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5. 10:13ㆍ오르다/100대명산
만추의 가을날 오후
한나절에 할수 있는 산행지를 머릿속에 그려보다가 문득 떠오른곳은
작년 이맘때 화려한 단풍에 매료되었던 관악산 공원이다.
관악산에 간다고 하자 신림동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자기도 가고싶다고 한다.
10여년만에 아들과 함께하는 산행이 된 셈이다.
아들을 만나 가을이 한창인 관악산공원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서자 단풍나무가 화려한 색감을 뽐내고 있다.
아들의 체력을 생각해서 정상이 아닌 삼막사쪽으로 향한다.
관악산 공원에서 1.5km쯤은 비교적 걷기좋은 오솔길 수준이다.
그 오솔길 수준의 등산로가 끝나면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올라갈수록 더 짙어지고 있었다.
가야할 국기봉도 보인다.
아들에게 더 갈 수있느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그래서 다시 국기봉을 향한다.
이윽고 능선길에 올라서자 멋진 조망이 펼쳐졌다.
서울의 산에서 이런 산그리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치 지리산의 능선에서 보는 산그리메 같다.
많이 다닌 관악산이지만 이 코스는 처음이다.
쉬운 코스를 택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난이하고 힘든 코스다.
역시 국기봉은 국기봉이다.
관악산에는 어느땐가부터 수많은 국기봉이 생겨났다.
바위 암봉마다 국기를 세워놓은 것이다.
그래서 관악산 국기봉은 이제 이름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번호를 붙일 수도 없고....
신선이 따로 없다.
언젠가 나도 신선놀이 한 번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머릿속에 숙제로 입력한다.
멀리 서해바다도 보인다.
아마도 시화호 쯤 되는것 같다.
일몰 명소로도 손색이 없을듯...
멋진 풍경들을 뒤로하고 다시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왔던 길로...
올해는 태풍이 잦고 비가 적당히 내리지 않아서 단풍이 그리 곱지는 않는것 같다.
가까이 보면 더 그렇다.
어떤 시인은 꽃은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고 했는데
올해의 단풍은 멀리 보아야 예쁜것 같다.
하긴 올해가 아니더라도 단풍은 보편적으로 멀리 보아야 예쁜것 같다.
하산길에 만난 돌탑.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쌓인 돌탑에 아들녀석이 돌 하나를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그 소원이 무엇인지 아는 나의 마음이 찡 ㅡ해 왔다.
그림 같은 쉼터다.
도시락을 먹어도,책을 읽어도,음악 감상을 하기에도 좋을...
아니 그 무엇보다도 명상하기에 안성맞춤인 쉼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산완료...
쉬엄쉬엄 왕복 3시간이 걸렸다.
3시간의 짧은 시간의 산행으로 가을을 싫컷 만끽한 셈이다.
거기에다 아들과 함께한 보너스까지...
ㅡ2019.10.28.관악산 거북바위코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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