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7. 16:11ㆍ오르다/기타산
위치:군포시 속달로 347-34
도립공원관리소 앞에 새로 조성된 공원
코로나19로 답답하고 우울한 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
용어가 생소하기도 하지만 문법적으로도 맞는지 모를 단어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지켜야하는 현실 앞에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는 요즘이다.
그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실내보다는 야외가 낫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산으로 공원으로 봄맞이를 나오기 시작했다.
인위적으로 2m 거리두기가 야외에서도 쉽지않은 상황,
그래서 한적한 곳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래서 수리산 임도 걷기에 나섰다.
주말에는 여기도 사람들이 많겠지만 평일이라서 다행이 사람이 거의 없다.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든지 산길에 들어서자
길가의 메마른 나뭇가지들에는 벌써 연둣빛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그 연둣빛은 tv에서 연신 전해져오는 음울한 소식을 상쇄하는 희망의 빛처럼 느껴졌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등은 사망자가 만명을 넘었다고 하니까 왠만한 전쟁보다도 인명피해가 큰 셈이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오늘 현재상황은 총 감염자가 만여명,
그중에 완치자가 6천여명,사망자가 170여명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모범사례,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위로와 자부심이 솟는 소식이 아닐수 없다.
아마도 이번 코로나19의 세계적 파동이 끝나고나면 세계 질서가 어느정도 재편되지 않을까?
G7이라는 나라들을 보면 이번에 너무 형편없는 대처를 했다.
그 G7에 이제 우리나라가 들어가야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번쯤 걷는 임도길인데 올해는 겨울이 따뜻해서
진달래는 벌써 져가고 있고 반면에 연두색 새싹은 제법 짙어지고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봄의 수리산임도에는 의외로 진달래가 많지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산모퉁이 돌아설때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건
역시 하늘하늘 연분홍 진달래다.
오늘 내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인 장면이다.
tv만 켜면 나오는 음울한 소식을 단번에 상쇄시켜주고도 남는 생동감 때문이다.
사실 요즘같은 이른 봄길에 진달래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수리산 임도의 멋은 구불구불,돌고 도는 길모양에 있다.
그 임도의 봄길을 꾸며주는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간히 나타나는 진달래다.
완연한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산풍경은 무채색이다.
그 무채색에 유일한 색감이 진달래 분홍색이다.
걷기 시작한지 1시간 반만에 제법 운치있는 쉼터에 도착했다.
임도 답지않게 조망이 좋기도 하지만 벤치옆 일찍 핀 벚꽃 그늘이
마치 어느 잡지책 표지같은 느낌을 주는 쉼터였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다시 길을 나선다.
조금 늦은 시간에 걷기 시작해서 갈길이 멀다.
그래서 잠깐의 휴식으로 만족을 해야했다.
봄날 가장 마음을 설래게 하는 연두빛이다.
마치 연두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듯 한 모습에 한동안 가던 길을 멈춰섰다.
2달여만에 또 하나의 데크길이 생겨났다.
워낙 날이 따뜻해서 양지바른 곳은 제법 푸르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제 10km의 임도 완주의 반환점부근을 지나고 있다.
사실 임도 10km 완주하기는 계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산행처럼 다이나믹하지 않고 단조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루함과 싸워야 한다.
한웅큼의 봄을 만나는듯 한 풍경이다.
매년 이맘때 이곳을 지날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나무의 종류는 모르겠지만 참 부지런한 나무다.
다른 나무들이 아직 움도 틔울 생각도 하고있지 않은 이른 봄에 거의 초여름 초록잎을 뽐내고 있는것이다.
임도길의 가장 인상적인 산모퉁이...
수리산 임도길은 이런 산모퉁이의 연속이다.
산모퉁이가 신비감을 더해주는 건
모든 풍경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일직선의 산길과 달리 돌아서면서 서서히 보여지는 풍경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다.
바람개비정
임도 완주길의 5개의 정자중에 하나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슬기봉 ㅡ
한적한 산길을 도란도란 걷는 부부의 모습이
주변 풍경이 화려하지 않아서 더 정겨워 보였다.
아랫부분으로 내려올수록 산길은 더욱 봄 느낌이 완연해지고 있다.
가야할 반대편 산 ㅡ
연두빛이 감돌고 있는 저기 산중턱으로 가야할 임도가 있다.
이제 임도를 내려와 들길을 걷는다.
반대편 임도로 연결되는 구간으로 200m쯤의 길이다.
그 들길 중간에는 외딴집이 있고 외딴집 주변에는 버드나무 몇그루가 있다.
늦은 오후의 산등성이를 비켜내리 쬐는 빛을 받은 버드나무의 윗부분,
연둣빛을 발산하고 있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시골의 봄 풍경을 대변하고 있는듯 하다.
밭을 일구는 농부 ㅡ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봄 풍경중에 최고는 봄 밭갈이를 하는 농부의 모습이다.
사래 긴 밭은 아니지만 정갈하게 씨뿌릴 준비를 하고있는 농부의 모습이 어렸을때의 옛추억을 소환해 주었다.
다시 반대편 임도에 들어섰다.
반대편 임도의 입구는 우리나라 산에서는 흔치않은 튜립나무라는 외래종 나무의 쭉쭉 뻗은 숲 풍경이다.
이쪽 임도의 특색은 수리산의 산세를 온전하게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산 중턱쯤이 내가 걸어왔던 임도가 있다.
이제 덕고개로 내려간다.
덕고개를 건너 다시 임도오거리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림같은 덕고개 마을 ㅡ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냥 시골마을이었는데 어느새 아름다운 집들이 들어서고
알록달록 다양한 컬러가 있는 아름다운 산골마을이 되었다.
임도오거리 중간쯤에 있는 소나무 숲길 ㅡ
임도길 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구간이다.
길 양옆으로 벚나무를 심었는데 산길 특성상 햇빛 부족으로 죽은 나무가 많은걸 보면 실패한 정책인것 같다.
어느덧 해는 서산을 넘고 있다.
완주하기에는 아직 2km쯤이 남았는데 중단해야 할것 같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지름길 ㅡ
한때 많이 이용했던 소나무 숲길이다.
그때는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인위적이지 않아서 운치있는 사색의 길이었는데
요즘은 등산로와 데크길등으로 잘 조성해 놓아서 편하게 오를수는 있지만 그런 숲길 운치는 많이 퇴색되어버렸다.
숲길을 나와 도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자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동안에 꽉 차있던 주차장엔 덩그러니 내차 한대만 있다.
완주를 하지못한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8km쯤의 봄 길을 걸으면서 지긋지긋한 코로나19에서 해방이라도 된듯한 기분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수리산 임도완주☞https://gabo.tistory.com/54
ㅡ2020.04.03.수리산 임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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