 오늘은 야간산행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서둘러 하산합니다.
*산행코스: 수리산 산림욕장 ㅡ만남의 광장 ㅡ슬기봉 ㅡ칼바위 ㅡ병풍바위 ㅡ태을봉 ㅡ전망대 ㅡ궁내정 ㅡ상연사 ㅡ수리산 산림욕장(6km 4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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