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6. 16:48ㆍ오르다/photo essay 북한산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파와 눈소식은 생활에서야 불편을 주지만
산행에서는 멋진 설경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진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날 오히려 배낭을 들쳐 메고 나서지요.
오늘은 나도 그중에 한 명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아내까지 따라 나섭니다.
▲북한산 원효봉을 오르기 위해서 산성입구 탐방지원센터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길에 들어서자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왼쪽이 오늘 오를 원효봉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 빼꼼히 보이는 봉우리가 북한산의 정상인 백운대입니다.
다시 그 옆에 있는 봉우리가 만경대와 노적봉이지요.
▲원효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코스가 있습니다.
산성입구를 기점으로 원효암 방향에서 오르는 코스와 보리사 방향에서 오르는 코스입니다.
그중에 오늘은 원효암 코스로 올라서 보리사 코스로 내려올 계획입니다.
▲산성입구에서 원효봉까지는 2.2km입니다.
그중에 초반 500여 m는 북산산둘레길에 포함되어 있어서 완만한 평지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서서 20분쯤 오르면 서암문이 나오지요.
▲암문은 말 그대로 암암리에 성내로 드나들 수 있는 비상구지요.
북한산성에는 총 8개의 암문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서쪽에 있는 암문이란 뜻의 서암문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북한산성 축약도입니다.
그중에 나는 지금 서암문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번 원효대와 북문을 지나 4번 상운사와 대서문으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오르는 원효봉 산행은 대부분 산성을 따라 오르내리는 셈이지요.
▲그래서 서암문을 지나면서부터는 성곽을 따라 걷지요.
걷다 보면 다양한 성곽 시설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에 성벽 위에 또 다른 낮은 성벽을 설치해서 적을 관측하거나 방어했던 여장과
군사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성량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암문에서 잠깐의 휴식을 하고 성곽을 따라 나 있는 가파른 오르막을 오릅니다.
그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를 무렵 천혜의 조망터를 만납니다.
▲구파발 방향과 마곡지구 방향입니다.
얼마 전까지 산골짜기 였으며 들판이었던 곳들이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더이상 "산천은 의구하고 인걸은 간데없는" 세상이 아니지요.
우리는 오히려 그 반대의 세상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길은 더욱 험해지고 있습니다.
서서히 암벽구간으로 접어들기 때문이지요.
그 흙 한 줌 없는 바위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입니다.
말 그대로 자연의 분재입니다.
▲그렇게 극심한 돌계단을 기진맥진 오르다보면 눈앞에 허름한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원효암입니다.
이름은 엄청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름인데 암자는 더없이 초라하기만 합니다.
▲원효암에서 본 무량사 전경입니다.
임도와 어우러져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맞은편 의상봉과 보리사도 조망이 되기 시작합니다.
▲초라한 원효사의 모습입니다.
워낙 산 중턱에 있어서 물자 보급도 쉽지 않은 암자이지요.
언젠가 뉴스에서 수십 년 내로 우리나라 사찰들이 대부분 소멸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특히 젊은 층의 종교(불교)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지요.
우리 산행객들이 큰 사찰보다 이런 암자에 시주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튼 원효암은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암자입니다.
그러나 암자가 지어진 건 숙종 때 북한산성을 쌓을 때였다고 하지요.
북한산성을 쌓으면서 산성 내에 용암사등 10개의 사찰과
원효암과 봉성암 등 2개의 암자를 함께 지었다고 합니다.
▲원효암에 있는 느티나무 입니다.
원효암에서는 낙조가 유명하다지요.
그래서 원효암 낙조를 성호 이익선생은 삼각산 8경 중 하나로 꼽았다고 합니다.
▲원효암에서 나와 다시 정상을 향해서 갑니다.
역시 성곽을 안팎으로 끼고 오릅니다.
이제 500m만 오르면 정상이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이 녹지 않아 빙판길입니다.
제법 아찔한 구간이지요.
그래서 아이젠을 착용합니다.
▲원효대입니다.
원효대사가 참선을 했다는 거대한 바위입니다.
길은 그 원효대를 넘어가도록 되어있습니다.
원효대는 성곽으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눈 쌓인 원효대 앞에 서자 약간의 아찔함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그래도 안전한 쇠난간과 바위에 발 디딜 홈을 파 놓아서
아이젠만 착용하면 생각보다 안전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원효대에서 본 백운대입니다.
