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2021. 3. 28. 16:11오르다/100대명산

산행지를 정하기에 가장 어정쩡한 시기 아무때나 가도 좋은 곳.

기암괴석도 아기자기하고 조망도 비교적 좋은 산.

신라의 보물산,경주의 남산의 지난 여름 산행기를 복기해 본다.

경주의 남산은 곳곳에 보물과 문화재가 널려있어 천년전 신라인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선가 나타날것 같은 산이다.

 

 

광명역에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한 ktx 고속열차는 비온 뒤의 촉촉한 새벽 공기를 뚫고 순식간에 신경주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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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주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산행 기점인 삼릉에 도착했다.

삼릉은 전국에서 으뜸가는 소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 삼릉에서의 사진놀이는 또다른 힐링이었다.

수많은 나무마다 나름의 소재였고 한걸음 움직일때마다 새로운 구도의 그림이 되었다.

거기에다 소나무 숲이라서 시원하고 상쾌하기까지....

 

 

끝없이 펼쳐진 소나무 숲.

숲이란 이런것이라 말하는듯 하다.

역시 전국 제일의 소나무 군락지답다.

 

 

소나무 사진 찍기는 의외로 어렵다.

뚜렷한 색감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려한 꽃이나 잎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사람들은 새벽안개의 몽환적인 풍경을 담기도 하고 흑백으로 처리 하기도 한다.

사실을 더 중요시 하는 나는 원색을 고집하지만 환상적인 풍경을 앞에 놓고 제 아무리 셔터를 눌러봐도 다른 작가님들의 사진이나 다른 블로그 사진처럼 담기지 않을때의 심정은 카메라를 놓아주고 싶을 만큼 착찹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삼릉의 가을 풍경

삼릉의 가을 풍경이다.

삼릉의 소나무숲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것 없이 저마다 아름다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어떤 종류의 나무가 저리 예술적으로 자랄 수 있을까?

거닐고 거닐어도 싫증나지도 지치지도 않을것 같은 저 숲에서 한나절 쯤은 노닐고 싶은 충동을 뒤로하고 보물찾기에 나선다.

 

 

 

경주삼릉.

세 왕릉이 나란히 있어서 삼릉이라 불리는 경주삼릉은

사적 제219호로 서쪽부터 신라 제8대 아달라왕,중앙이 53대 신덕왕,동쪽이 54대 경명왕의 능이다.

능 안은 비록 도굴되고 발굴하여서 빈 능이지만 봉분은 원형이라고 한다.

요즘은 릉 보다도 배병우님의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소나무숲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 그늘의 유혹을 뿌리치고 등산로에 들어섰다.

동네 뒷산같은 소나무 숲길로 이루어진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자 장마 뒤의 음습한 더운 바람이 엄습해 왔다.

 

 

 

산길에 들어선지 10여분도 채 지나지않아서 1000년의 세월을 견뎌낸 유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은 훼손되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다시 몇걸음 오르지 않아 마주한 불상이다.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손상된 팔 부분이 견뎌온 세상 풍파를 말해주는듯 하다.

 

 

 

석조 여래좌상에서 옆으로 40여m 거리에는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크기는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인자한 모습으로 천년의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었는데도

입술부분이 아직도 빨간색감으로 남아있다는게 신비스러울 뿐이다.

 

 

 

선각육존불

다시 10여분을 오르면 선으로만 여섯분의 불상을 새겨놓은 커다란 신령스런 바위가 나온다.

도화지에 연필로 그리듯 그려진 유려한 저 그림들.

천여년을 넘게 견뎌왔지만 앞으로의 수천년도 보존되어야 할 신라인의 숨결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때인것 같다.

원래는 이들 불상을 보호하기 위한 법당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보호시설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석불좌상(보물제666호)

드디어 첫번째 보물을 만난다.

선각육존불에서 다시 20여분의 거리애 있는 보물이다

정규 등산로에서 200m쯤 더 올라가야 볼 수 있는 불상으로 역시 많은 상처와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다.

비록 깨어지고 떨어져 나간 부분을 붙이고 때웠지만 단아한 모습이 일품이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딘지 모를 허술함이다.

복원을 할 바에는 좀 더 튼실하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절이나 암자등의 공간이 없는 이곳에 불상이 왜 새워졌는지 모르겠다.

다만 주변 뒷쪽에는 조그만 동굴이 하나 있고 앞쪽에는 탑이 있었던 자리가 있다.

아마도 한 많고 고달펐던 수많은 중생들이 부담없이 기도하고 소원을 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건 아니었을까?

 

 

 

탑이 있던자리

걷다보면 끊임없이 나오는 천년의 흔적들.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있는 유물들은 대부분 불상과 그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 유물들이 어느새 나를 1000년도 훨씬 지난 불교국가 신라에 데려다 놓은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앞서가는 아내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삼복더위에 그 불교국가 신라를 걷는 발걸음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걸음 한 걸음과 땀 한방울을 바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발걸음이다.

