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1. 16:31ㆍ세상은 넓다/서유럽
▲파리에서 테제베 고속열차를 타고 스위스로.
창밖풍경이 상상했던 프랑스풍경 그대로였다.
광활하고 비옥한농지는 잘 정돈되어있었고
책장을 넘기듯 기차의 창문을 칸칸이 넘어가는 농촌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스위스다.
▲저녁 무렵에 인터라켄에 도착했다.
인터라켄은 해발 568m 높이에 있는 인구 5000여 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융프라우 3454m 높이까지 올라가는 열차가 출발하는 곳으로
융프라우 산행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여기에서 1박을 하고 융프라우에 올랐다.
우리가 1박 한 호텔은 조그마했으나 침구가 얼마나 깨끗했던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침대 이불의 사각거림이 생생하다.
아마도 지금까지 여행했던 모든 호텔들 중에서 가장 깨끗한 호텔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오니 모든 것이 별천지였다.
하이디가 저만치서 뛰어놀 것만 같은 스위스풍.
정말 동화 같은 풍경이었다.
깔끔한 거리, 순수해 보이는 사람들, 맑디 맑은 공기...
한 편의 그림 같은 초원, 멀리 알프스 봉우리엔 하얀 만년설.
동화 속에 내가 있는듯한 착각 속에 열차를 타고 융프라우로 향했다.
▲열차가 시내를 벗어나 산등성이를 지날 무렵 펼쳐진 풍경이다.
봄과 겨울이 상존하는 알프스의 신비스러움에 많은 관광객들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림으로만 보던 알프스 풍경을 실제로 보는 순간.
▲탄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로 기차 안이 소란스러웠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
이 풍경을 보고도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융프라우로 오르는 케이블카.
융프라우는 산악열차뿐 아니라 케이블카로도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그린델발트에서 또 다른 산악열차로 갈아탔다.
바위터널과 급경사를 오르는 열차다.
▲그리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사방은 설경으로 바뀌어 갔다.
▲이윽고 본격적으로 만년설에 덮인 알프스의 고봉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세상은 흑과 백 그리고 푸른 하늘.
그렇게 세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흑과 백.
그마저도 순백으로 바뀌어갈 무렵 덜커덩거리며 오르던 산악열차가
마침내 종착역에 도착했다.
기차로 오르는 해발 3,454m.
융프라우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역으로 알려져 있다.
▲기차역에서 내려 얼음 동굴을 통과하자 말 그대로 순백의 세상이 펼쳐졌다.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
▲드디어 만년설을 밟았다.
대부분의 고산들이 그렇듯
융프라우도 맑은 날이 많지 않단다.
그래서 '융프라우'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는 '젊은 처녀'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이날은 날씨가 좋아서
만년설을 눈으로 보고 발로 밟고 사진도 실컷 찍었다.
▲파란 하늘 은빛 햇살아래서 바람에 날리는 만년설 풍경이 신비롭기만 했다.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 마냥 숙연해지는 마음.
융프라우 봉우리의 높이는 4,153m다.
그중에 우리가 서 있는 곳의 높이는 3,500 여 m.
이 높이까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올라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래 사진들은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들이다.
스핑크스 전망대에서는 한국 컵라면을 판매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외국에서 우리나라 상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때라서
너도나도 줄 서서 사 먹었던 기억.
▲다시 내려오는 산악열차에서 담은 풍경들이다.
▲하얀 눈과 단풍 그리고 푸른 초원.
봄, 가을, 겨울이 공존하는 풍경.
상식을 뛰어넘는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내려오는 길에 그린데발트역에서 내려서 잠시 마을 구경을 했다.
해발 1,034m의 고지대 마을인 그린데발트는 원래 빙하가 가까이에 있어서 빙하마을이라고도 부르던 마을인데
현재는 빙하 하고는 거리가 먼 마을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도 그림 같은 마을이었다.
1주일쯤 머물고 싶은 마을.
그러면 몸도 마음도 완전히 새롭게 리부팅될 것 같다는 생각.
▲다시 인터라켄.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마을의 소소한 풍경에 빠져보는 시간.
▲푸른 잔디와 어우러진 융프라우.
마을에서 보는 융프라우는 더욱 신비로웠다.
▲마을 주민들끼리 나누는 벼룩시장.
우리 눈에는 하찮아 보이는 물건들인데 모두들 소중하게 사고판다.
여기 사람들은 자신이 쓰던 혹은 남이 쓰던 물건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ㅡ2007.09.28.스위스 융프라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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