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등산코스]하늘하늘 억새길 걸어 영축산.

2022. 11. 1. 18:14오르다/기타산

영축산은 영남알프스 산군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끔 오르는 산이라고 해서 더 유명해진 산입니다.

사실 오늘 조금 무리해서까지 영축산에 오른것도 물론 걷기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이유가 일정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신불산 편에서 언급되었던 신불재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 신불산으로 오르는 억새바람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터가 열렸다는 신불재는 영축산과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은 물론

불승사 방향과 신불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나뉘는 산상 사거리입니다.

 

 

억새가 아름다운 신불재를 지나 영축산으로 향합니다.

정말 대단한 억새 평원입니다.

양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평원을 감상하면서 데크 계단을 오릅니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그 계단이 끝나고 뒤돌아본 모습입니다.

조금 전 가야 할 영축산까지의 길이 궁금해서 마주오는 산객에게 물어봤을 때

그 산객이 했던 말이 생각나는 풍경입니다.

"살방살방 걸으면 됩니다"

 

 

살방살방 걸으면 된다는 표현 이상 어떤 표현이 있을까요?

산상에서 이런 길을 걷는다는 건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1000m 정도의 고도에서.

 

 

이 풍경을 보면서 걷습니다.

말 그대로 「억새 하늘길」이라는 표현에 손색이 없는 길입니다.

 

 

아쉽게도 억새는 때가 지난 듯 하지만 단풍은 절정입니다.

대부분의 동쪽에 있는 산들이 그렇듯 신불산과 영축산도 서저동고(西低東高)형 지형입니다.

그래서 두 산의 동쪽은 대부분 암벽으로 되어있지요.

 

 

걸어온 길입니다.

이제 신불산 정상이 저 멀리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더 가야 할 영축산 방향입니다.

동쪽의 절벽과 서쪽의 완만한 경사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1000m 높이의 산길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신불산에서는 2.9km, 신불재에서는 2.2km의 구간이 대부분 이런 길입니다.

 

 

모처럼 산객 두 분을 만납니다.

마치 그림 속을 걸어가는 듯합니다.

우리네 인생길도 이런 길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숲을 이루고 있는 동쪽 경사면에는 단풍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양한 색이 적당히 섞인 단풍이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오색 물감이 흘러내리는 듯합니다.

 

 

설악산의 한 줄기를 방불케 하는 멋진 모습입니다.

부드러운 사면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쪽 방향에서 보면

이런 풍경이 있으리라 짐작이 가지 않는 풍경이지요.

 

 

능선길 옆 소나무 두 그루가 아늑한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억새밭에서는 이 보더 더 요긴한 쉼터는 없지요.

쉬어가고 싶은 곳이지만 우리는 갈길이 멀어서 그냥 지나갑니다.

 

 

이 광활한 신불평원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성이 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밀려오는 왜군을 맞아서 싸운 단조성이라지요.

대부분이 의병이었던 조선군은 왜병의 기습을 받아 대부분 전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흘린 피가 이 신불평에 못을 이루었다니 갑자기 숙연해집니다.

 

 

룰루랄라 걷기 좋은 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사이 영축산 정상이 제법 가까워졌습니다.

저 그림 같은 길 끝에 보이는 봉우리가 영축산 정상입니다.

 

 

그리고 뒤돌아 본 신불산 방향입니다.

키 작은 소나무가 청일점처럼 길 한가운데 버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바람을 이기기 위해서 잔뜩 엎드려서 살아내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마지막 정상 암봉을 오릅니다.

영축산 정상은 뭉툭했던 신불산 정상과 달리 거대한 암봉입니다.

그래서 정상 맛이 나는 봉우리이지요.

 

 

취서산이라고도 부르는 영축산은 높이가 1081m입니다.

역시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한 산이지요.

유명한 대사찰 통도사를 품고 있어서일까요?

영축산이라는 명칭 유래는

석가모니가 화엄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의 마다가국에 있던 산 이름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축산의 정상에서는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생 샷을 담기에도 최적화되어 있지요.

거기에다 오늘은 아무도 없어서 우리 부부가 독차지하고 셀카를 찍어댑니다.

 

 

신불산 방향입니다.

내가 걸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세상을 다 가지면 이런 기분일까요?

아무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입니다.

 

 

충분하게 쉬고, 충분히 즐기고 하산을 합니다.

하산은 지내 마을로 합니다.

거리가 가장 짧아서 선택한 하산 코스입니다.

 

 

단풍이 한창인 숲 구간을 지나갑니다.

그런데 하산 시작 10분도 되지 않아서 하산 코스에 실망을 합니다.

너무 가파르고 위험한 하산길이었던 것이지요.

 

 

급경사 구간을 30분쯤 내려서자 취서산장이 나오고 길은 가파른 지름길과 임도길로 나뉩니다.

그런데 표기된 거리가 제각각입니다.

위에서 3km로 알고 내려왔는데 다시 3km입니다.

아무튼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임도길로 쉬엄쉬엄 내려가고 싶지만

거리가 짧은 지름길을 택합니다.

 

 

조성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나무 숲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길은 무릎에 무리가 갈 정도로 가파르고 거칩니다.

 

 

임도입니다.

지름길은 이 임도를 건너서 샛길로 되어 있습니다.

 

 

거의 하산이 마무리된 지점에서 올려다본 영축산 정상입니다.

너무 힘들고 지루한 하산길이었지요.

그래서 산정에서 룰루랄라 기분 좋게 걸었던 그 기분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하산을 완료합니다.

어마어마한 대장정이었습니다.

무려 15km를 걸은 셈이지요.

그러나 하산은 마무리했지만 또 교통편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시골이지만 생각보다 택시가 빨리 와서 한시름 놓습니다.

아무튼 대단한 하루였습니다.

 

*산행코스: 배내고개 ㅡ간월재 ㅡ신불산 ㅡ신불재 ㅡ영축산 ㅡ지산리(15.4km. 천천히 휴식포함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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