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6. 16:31ㆍ바라보기/시골풍경
으스름 들판.
사실 내가 사진을 취미로 찍으면서 많은 일몰 풍경을 보아왔지만
어렸을때 동네 어귀 들판에서 봤던 일몰 풍경보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지 못했다.
초등이나 중등학교때 기억일테지만
그때 들녁에서 맞는 으스름 저녁은 지금도 표현 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한 감정이었다.
물론 들판 저쪽으로 넘어가는 해질녘 풍경도 아름다웠겠지만
사실 어린 나의 감정은 어쩌면 다른데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해가 지면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는 사실.
그리고 아늑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둠이 깔리는 마을의 집집마다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해질녘 들판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은 정말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아무튼 어린 나이에 고된 일이 끝나고
비록 보리밥 일테이지만 따뜻한 밥과 아늑한 쉴곳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없을 행복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땅거미 지는 으스름 저녁
들 한 가운데 서 있기를 좋아한다.
산을 좋아하지만 산에서 해질녘을 만나면 왠지 조급해지고
으스스함을 느낀다.
그러나 들에서 만나는 해질녘은 왠지모를 안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방이 막혀있는 산에 비해서
사방이 확 트여있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어렸을때의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그 기억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 모가 심겨진 논에 아름다운 반영을 남기며 황금빛 해가 지고있다.
나는 저물어가는 해질녘의 그 안온함을
들판 한 가운데서 홀로 느끼는 호사를 누렸다.
ㅡ2021.05.26.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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