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6화. 천왕봉 가는 길, 제석봉 고사목 풍경.

2024. 6. 29. 16:55오르다/100대명산

 

[photo essay 지리산 종주이야기] 제15화. 마침내 구름속 천왕봉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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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15화에 이어지는 글)

▲이제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로 복귀하기 위해서

조금 전에 어둠을 뚫고 올랐던 구간을 다시 내려간다.

그래서 보지 못하고 올랐던 구간.

그 중간에는 봉우리이지만 그냥 고원지대 같은 봉우리가 있다.

제석봉이다.

제석봉(帝釋峰)은 높이가 1,808m로 지리산에서 천왕봉, 중봉에 이어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그렇지만 봉우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천왕봉 오르는 길목 정도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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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구름은 많이 걷혔다.

그래서 정상에서 보지 못했던 운해를 이제서야 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구름 풍경.

정상에서 봤다면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아무튼 이렇게라도 볼 수 있음에 감사.

모든것을 다 가질 수 없는 게 세상 이치.

이 정도의 풍경을 내어준 것도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나마 구름이 걷히지 않았으면,

비라도 왔으면 어쩔것인가?

 

 

▲제석봉 전망대.

제석봉은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과 함양군 마천면 경계에 있는 봉우리다.

제석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 봉우리에 있던 제석당이라는 신당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제석은 삼신제석, 천주제석, 제석천이라고도 하는 하늘신을 뜻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는 도리천에 살면서 불법을 보호하는 불교의 호법선신으로 알려져 있다.

천왕봉이 이름처럼 위압적인 봉우리라면

제석봉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봉우리다.

그래서 마치 천왕봉을 떠받치고 있는 느낌.

 

 

▲전망대에서 본 조망.

열릴 듯 말듯한 조망.

그래서 더 신비로웠다.

 

 

▲천왕봉 가는 길.

그래서 더욱 설레는 길이기도 하지만

제석봉 구간은 야생화와 초원, 그리고 고사목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많은 유학자들이 유람을 즐겼다고 한다.

최치원, 김종직, 조식 등 그들이 걸었던 길.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를 지리산 국립공원 테마로드 '지리산 선인 유람길'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최치원은 당나라 유학 후 신라로 돌아와 개혁적인 정치를 주장하였으나

신분적 한계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하고 지리산으로 들어와 은둔생활을 했으며,

김종직은 함양고을의 수령으로 있으면서 1472년 지리산 산청군 동강마을에서

쑥밭재, 천왕봉을 거쳐 세석고원, 백무동까지 4일 동안이나 유람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서 은둔생활을 했던 남명 조식은

지리산을 12번이나 오르내리며 1558년 '지리산 유람록(유두류록)'을 남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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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하선경길 못지않은 멋진 길이다.

그러나 제석봉의 아름다움은 길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사실은 고사목 풍경이 더 아름답다.

 

 

▲지리산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이국적인 풍경.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 고사목 풍경에 얽힌 사연은 좀 서글프다.

이러한 풍경이 만들어지게 된 건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니 탐욕이라기보다는 민초들의 애환이 서린 이야기가 아닐까?

원래 이곳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이 간다는 구상나무 숲이 울창했다고 한다.

그래서 1950년대까지도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푸른 숲이었단다.

그런데 그 무렵 도벌꾼들이 도벌을 하고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불을 질렀다고 한다.

그 숲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면 또 어떤 근사한 풍경이 펼쳐졌을지.

아쉽다.

 

 

▲과연 얼마나 더 버티고 서 있을까?

천년은 모르겠지만 백 년은 충분히 버틸 것 같은 느낌.

 

 

▲멋진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눈에 담고.

유유자적 걷다 보니 어느새 장터목이다.

 

 

▲3일 차 07시 33분.

다시 장터목 대피소.

장터목 대피소에는 천왕봉 정상에서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운해가 펼쳐져 있었다.

이게 바로 알프스보다 멋진 지리산의 맛.

숨 막힐 듯 장엄한 운해다.

 

 

▲이틀 동안 걸어왔던 노고단 방향.

 

 

▲하산해야 할 중산리 방향.

이제 장터목과도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다.

대피소 퇴실은 9시까지.

대피소에 두고 갔던 짐을 꾸려서 취사장으로 나와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햇반 3개를 구입해서 마지막 남은 반찬.

김치볶음과 소고기 볶음, 그리고 즉석짜장.

 

ㅡ2024.06.04.제석봉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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