그 앞에 겹쳐있는 봉우리가 염초봉이지요.
▲그리고 북한산성 주능선과 건너편 의상봉이 한눈에 보입니다.
▲원효대에서는 무량사 전경도 더 멋지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원효대를 넘었습니다.
저기에서 서해 낙조를 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원효대 낙조가 삼각산 8경에 꼽힐 충분한 이유가 되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길을 갑니다.
▲역시 성곽을 따라 나 있는 운치 있는 눈길을 걷습니다.
걸으면서 성곽을 지켰던 옛 병사의 기분도 내봅니다.
우리가 재미로 걷는 이 길을 그들은 목숨을 걸고 걸었겠지요.
▲그렇게 성곽길을 걷다 보면 나오는 정상입니다.
산행시작 1시간 50분 만이지요.
그 수고를 사방의 압도적인 조망이 충분히 보상해주고 있습니다.
잠시 그 조망들을 감상하면서 숨을 고르겠습니다.
▲먼저 서해바다 방향입니다.
▲그리고 오늘 조망의 하이라이트인 북한산 정상 뷰입니다.
왼쪽부터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입니다.
▲더욱 당겨서 본 백운대 정상입니다.
정상엔 상고대가 피었고 국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입니다.
높이가 836.5m인 백운대는 북한산의 최고봉이지요.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인수봉, 만경대와 함께 삼각형을 이루는 형상이라 하여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 삼각산이라 불리는 이름의 중심 봉우리이기도 합니다.
▲역시 당겨서 본 만경대입니다.
대단한 위용입니다.
백운대보다 조금 더 낮은 799.5m의 높이로 대부분의 북한산 봉우리들과 달리
여러 개의 암봉들이 모여있는 형상입니다.
그래서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보이지요.
그래서 만 가지 경치을 볼 수 있는 봉우리라 하여 만경대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적봉입니다.
노적봉은 716m의 거대한 암봉으로 노적가리를 쌓아놓은 모습과 같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임진왜란 때는 성안에 군량미가 떨어져 고심하던 중 이 봉우리에 가마니를 덮었다지요.
그래서 군량미인 것처럼 속여서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봉우리입니다.
▲다시 노적봉 옆으로는 북한산 주능선을 따라
보현봉, 문수봉, 나한봉, 나월봉,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등 북한산의 주옥같은 봉우리들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능선은 의상능선으로 바뀌지요.
설악산의 공룡능선처럼 험하다고 해서 북한산의 공룡능선으로도 불리는 의상능선에는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이 줄지어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오른쪽 맨 앞 봉우리가 의상봉입니다.
▲의상봉과 원효봉을 가르는 골짜기입니다.
잠시 후 내가 하산할 길이기도 하지요.
▲원효봉 정상 아래쪽 바위에서 올려다본 정상 모습입니다.
원효봉의 이름 유래는 정상 아래에 원효암이 있어서라지요.
원효봉은 높이가 505m로 북한산에서는 비교적 낮은 봉우리입니다.
그러나 정상이 하나의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원효대사의 품처럼 넉넉하고 사방의 조망이 장관입니다.
▲동북쪽으로는 염초봉과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이 어우러진 웅장한 정상부의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의상봉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을 보아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지요.
.
▲마주하는 두 봉우리인 의상봉과 원효봉이 각각의 이름을 갖게 된 데는 유명한 유래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옛날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 시대의 두 큰 스님이었던 원효와 의상이 양쪽 봉우리에서 수련을 했다지요.
그때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서 각각 원효봉과 의상봉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 워낙 소음이 없던 옛날이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원효와 의상은 많은 일화를 남긴 스님들로 유명하지요.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입니다.
「어느 날 두 스님은 당나라로 불경공부를 하러 가려고 산길을 가다가 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토굴에 들어가 잠을 자게 되지요.
원효스님이 잠결에 목이 말라 옆에 있던 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다시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잠을 잔곳은 묘혈이었고 바가지는 해골이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어제 마신 물 때문에 구역질이 났다지요.
이때 원효는
해골바가지인 줄 모르고 물을 마실 때는 그렇게 달짝지근하던 물이었는데
이튿날 해골바가지라는 것을 알고 나니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구역질이 나는 것은 '생각'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세상만사가 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당나라에까지 유학을 가면 뭐 뾰족한 수가 있을 것인가?
