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요새 주흘산

2020. 9. 9. 15:10오르다/100대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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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경북 문경시 문경읍

 

 

 

 

문경새재 제1 관문

요즘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코로나19의 부작용이 심각하단다.

그런데 이제 그 얘기가 남의 얘기가 아닌 나의 얘기,우리의 얘기가 되어버렸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산에서도 사람 스치는게 맘이 편치 않다.

결국 일요일 산행을 포기 할까? 하다가 좀 한적할것 같은 산을 찾아 나선다.

주흘산이다.

 

 

주흘산 산행코스는 거의 단일 코스다.

두개의 코스 정도로 요약될 수 있으나 실은 하나의 코스에 부봉을 오르느냐 마느냐로 나뉠뿐이다.

그러나 부봉코스는 워낙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거의 1코스를 선호한다.

1코스의  등산 기점은 제1관문이 아니면 제2관문이다.

그중에서도 제1관문으로 올라 제2관문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충렬사

 

 

 

 

 

 

 

 

 

 

 

 

제1관문을 지나 잘 정비 된 새재길 오른쪽으로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나란히 나 있는 산길을

10여분 오르다 보면 웅장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여궁폭포

그 물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오르고 나서야 수줍은듯 숨겨져있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여궁 폭포다.

파랑소라고도 불리는 여궁폭포는 숨겨진듯 깊숙히 자리잡은 모습과는 달리 20여m의 높이에서

힘차게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이 수정같이 맑아서 옛날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수줍은 듯한 모습이

마치 여인의 하반신과 같다하여 여궁폭포, 혹은 여심폭포로 불리게 되었단다.

 

 

 

 

 

 

 

 

 

 

 

 

시간절약을 위해서 혜국사를 건너 뛰고 잠깐의 급경사 구간을 오르고 나면 여궁폭포의 상부다.

여기서 부터 다시 크고 작은 무명 폭포가 즐비한 시원한 계곡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 쉬엄쉬엄 걸으면 되는 멋진 산길이다.

 

 

 

그런 길을 1km쯤 진행하자 주흘산 최고의 힐링 구간인 소나무 숲길이 나왔다.

그것도 쭉쭉 뻗고, 매끈매끈한 금강송 숲길이다.

 

 

 

 

 

 

 

 

 

 

 

정말 살아있는 나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끈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마치 수년전 백두산 여행때 보았던 백두산 아래 첫마을이라는 곳의 미인송을 보는듯 했다.

 

 

 

 

 

 

 

경주의 삼릉 소나무 숲이 정제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간직한 숲이라면

여기는 생동감이 넘치고 자연스러운 멋을 발산하는 숲이었다.

그리고 흰색의 자작나무 숲이 정적이고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숲이라면

황토색의 이곳 소나무 숲은 온화하고 건강미가 넘치는 숲이었다.

 

 

 

아름답고 과학적인 느낌의 소나무 표피

 

 

 

 

 

 

 

 

 

 

 

 

 

 

 

 

 

 

 

 

 

 

 

 

 

 

 

 

 

 

 

 

 

아름다운 황토색 소나무 숲을 책을 읽듯 즐기며 살방살방 오르다보면

대궐터가 나오고 대궐샘이라는 약수터가 나온다.

 

 

 

 

대궐샘

이 깊은 산속이 대궐터가 되기까지는 한 많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있다.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의 침공으로 안동까지 피신한다.

그때 당시 잠시 머물렀던 곳이 이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 주변에서는 기왓장이 나온다고 한다.

 

 

 

대궐샘을 지나면서 산행은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무려 1000개가 넘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몇번을 쉬고서야 오를 수 있다.

 

 

 

계단이 끝나면 금방 나올것 같던 정상은 아직도 감감하고,

잠깐의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에 두 봉우리 사이로 빼꼼히 내려다 보이는 문경의 논밭 풍경이 정겹다.

 

 

 

그렇게 다시 10여분을 걷고 나서야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만난다.

말 그대로 다리의 힘이 다 풀릴 쯤이다.

 

 

 

3시간 반만에 선 주흘산 주봉이다.

주봉은 1076m로 영봉보다 30여m 낮다.

