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4. 14:15ㆍ오르다/100대명산
위치:충북 단양군,경북 영주시,봉화군 일원
어의곡 산행 기점.
아내 덕분에 엉겁결에 소백산 여름 산행을 나선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급조된 산행 계획...
그래서 좀 편한 코스,빠른 코스를 검색하다보니 어의곡 코스가 마음에 와 닿았다.
어의곡 코스는 정상에 오르는 최단 코스이면서 탐방객이 많지 않아서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단다.
그래서 일단 택하고 본 코스다.
산행기점인 어의곡은 새밭유원지가 있을 정도로 청정 계곡이었다.
마침 장마철이라서 계곡에 물이 많아
폭포소리를 방불케하는 물소리가 여름 산행의 무기력함을 해소시켜주고 있었다.
거친 물소리를 듣으며 시작하는 상쾌한 산행이다.
거기에다 산길 또한 인위적이지 않고 호젓하다.
사실 소백산은 여름 산행지로는 조금 망설여지는 산이다.
정상부의 초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등산 코스가 길어서 체력소모가 많기때문이다.
그러나 어의곡코스는 오히려 여름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는것 같다.
계곡을 끼고 오르는 내내 무성한 숲길을 걷기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내노라하는 국립공원이지만 국립공원의 다른 등산로들이 찻길을 방불케하는 넓은 길인데 반해서
어의곡 등산로는 오솔길같은 운치를 자아내고 있었다.
완만하던 산길이 이제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잘 닦인 돌계단이라서 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다.
산행시작 1.5m지점이다.
이제 정상까지는 3.6km,경사가 더욱 가파라지면서 등산로는 대부분 목계단과 데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울창한 숲길이라서 햇볕 걱정없는 길이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이 이 코스의 아쉬운점은 볼거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그냥 힐링하며 숲길 싫컷 걷는다는 의미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급경사 구간이 끝나고 능선길 느낌의 완만한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참나무 계열과 자작나무 계열의 활엽수림 사이로 난 작은 등산로는 말 그대로 힐링길이었다.
장마철에 보는 햇빛 ㅡ
그것도 싱그러운 나뭇잎을 뚫고 들어온 은은한 연두색 햇빛이 마치 피톤치드를 눈으로 보는듯 했다.
드디어 하늘을 본다.
3시간만이다.
달리 말하면 3시간동안 피톤치드 샤워를 한 셈이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에 간간이 비추던 햇빛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여기서 부터는 그늘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파아란 하늘과 푸른 초원의 이국적인 풍경 감상을 내려놓아야 해서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드디어 푸른초원으로 대변되는 소백산 정상부에 올랐다.
이제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600여m,
쉬엄쉬엄 그림같은 초원 길을 걸으면 된다.
국망봉 가는 능선길 ㅡ
구름이 연신 고개를 넘지 못하고 흩어지고 있다.
드디어 동화같은 길에 들어섰다.
소백산은 거의 유일하게 정상부가 거칠지 않은 산이다.
거기에다 자연적인 초원이 형성되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없는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산이다.
그 그림같은 풍경이 일순간 운무에 휩싸였다.
운무에 감춰졌다 드러났다를 반복하는 비로봉 오르는 길이 마치 신선이 거니는 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우리도 가야할 길인데 여기서 잠시 우리 부부는 의견이 맞섰다.
아내는 빨리 올라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고,
나는 저 신비스러운 풍경을 더 보고 싶어서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하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점심을 먹고 오르기로 했다.
사실 저 풍경을 더 감상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진짜 속내는 어쩌면 금방이라도 파아란 하늘이 열릴것 같은 생각때문에 굳이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한것이다.
점심을 먹고 잠깐동안의 여유를 부리고 나서도 운무는 그칠 생각을 하지않았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신선이라도 된 느낌으로 운무를 뚫고 정상을 향해서 간다.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이다.
높이는 1439m로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높은 산이다.
비로봉이라는 이름은 금강산,치악산,팔공산등 내노라하는 산들의 최고봉에 붙어있다.
여기서 '비로'는 불교의 '비로나자불'의 앞자로 최고라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소백산의 가장 좋은 산행시기는 순백의 겨울과
연분홍의 철쭉이 만개하는 5월 말이나 6월 초쯤이다.
그래서 여름에 소백산을 찾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내가 하루 전에 제안을 해서 오른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은 태백산 가자고 한다는게 착각해서 소백산이라고 말했단다.
아무튼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소백산의 여름 풍경에 흠뻑 젖는다.
사실 분홍꽃만 없을 뿐이지 봄 풍경과 별 차이가 없는 풍경이다.
그리고 역시 한가지 아쉽다면 푸른 초원과 파아란 하늘의 조화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런날은 또 오늘같은 신비한 분위기가 감도는 운무의 풍경을 볼 수 없을테니까
생각하기 나름이기는 하다.
오랜만에 이쁜 나비를 본다.
우리 어렸을때는 노란나비,흰나비,호랑나비...참 이쁜 나비들이 많았는데 ...
소백산에서는 이국적인 푸른 초원의 풍경도 제멋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풍경을 참 좋아한다.
산들의 배치도 짜임새있게 잘 되어 있을뿐 아니라
원근감도 적절해서 산 사진으로는 이만한 풍경이 없다.
혹시라도 하늘이 열릴까? 하는 생각에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보지만
운무는 기약없는 춤을 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혼자였다면 더 노닐었을텐데
무료하게 있을 아내 생각에 그냥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왔던길로 다시 내려간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가려 하지만 동화같은 이국적인 풍경은 계속해서 나의 눈길과 카메라 셔터를 유혹한다.
왕복 12km,
노니는 시간 포함해서 7시간 30분의 산행이 끝났다.
역시 소백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실은 철쭉핀 푸른 풍경이 생각나서 5월 말쯤 가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워낙 난이도가 높은 산이라서 아내와 함께 가기가 망설여졌던 산이다.
그런데 아내 왈 '하나도 힘들지 않고 또 오고싶단다.'
그 한마디에 나와 아내의 체력이 역전 된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가 사는 수도권은 비가 많이 와서 물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오늘 산행하는데는 비 한 방울 내리지않고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이래저래 복 받은 하루였다는 생각 ㅡ
ㅡ2020.08.01.소백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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