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9. 18:12ㆍ오르다/100대명산
▲어느새 글을 쓰다 보면 '옛날', '젊었을 때'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옛날, 그러니까 젊었을때 산을 좋아한 내가 자주 가는 근교 산들이 있었지요.
주로 평일 오후 시간에 잠깐 다녀올 수 있었던 접근성이 좋은 산들이었습니다.
수리산을 비롯해서 관악산 정상과 주요 봉우리들.
그리고 광교산과 청계산, 북한산의 봉우리들과 송추의 여성봉과 오봉이 그 대표적인 산들이었지요.
▲그중에 한 곳인 오봉을 몇 년 만에 오릅니다.
오후 시간에 오를 수 있어서 일년에 몇 번씩 다니던 봉우리인데 이번에는 3,4년 만에 오르는 듯합니다.
그동안 송추계곡 불법 식당들의 정비 사업이 끝나서 주차장도 넓어지고
식당들도 상가지구가 조성되어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성봉은 오봉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있습니다.
입구에서 2km 지점에 있어서 여성봉만 다녀온다면 왕복 3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는 난이도이지요.
▲산행 시작 5분여 만에 나오는 울대습지입니다.
내가 다니던 수년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논이었는데 그사이 습지를 조성해 놓았습니다.
해설판을 보니까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아서 습지로 조성했다고 합니다.
모두 격세지감이지요.
한 뼘의 땅도 놀리지 않고 농작물을 심었던 옛날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송추에서 여성봉과 오봉으로 오르는 길은
초반에 비교적 완만한 마사토 흙길이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다이내믹한 암릉길로 바뀌기 때문에
산행의 묘미를 고루 맛볼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 1km쯤 오르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연이어 나옵니다.
그러나 아직은 딱 산행 기분 내기에 좋은 정도이지요.
▲그리고 지칠만 할 무렵 한 번 쉬어가라는 듯 쉬기 좋은 전망바위 하나가 나옵니다.
순백의 백설이 덮여있는 바위에 차마 발자국을 낼 수가 없어서
그냥 그 아래에서 쉬어갑니다.
▲전망바위에서는 올라야 할 여성봉의 뒷모습이 보이고
멀리 사패산의 정상도 보입니다.
아무튼 멋진 조망도 좋지만 앞으로 나올 암벽 타기를 위해서도 꼭 쉬어가야 할 바위입니다.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비교적 평평한 길을 5분쯤 걷다 보면
여성봉 오르는 최고의 난코스인 쇠 난간이 설치된 구간이 나옵니다.
다른 난코스는 계단으로 정비를 했는데 여긴 그대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의 스릴은 여성봉 코스가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쇠 난간을 거칠게 오르고 나면 잠시 숨을 고르라는듯 또 멋진 조망점이 나옵니다.
여기서 숨을 고르고 쇠난간을 다시 한번 오르면 정상이지요.
▲어제 내린 눈이 하루가 지났는데도 온전하게 바위를 덮고 있습니다.
강추위와 함께 내렸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태백산에나 올라야 볼 수 있는 설경을 봅니다.
▲전망바위에서 본 사패산과 장흥유원지 쪽 조망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산길은 암릉길로 바뀌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조망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어서 좋은 구간이지요.
▲암릉에서 살아가는 소나무는 역시 아름답습니다.
▲이제 조금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스릴을 느끼기에 적당한 난코스 구간이 끝났습니다.
▲한 달만의 산행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힘들게 올라선 정상부입니다.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 뿌리에 하얀 눈이 덮여서 색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하얀 눈은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변모시킵니다.
▲너저분한 군더더기들을 덮어주기 때문이지요.
오점 많고 탈 많은 우리네 인간사.
우리 인간의 군더더기도 이렇게 덮어주는 눈과 같은 무엇인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성봉에 대한 안내표지판입니다.
▲안내판 설명에 의하면 생긴 것이 여성스러워 여성봉이랍니다.
▲언젠가 여름날 찍은 사진입니다.
신비하기도 하고 예술적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신비한 건 조물주의 조화인지 신의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여성봉 건너편에 남성을 상징하는 오봉을 마주 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여성봉에는 전해져 오는 그럴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음은 여성봉에 대한 대충의 이야기입니다.
때는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백제시대인 475년경 긴 머리의 한 처자가 한강변에서 맑고 구슬픈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피리소리와 긴 머리가 춤추는 듯 아름다운 처자였지요.
얼마 후 그 피리소리를 듣고 씩씩하고 결연한 모습의 한 청년이 찾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떠나갑니다.
고구려의 침범에 맞서 백제를 지키고자 싸움터로 나서는 청년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청년은 개로왕이 전사하던 한성 싸움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후 백제는 왕을 잃은 치욕을 씻고자 재건을 꿈꾸면서 477년경 웅진으로 도읍을 옮기지요.
연인이 죽은 줄도 모른 그 처자는
오랜 삶의 터전인 한강유역을 떠나기 아쉬워서 부모와 함께 고구려의 손길을 피해 도봉산 깊숙이 숨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알아줄 사람 없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애태우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서른 중반의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지요.
훗날 이를 불쌍히 여긴 천상의 옥황상제가 무수한 세월 동안 남정네의 사랑을 받으라고
처자의 죽은 해인 495년를 기념하여 495m 높이의 바위로 환생시킨 것이 바로 여성봉이라고 합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정말 그럴싸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요즘 산마다 산 고양이들이 어찌 그리 많을까요?
여성봉 정상에도 어김없이 산 고양이가 여러 마리 살고 있습니다.
다른 때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 고양이인데 오늘은 너무 애처로워 보입니다.
눈 때문에 먹을 것은 없고 춥기는 하고...
그래서인지 커피에 딱딱한 빵을 먹고 있는 내 주변에까지 와서 울어댑니다.
그래서 조금 떼어서 줘보니 빵은 먹지를 않습니다.
오늘따라 점심을 가져오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여성봉에서 본 오봉입니다.
사실 여기서 보면 오봉인지 칠봉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제 오봉은 양쪽끝 봉우리는 빼고 가운데 봉우리 위에 바위가 하나씩 올라가 있는 봉우리들을 이릅니다.
▲여성봉 상부입니다.
온통 하나의 통바위인데 소나무는 또 어떻게 저리 절묘한 자리에 살게 되었을까요?
▲또 '옛날' 이야기를 합니다.
10여 년 전에는 저 여성을 상징하는 곳을 밟고 올라 다녔지요.
지금이야 옆으로 돌아서 올라갈 수 있도록 데크를 설치해 놓았지만.
그때 산악회 사람들 하는 우스갯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야! 가까이 가지 마! 흥분돼!"
▲아무튼 오늘 저 고양이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제 여성봉에서 내려와 오봉을 향해서 갑니다.
옛날에 자주 다닐 때는 시간이 없는 평일에는 주로 여기까지만 왔다가 내려가곤 했지요.
미끄럽지 않은 평상시에는 1시간여면 오를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1시간의 등산으로 이만큼 멋진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 또 있을까요?
그래서 일몰 사진을 담고 내려가기에도 괜찮은 곳입니다.
*이어지는 산행 이야기는 오봉편에서 계속됩니다..
▲산행코스 :주차장 ㅡ송추 오봉탐방안내소 ㅡ울대습지 ㅡ전망바위 쉼터 ㅡ여성봉(2.5km. 아주천천히 1시간 30분)
ㅡ2022.12.16. 여성봉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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