그런데도 주봉으로 불리게 된것은 조망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망이 좋아서 주봉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 처럼 조망이 마치 알프스 자락이라도 되는듯 했다.

높은 준봉들에 에워쌓인 문경읍과 늦여름 들녁의 풍경이 평화로운 스위스의 풍경을 연상케 한 것이다.

 

 

 

 

 

 

 

 

천혜의 요새를 방불케하는 주흘산이 주군의 산이라는 의미의

主屹山이라 불리게 된것은 고려말 공민왕이 이산 자락에 잠시 머물렀다는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평화로운 풍경을 앞에 두고 점심을 먹는다.

간단하게 싸 온 김밥이지만 산정에서 먹는 그 맛은 언제나 꿀맛이다.

오늘도 예외가 아닌 꿀맛 김밥을 먹고 다음 목적지 영봉을 향해서 출발한다.

 

 

 

 

 

 

 

 

 

 

 

 

영봉 가는 길에 뒤돌아 본 주봉

 

 

 

주봉에서 40분쯤 더 오르면 영봉이 나온다.

주로 능선길로이루어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주흘산의 사실상의 정상인 영봉이다.

주봉보다 30여m 높은 1106m로 조망은 한정되어 있다.

거기에다 운무까지 몰려와서 그 한정된 조망도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영봉에서부터의 하산길이 문제다.

거의 1.5km구간이 급경사 내리막 길인데 아무런 안전시설도 없다.

거기에다 중간에 비까지내려서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몇번을 해야했다.

 

 

 

 

 

 

 

 

 

 

 

지루하고 험한 하산길이 계속되는 중간에 다시 금강송의 아름다운 숲이 나타났다.

떡 본 김에 쉬어가는 심정으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산을 계속한다.

 

 

 

 

 

 

 

무려 2km나 계속되던 급경사 구간이 끝났다.

여기서부터 다시 2km 가까이는 맑은 계곡과 함께 한다.

 

 

 

 

 

 

 

 

꽃밭서덜

이윽고 특이한 이름의 특이한 풍경을 만난다.

'꽃밭서덜'ㅡ

누가 쌓았는지, 왜 쌓았는지, 언제 쌓았는지 알길이 없는

수많은 돌탑 무더기가 장관을 이루는 풍경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경이로운 풍경도 풍경이지만 어떻게 그런 이쁜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의외의 단순한 이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주위에 진달래등의 야생화가 많다는 뜻의 꽃밭과 너덜의 사투리인 서덜을 합쳐서 꽃밭서덜' 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참 이쁜 이름이라는 생각과 함께 수많은 돌탑들 자체가 돌 꽃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밭서덜을 지나서도 하산길은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그런데 등산로 정비가 하나도 않되어서 계곡을 수도 없이 건너야 했다.

만약 폭우를 만난다면 영락없는 고립자 신세가 될 상황에 처하기 십상인 길이었다.

당국자들이 그걸 알기는 아는지 어떤 구간은 로프를 설치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도 했지만

이런 주먹구구 말고 제대로 된 다리 설치가 급선무 같았다.

 

 

 

 

 

 

 

 

 

 

 

 

제2관문

무려 6시간만에 사실상 하산 완료지점인 제2관문에 도착했다.

오를때는 지루할 겨를 없이 올랐는데 내려오는 길은 참 지루했다.

가파른 등산로도 그렇지만 전혀 정비가 되지 않은게 더 문제였다.

 

 

 

제2관문에서 다시 주차장까지는 3km남짓이지만

맨발로 걸어도 좋을정도로 좋은 새재길이라서

다양한 볼거리들을 즐기며 3,40분 걷다보면 도착 할 수 있다.

그렇게 7시간만에 산행을 끝냈다.

지난 산행 기억과 계획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한마디로 평가 한다면

'참 지루한 산행'이었다.

 

산행코스:제1관문 ㅡ여궁폭포 ㅡ궁궐샘 ㅡ주봉 ㅡ영봉 ㅡ꽃밭서덜 ㅡ제2관문 ㅡ제1관문(12.5km 천천히 7시간)

 

 

 

 

ㅡ2020.09.06.주흘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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