 

 

 

마애선각여래좌상

그 아래에는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석조여래좌상이 있었다고 한다.

 

 

 

상선암.

다시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보면 나오는 8부능선쯤에 있는 조그마한 암자다.

보물산이라 일컫는 경주 남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수수한 암자다.

 

 

 

드디어 능선길에 들어섰다.

첫 조망점인 셈이다.

경주시내와 초원 같은 푸른 경주들녁이 시원스럽다.

 

 

 

 

시원스런 초원같은 경주 들녘.

역시 시원스런 푸른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산정의 시원한 산들바람.

더위를 이기고 올라선 산객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을 듯한 풍경이다.

 

 

이제 능선에 올라서면 쉬엄쉬엄 더위를 식히며 걸을 수 있다.

그렇게 걷다보면 천혜의 쉼터인 금송정터가 나온다.

 

 

 

금송정터에서 본 조망

옥보고가 가야금을 타며 즐겼다는 자리에서 상상으로나마 잠시 그 느긋함을 즐겨 본다.

 

 

 

금송정에서 잠시 쉬어가는 길에 바위에 터 잡은 꿋꿋한 소나무 한그루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三陵溪谷 磨崖釋迦如來坐像) 경북 유형문화재 제158호

높이7m,너비 5m의 거대한 바위에 6m높이의 마애불상이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멀리서 보아야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멀리서 보아도 선명하게 보이는 온화한 미소가 일품이었다.

그런데도 어떤 연유인지 보물 축에는 들지 못했다.

 

 

 

멀리서 담아 본 여래상이다.

 

 

금송정에서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제법 아기자기한 암릉길이다.

그 중간쯤에는 상사바위가 있다.

난해하게 생긴 모양새 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있는 바위다.

 

 

 

암릉길이 끝나고 걷기 좋은 황톳길로 들어서면 다시 한번 확트인 조망점이 나오고 저만치 정상이 보인다.

 

 

 

남산의 정상(468m).

남산의 정상은 금오산으로 표기되어있다.

조망이 없는 전형적인 평탄한 육산의 정상 모습이다.

높이로만 보면 468m로 영락없는 동네뒷산 수준이다.

이 높이로 100대 명산에 든 것은 순전히 산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보물과 유물 덕분이다.

아무곳에서나 한 두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계절이 어정쩡해서 나같은 생각으로 온 사람들인지 사람들이 많아 인증샷 찍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정상에서 조금 비켜나면 절골쪽의 조망점이 나온다.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곳이다.

아내와 나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다시 하산길에 들었다.

하산은 용장사지 방향으로 한다.

 

 

 

용장사지 방향 능선길로 20분쯤 내려려서자 고당봉과 금오봉이 나뉘는 임도길이 나왔다.

 

 

 

임도길에서 다시 산길로 들어서자마자 유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물 제 186호 용장사 삼층석탑.

오늘  하산길의 백미다.

마침 푸른 하늘의 흰 구름과 건너편 산능선이 배경이 되어 신비스런 장면이 연출되었다.

 

 

 

 

 

 

 

보물 제 187호 용장사 석조여래좌상.

3층석탑에서 100m쯤 내려서면 또다시 보물군이 나온다.

탑 위에 불상이 조성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탑이다.

목이 떨어져 나간 불상이지만 보물이다.

나머지 부분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증거일 터다.

 

 

 

보물 제 913호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인자하고 아름다운 모습.

정말 천년을 넘겼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정도로 완벽하다.

 

 

 

용장사지.

보물급 유물을 3점이나 보유했던 절의 터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면적이다.

작은 전각 하나 간신히 들어설 정도의 작은 절터엔 주춧돌인듯 한 돌 몇개만이 절터 였슴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용장사지에서 약간 가파른 내리막길을 20분쯤 내려서면 현대식 다리인 설잠교가 나온다.

사실상의 산행 종점인 셈이다.

여기서부터 평지에 가까운 계곡길을 걸으면 용장리가 나온다.

조그만 산골 마을이지만 매점과 식당,카페등이 있어서 모든것을 해결 할 수 있다.

그뿐아니라 마을 앞으로 30분마다 경주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어서 교통도 좋은 편이다.

 

 

산행코스:삼릉 ㅡ삼릉계석조여래좌상 ㅡ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상 ㅡ삼릉계곡 선각육존불 ㅡ삼릉계 석불좌상 ㅡ상선암 ㅡ 금송정 전망대 ㅡ상사바위ㅡ정상 ㅡ용장사지 ㅡ용장마을(7.3km점심포함5시간30분)

 

경주 남산은

소풍가서 보물찾기하듯,산책하듯,천천히 오를 수 있는 낮은 산이다.

그런데도 워낙 보물과 유적이 많아서 100대 명산으로 선정되었다.

오늘 두번째 산행을 했지만 남산의 보물을 절반도 제대로 보지 못한것 같다.

아마도 두번쯤은 더 올라야 할것 같다.

 

 

 

ㅡ2017.07.19.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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