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0. 17:45ㆍ오르다/100대명산
▲가을이 갑니다.
화려했던 가을이 갑니다.
어디로 갈까요?
모든 것들이 갑니다.
세월도 가고, 꽃도 가고, 나무도 가고, 구름도 가고, 사람도 갑니다.
아무튼 어디인지도 모르고 갑니다.
오직 간다는 것만이 진리인 것처럼...
오늘은 모악산으로 갑니다.
모악산에 오르기 위해서 금산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길에 들어서자
친절한 이정표가 자세하게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이런 이정표 앞에서는
우리 인생에게도 이처럼 친절한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악산 산행은 금산사 오른쪽 돌담을 끼고 오릅니다.
아름다운 운치를 뽐냈을 절마당 돌담길 단풍도 어느새 대부분 지고 없습니다.
이제 그 고운 단풍들은 나무보다 길가에서 마지막 색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금산사에서 5분여 만에 청룡사 삼거리를 만납니다.
이 길은 모악정 방향으로 올랐다가 내려올 길이지요.
▲청룡사 삼거리에서 모악정 방향으로 100m쯤 진행하자 부도군이 나옵니다.
예사롭지 않은 부도군 같아서 가까이 가봅니다.
역시나 보물급 유물입니다.
1,111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탑비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으나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년 세월의 비바람에 닳아 있습니다.
▲아직은 넓은 마을길.
길가 가로수의 늦 단풍이 꽃처럼 이쁩니다.
▲길은 밭길이었다가 대나무 숲길이 었다가 삼나무 숲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산사에서 1km가 넘는 동안 이런 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듭니다.
그 산길 옆으로는 적당한 수량의 계곡이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그 계곡의 작은 폭포를 이루며 졸졸졸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아서 듣기 좋습니다.
▲계곡의 대부분이 바위와 큰 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 바위와 돌 사이를 굽이치고 떨어지고 튕겨나가는 물소리가 참 아름다운 소릿길입니다.
작은 폭포인양 흐르는 모양도 이쁘고 소리도 청아해서 마치 신비의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의 음악 같은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모악정입니다.
새참도 먹을 겸 잠시 쉬어갑니다.
새참으로 먹는 샌드위치 냄새를 맡았을까요?
무슨 새인지, 손가락만큼 작은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모여듭니다.
▲평일이어서 일까요?
호젓한 산길에는 오직 우리 두 부부뿐입니다.
▲산은 어느새 올 한 해를 깨끗하게 정리했습니다.
이제 모진 한파를 견디며 또 내년을 준비하겠지요.
▲산행시작 후 50여분만에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합니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고 계곡과도 이별을 합니다.
▲아울러 고도를 높여가면서 대부분의 등산로는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지점이지요.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에 그대로 메말라 붙어있는 단풍잎이
햇볕에 반사되어 단풍처럼 아름답습니다.
▲길은 잠시 꺾이는 듯하다가 다시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신선대일까요?
그렇게 볼거리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바위가 즐비한 구간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부가 조망됩니다.
그래도 아직 500m를 더 올라야 합니다.
하지만 급경사 구간이 지나고 능선 구간이라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이제 정상으로 오릅니다.
여러 구조물들 때문에 실망스러운 정상 풍경입니다.
▲어느새 깔끔하게 정리된 산 능선의 잔주름이 멋있습니다.
잎이 무성할 땐 볼 수 없는 주름이지요.
▲금산사에서 4.8km, 산행 시작 후 2시간 10분 만에 정상에 섭니다.
793.5m의 정상은 사방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온갖 통신 시설로 어수선합니다.
▲산행.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이 있겠지만
이 조망을 보기 위해 우리는 오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젊었을 땐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산 밑에 도착하면 항상 올라야 할 정상부를 보면서 언제 저길 오르나? 하는 한숨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아닙니다.
체력은 나이만큼이나 더 퇴보했겠지만 마음만은 느긋해졌기 때문입니다.
등산은 체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혜를 얻은 것이지요.
의지와 끈기, 인내로 하는 것이라는 지혜를 얻은 것이지요.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이란 시조의 한 구절 ㅡ
그걸 터득하기까지 20여 년이 걸린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즐기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쉴 곳이 나오고 능선이 나오고 정상이 나오지요.
▲정상 바로 아래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길에 듭니다.
▲여기도 역시 친절한 이정표가 가야 할 길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선바위를 지나 다시 금산사로 갑니다.
▲정상에서 300m쯤 내려갔다 다시 올라선 남봉입니다.
높이는 낮지만 어수선한 정상보다 분위기가 더 좋습니다.
▲가야 할 방향에 있는 전망대입니다.
▲모악산의 이름 유래는
원래 고려사에는 금산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크다는 의미의 엄뫼, 즉 큰 뫼라고 부르던 큰이 금으로 음역 되고
뫼가 산으로 의역되어 금산이라 불렸다고도 하고
사금이 많이 나와서 금산이라 했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김제,금평,금구등 이 지역의 이름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유래는 정상 남쪽 아래 천 길 낭떠러지를 이루며 길게 솟은 쉰길 바위의 모습이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상이라 해서
엄뫼 , 즉 어머니의 산이라 부르게 된 것을 한자로 바꾼 것이라고도 합니다.
▲가야 할 능선입니다.
저 아래 장근재를 지나 배재에서 금산사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겨울 채비를 완벽하게 끝낸 산줄기.
그동안 화려한 단풍에 밀려서 존재감이 없던 소나무의 푸른색이 드디어 돋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산길에 뒤돌아 본 정상.
오늘의 마지막 조망입니다.
▲이제 온통 회색의 숲길을 걷습니다.
푸른 것은 오직 산죽뿐입니다.
▲굴참나무.
숲은 대부분 참나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굴참나무가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굴참나무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굴참나무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과 함께 '참나무'라 불리는 나무 중 하나지요.
껍질의 골이 깊어서 골참나무, 즉 '굴참나무'라 부르게 된 대표적인 참나무입니다.
껍질은 코르크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2차 대전 끝무렵에 일본군이 우리나라 굴참나무에서
껍질을 채취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보온성이 뛰어나 '굴피집'의 지붕으로 쓰이기도 했지요.
▲낙옆이 바스락거리는 능선길을 얼마나 걸었을까요?
50여 분 만에 배재에 도착합니다.
▲배재에서 청룡사 방향으로 하산을 계속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의 비탈길에 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길이 좋지 않습니다.
▲20여분 가파른 너덜길을 내려서자 비로소 완만한 산길이 나옵니다.
▲그리고 청룡사 입구에 도착하면서 길은 아스팔트 길로 바뀝니다.
여기에서 청룡사는 다시 조금 올라가야 해서 그냥 패스하고 금산사를 향해서 갑니다.
▲대부분 잎이 진 나무에 칡넝쿨 잎이 홀로 아름답습니다.
사실 칡넝쿨은 숲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한데
아무튼 오늘은 홀로 아름답습니다.
▲오후 2시 50분.
금산사에 도착합니다.
금산사 돌담의 단풍나무가 마지막 붉은 정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금산사는 서기 600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지요.
국보 제62호로 지정된 미륵전을 비롯한 여러 점의 보물과 문화재가 있는 대사찰입니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여유롭게 절마당 구경을 합니다.
*산행코스: 금산사 ㅡ모악정 ㅡ정상 ㅡ남봉 ㅡ장근재 ㅡ배재 ㅡ청룡사 ㅡ금산사(총10.3km, 점심, 사진촬영 포함, 보통걸음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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