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등산코스]싱그러운 5월, 연둣빛 축령산

2024. 5. 6. 14:02오르다/100대명산

▲푸른 오월, 본격적인 산철쭉의 계절이다.

산철쭉은 5월 초, 고도가 낮은 산부터 피기 시작해서

5월 말, 소백산 지리산 설악산등 고도가 높은 산에서 마무리된다.

오늘은 원래 아내와 함께 황매산이나 일림산 철쭉산행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내에게 바쁜일이 생겨서 단독 산행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근교의 산들 중에서 북한산이나 수락산을 계획하다 문득 서리산철쭉이 생각났다.

그래 서리산으로 가자...

▲서리산은 축령산과 연계되어 있는 산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축령산 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휴양림에서 서리산이나 축령산만 따로 오를 수도 있고

두 산을 연계해서 올라도 보통의 체력이면 큰 무리가 없다.

나는 오늘 두 산을 연계해서 오를 예정이다.

아무튼 1일 주차비 3000원을 내고 제1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바로 등산시작.

▲먼저 축령산을 오른다.

등산로 초입의 잣나무 숲을 지나자 독특한 숲이 나왔다.

마로니에 나무인 듯 한 잎이 넓은 활엽수림.

이국적인 숲 풍경이다.

그 넓은 초록초록한 잎들 사이사이로 아침햇살이 싱그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피톤치드가 쏟아져 내리는 느낌.

상쾌한 아침, 이보다 더 상쾌할 순 없는 아침이다.

▲독수리바위와 남이장군바위를 거쳐서 축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는

초반부터 거칠게 치고 올라가는 코스다.

그러나 능선길에 이르면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오를 수 있어서 산행의 즐거움이 있는 코스다.

▲정상까지는 2.8km.

초반 산행이 조금 힘든 코스이지만 싱그러운 푸른 햇살을 뚫고 오르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아침 햇살을 비스듬히 받은 연둣빛 나뭇잎.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려다보는 순간.

스트레스 제로의 순간이다.

▲연초록의 부드러운 잎새들 사이를 뚫고 내려온 햇빛은 연둣빛이었다.

공기도 연둣빛, 바위도 연두빛, 길도 연두빛, 모든 사물이 은은한 연둣빛이었다.

덕분에 피톤치드가 가득한 연둣빛 샤워를 하며 걷는다.

▲그렇게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능선길이 나오고

첫 번째 명물인 독수리바위가 나온다.

▲독수리 바위다.

주차장에서 1.1km 지점이다.

온통 통바위인데 이곳에도 소나무 한그루가 살고 있다.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모습이다.

대단한 소나무.

▲독수리 바위에서 본 조망들이다.

수리바위로도 불리는 축령산 독수리바위는

멀리서 보면 독수리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불리게 된 이름이다.

그러나 실제로도 산이 깊어서 야생동물이 많이 살았던 축령산에는

독수리가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독수리바위에서도 얼마 전까지 독수리 부부가 둥지를 틀고 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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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바위에는 태조 이성계와 얽힌 이야기도 있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이곳으로 사냥을 왔는데

산신령께 제를 올리고 나서 멧돼지를 다섯 마리나 잡았다고 한다.

▲벼랑에서 자라는 소나무 한그루가 격하게 트위스트를 추고 있다.

수백 년쯤 이어져 온 삶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독수리바위에서 잠시 쉬어가는 길.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길이다.

이제 정상까지는 1.7km가 남았다.

▲해는 이제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다.

무슨 나뭇잎일까?

올려다보니 역시 연둣빛이다.

▲홍구세굴 삼거리.

홍구세굴 삼거리를 지나면서 주변에 바위가 많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남이바위다.

남이장군 수련 바위는 특별한 모양을 한 바위는 아니지만

바위가 많지 않은 축령산에서는 제법 큰 바위다.

일화에 의하면

조선시대 명장인 남이장군이 축령산에 올라 지형지물을 익혔다고 한다.

그때 이 바위에 올라 무예를 닦고 심신을 수련하며 호연지기를 길렀단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이 바위의 깊게 파인 자국은 그 당시 남이장군이 앉았던 자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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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바위에서 내려다본 조망이다.

비록 남서쪽 방향이지만 180도의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아무튼 남이바위는 정상 가는 길 최고의 조망점이기도 하다.

▲남이바위에서 정상까지는 700m쯤이 남았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거친 암릉길이다.

물론 힘들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암릉길에서 화사한 산철쭉과 첫 조우를 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철쭉꽃이다.

▲앞을 봐도, 옆을 봐도, 뒤를 봐도, 하늘을 봐도 온통 연둣빛이다.

연둣빛 세상.

▲그렇게 연둣빛에 취해서 걷는 사이에 어느새 정상 앞에 섰다.

이제 이 계단만 오르면 정상이다.

▲축령산 정상.

축령산의 정상은 879m의 높이로 제한적인 남쪽방향의 조망이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10여 년 전쯤 올랐을 때는 정상 주변에도 산철쭉이 제법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된 영문인지 철쭉꽃이 하나도 없다.

정상에서의 조망

▲축령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에 사냥을 왔다가 사냥감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몰이꾼들의 말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서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정상에 올라서 산신제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고 해서

'고사를 올린 산'이란 뜻의 축령산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정상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바로 하산길에 들었다.

하산은 올라온 방향의 반대 방향인 서리산 방향으로 한다.

절고개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서리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다.

▲수많은 산객들이 하나 둘 올려놓았을 돌탑.

나도 맨 위에 돌 하나를 올려놓았다.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서.

▲하산은 정상 부근의 거친 바윗길과 두 구간의 긴 데크길을 제외하면 비교적 완만했다.

특별한 볼거리나 조망도 없는 내리막길.

그래서 조금 지루해질 무렵

절고개 네거리가 나오면서 하산이 끝나고 다시 서리산 등산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서리산 정상까지는 2.2km쯤이다.

 

 

ㅡ2024.05.03.축령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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