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소환하는 무논의 잔물결

2021. 5. 1. 09:28photo essay ㅡ생각을 찍다.

 

 

 

 

 

 

 

 

 

 

 

 

 

 

728x90

 

 

 

 

 

모내기를 하기위해서 물을 가득 채워놓은 논을 보통 무논이라고 한다.

물논이란 뜻이 아닐까 싶은 표현이다.

그 무논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풍경중에 하나다.

그것은 아마도 어렸을때 고향의 우리집 논이 천수답이어서

항상 물걱정으로 한평생을 사신 아버님 생각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내기전 방죽밑 논들에 찰랑찰랑 물이 채워진 논을 볼때마다

어린 내 눈에도 부러웠었다.

그 기억이 지금은 좋아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이맘때쯤에서 부터 가을 추수가 끝날때까지

소낙비만 와도 아버님은 천둥번개를 상관하지않고 논으로 뛰어나가셨다.

비옷이나 우산이 변변치 않던 시절.

뗏잎이라는 지금의 억새잎으로 엮은 우장을 둘러쓰고 천둥번개 치는

들판으로 나가시는 아버님 모습이 선하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아버님의 나이도 훌쩍 넘어버린 지금.

올해도 어김없이 연중행사처럼 나는 무논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그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전거로 10여분만 달리면 되었다.

그것을 예상하고 하늘 좋은 날을 택해서 갔지만

막상 푸른 하늘이 일렁이는 무논앞에 섰을때

무논은 거울처럼 잔잔했다가 부드러운 봄바람에 가늘게 일렁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우유니 소금사막의 반영이었다가 사하라 모래사막의 모래결 이었다가를 반복하는듯 했다.

그렇게 푸른 하늘이 내려앉은 잔잔한 풍경이 한순간에 잔물결로 변하는 순간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그 순간 희열과 평온함을 동시에 느끼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는 우유니의 반영인들 저보다 아름다울까?

사하라 사막의 모래결, 도나우강의 잔물결인들 저보다 아름다울까?

 

 

 

ㅡ2021.05.01.ㅡ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