여기서 원효는 깨달음을 얻어 유학을 포기합니다.」
그래서 그 일화에서 몇 년 전 광고카피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지요.
▲날씨가 추워서 정상에서의 시간을 최소화하고 서둘러 하산길에 듭니다.
하산길도 역시 북문까지는 성곽길로 되어있습니다.
▲하산길에 다시 한번 정상부를 올려다볼 수 있는 조망점이 있습니다.
▲더욱 선명해진 백운대 정상의 국기봉입니다.
▲그리고 더 선명하게 드러난 염초봉(왼쪽)입니다.
마치 공룡의 등처럼 거친 염초봉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능선이지요.
백운대로 바로 이어져 있지만 장비를 갖춘 산악인만 등반이 가능한 능선입니다.
그 염초능선은 북한산에서 가장 긴 릿지능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좀 생소한 봉우리 이름이지요.
생소한 '염초봉'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에 화약의 원료로 쓰였던 '염초'를 보관했던 곳이라서 그렇게 불렸다고 합니다.
아무튼 다른 봉우리들의 이름은 대부분 다른 산에서 겹치는데
'염초봉'이란 봉우리 이름은 유일한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문입니다.
원효봉과 염초봉의 경계에 있으며 대서문등 북한산성의 6개 대문 중 하나지요.
그렇지만 대문으로서의 비중이 낮아서 大(큰대)자가 붙지 않은 유일한 대문이라고 합니다.
▲북문에서 하산지점인 산성탐방지원센터까지는 2.5km입니다.
줄곧 내려가기만 하는 길이지요.
▲겨울산이라서 가능한 바위 구경입니다.
숲이 투명하기 때문에 곳곳에 숨어있는 바위들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마른 단풍의 아름다운 색감입니다.
어찌 저리 곱게 단풍잎이 말랐을까요?
▲곱게 마른 단풍잎이 하얀 설경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상운사 입구입니다.
그러나 상운사는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서 오늘은 생략하고 하산합니다.
▲상운사 입구에는 금과옥조 같은 법구경이 쓰여있습니다.
▲ㅡ마음의 변덕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라.
항상 마음을 잘 다스려서
부드럽고 순하고 고요함을 지니도록 하라.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고 천국도 만든다.
그러니 마음을 쫓아가지 말고,
항상 마음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라.ㅡ
(법구경)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고 천국도 만든다"는 말 새겨 넣겠습니다.
▲백운대 방향으로 오를 수 있는 삼거리입니다.
지난날에는 별 계획 없이도 훌쩍 다녔던 백운대 코스인데
이제는 망설여지는 코스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지요.
▲그리고 대웅전이 전부인 보리사 앞을 지나갑니다.
▲보리사 옆에는 350년이 되었다는 향나무와
그에 못지않은 세월을 살아냈을 또 다른 고목나무가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곳은 한때는 500여 가구에 2000여 명이 살던 북한동 마을이었던 곳이라지요
그 후 쇠퇴한 마을에 무질서한 식당이 들어서면서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곳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잘 정비되어서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서 멋있는 전경을 뽐냈던 무량사입니다.
대부분 새로 조성해서 고즈넉한 맛은 없습니다.
이쯤에서 계곡길과 성곽 연결도로로 나뉩니다.
그중에 우리는 연결도로로 하산합니다.
▲대서문입니다.
서쪽에 있는 큰 문이란 뜻이지요.
대서문은 위치가 가장 낮아서 북한산성의 정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성문이 저리 아름다워도 되는 것일까요?
아무튼 성문 하나도 허투루 짓지 않은 선조들의 예술혼을 다시 봅니다.
▲원효봉 산행은 대서문을 지나면서 사실상 끝이 납니다.
충분히 쉬고 즐기면서 점심시간 포함 4시간쯤이 걸렸습니다.
그 4시간쯤의 산행으로 엄청난 조망을 즐긴 셈이지요.
*산행코스 :산성입구 ㅡ효자리 ㅡ원효암 ㅡ원효대 ㅡ정상 ㅡ북문 ㅡ상운사 ㅡ대서문 ㅡ산성입구(점심시간 포함 4시간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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