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향기는 벌을 부르고...

2022. 5. 29. 01:06photo essay ㅡ생각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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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슬퍼 보이는 꽃.

찔레꽃은 추억의 꽃입니다.

찔레꽃은 지금처럼 꽃들이 많지 않았던 옛날,

내 어렸을때 산과 들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꽃 중에 하나입니다.

향기가 독특해서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꽃.

이맘때쯤 길가에서 만나는 찔레꽃 줄기를 꺾어서 먹었던 기억은

슬픈 추억중에 하나이기도 하지요.

 

 

찔레꽃이 슬픈 추억으로 기억되는 건

궁진하고 허기졌던 어린 나이의 입맛에도 별로 맛이 없었던 기억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찔레꽃에 대한 슬픈 노래 때문일까요?

하여튼 개인적으로 찔레꽃을 보면 슬퍼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나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왜 찔레꽃은 슬픈 꽃으로 노래 불러지고 기억될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건 아마도 찔레꽃의 슬픈 전설 때문이 아닐까요?

대강의 전설은 이렇습니다.

 

"옛날 오랑캐의 나라 원나라에 우리나라 처자들이 공녀로 끌려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산골마을에 아버지와 찔레와 달래라는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물을 캐러 나간 자매는 관원에게 붙잡혀

공녀로 차출될 위기에 몰립니다.

자매는 몸이 좋지 않은 아버님을 위해서 서로 자기 한 사람만 가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서로 자기가 가겠다고 하는 자매들을 보고 있던 관원들은

그 처자들의 심성에 감동을 받아 언니인 찔레만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오랑캐에 끌려간 찔레는 다행히 마음씨 좋은 주인을 만나

잘 입고 잘 먹고 비교적 편하게 살 수 있었으나 고향에 두고 온 아버님과 동생 달래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여위어가는 찔레를 본 마음씨 좋은 주인은

찔레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10여 년 만에 고향집에 돌아왔으나 집은 잡초만 무성했습니다.

옆집 할머니에게서 전해 들은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찔레가 오랑캐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목 메달아 죽었다고 하고

동생 달래는 그 충격에 집을 나가 소식을 알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찔레는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다가

어느 겨울날 산길에서 죽고 맙니다.

그 찔레의 주검 위에 흰 눈이 쌓이고 그 이듬해 그 자리에는

그 눈처럼 하얀 꽃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꽃을 찔레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설을 노래한 것일까요?

장사익이 노래한 찔레꽃 가사입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아 ~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사랑했지

찔레꽃처럼 살았지 

찔레꽃처럼 울었지"

 

 

물론 가사의 내용도 슬프지만

장사익 씨가 부르는 노래는 더 구성지고 슬픕니다.

 

 

 

오늘 만발한 그 찔레꽃에 벌이 앞다투어 날아들고 있었습니다.

 

 

ㅡ2022.05.27.상록오색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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