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 18:18ㆍ오르다/100대명산
위치:정선군 남면 무릉리 382-11
이미 철이 지났을 억새 산행을 위해서
느즈막 하게 집을 나섰다.
늦은 산행인데다가 일행중 무릎이 좋지않은 분이 계셔서
조금 더 높은 고도인 ok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제 2코스 등산로인 ok주차장코스는
조금 높은 고도에 위치한 마을에서 시작되는 등산로이지만
시작부터 급경사를 올라야하는 쉽지않은 코스였다.
급경사와 완경사,그리고 평탄한 길이 비슷한 분포로 이루어진
시루봉옛길을 50분쯤 걸으면 발구덕 마을이 나온다.
발구덕마을에서 바로 오르지 않고
거북이 산장쪽으로 우회를 했다.
거북이 산장에서 컵라면에 감자전을 주문해서
가져간 김밥과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오른다.
.
다시 만만치 않은 급경사를 40분쯤 오르자
철지난 억새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민둥산의 트레이드마크인 억새는 이미 철이 지나서
색도 바래고 꽃도 떨어져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벌써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주변 산들은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봐줄만 한 풍경일거라는 기대를 안고 왔는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본다.
생각보다 괜찮은 풍경이 펼쳐졌다.
역시 억새꽃은 역광으로 보아야 멋있다.
억새야 조금 철이 지나서 볼품이 없긴 했지만
앞을 보면 파아란 하늘이 멋있고
뒤돌아 보면 제법 일렁이는 은빛이 멋있고...
그래도 이래저래 기분좋은 산행이다.
사실 오늘 전혀 뜬금없는 민둥산 산행을 왔다.
어제 과음을 한 덕분이다.
어차피 출근을 하지않은김에 어디 산에라도 가볼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곳이 민둥산이었다.
어제 마신 술이 아직 깨지않아서 나는 운전을 할 수가 없어
아내와 함께 가야할 판이다.
밑져봐야 본전이니까 말이나 꺼내본다.
아내는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그러면 빨리 서두르자고 한다.
거기에다 얼떨결에 아는 형수님까지 세명이 되었다.
평소 무릎이 편찮으시다는 형수님인데
의외로 산을 잘 오른다.
꽤병이라고 해도 될정도로...
민둥산은 억새만 아니라면 태백산 느낌이 난다.
태백산처럼 수많은 산들이
민둥산을 가운데 두고 에워싸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민둥산은 말 그대로 정상부에 나무가 없고
억새만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과는 달리 올라오는 등산로의 대부분은
소나무 숲과 잡목으로 이루어진 숲길이다.
정상부에 올라서야 비로소 나무를 찾아 볼 수 없는
이름에 걸맞는 민둥산의 본 모습이 나타난다.
주로 증산초교에서 오르지만 어느 코스를 택하든지
편도 3km내외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정도면 오를 수 있다.
정상(1,119m)
점심시간 포함해서 2시간만에 정상에 섰다.
민둥산의 정상은 정상의 의미 말고는 특별함은 없다.
그래도 오늘은 축제가 끝난 평일이어서
텅 빈 정상석을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정상에서는 산객이 많지 않아서
철지난 억새풍경과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화려한 산그리메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가로이 즐길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 산정에서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란 쉽지않다.
하산길에 만난 특이한 풍경.
마치 화산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지형인데
카르스트지형으로 '둘리네'라고 한단다.
둘리네는 석회암 지대에서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아 침식되면서 패인 웅덩이다.
하산은 발구덕 마을쪽으로 ㅡ
아직 오후 4시인데 하산할수록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진다.
통상적인 일몰시간은 아직 멀었겠지만
해가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일몰 현상을 본다.
산그림자와 대비를 이루는곳에
한무리의 단풍숲이 햇볕을 받아 아름다운 색감을 뽐내고 있다.
해는 이미 산너머로 사라지고
산등성이엔 낮인듯 밤인듯한 의외의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경계의 아름다움이었다.
밝음과 어둠의 경계,
하늘과 땅의 경계,
이편과 저편의 경계,
그 경계에
벌써 앙상해진 나무들이 한줄로 늘어선 풍경이
마치 경계를 선듯 했다.
발구덕 마을.
발구덕마을은
마을에 커다란 구덩이가 여덟 개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니까 여덟개의 구덩이란뜻의 팔구뎅이가 변한 말이란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윗발구덕마을이 자리잡은 '윗구뎅이'
그밖에 남동쪽 아래의 아랫발구덕마을이 자리한 아랫구뎅이,
그 동쪽 옆의 큰솔밭구뎅이와 능정구뎅이,
민둥산 남쪽 시루봉 근처의 굴등구뎅이,
그리고 민둥산 능선 주변의 3개까지 합해 구덩이가 8개라고 한다.
발구덕마을에서 다시 시루봉옛길을 따라
30분을 더 내려와 차가 있는 ok주차장에 도착했다.
오후 5시인데 산골이라서 벌써 어둑어둑 해진다.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말 그대로 훌쩍 떠나온 산행인데
별 탈없이 멋진 산행이 되었다.
ㅡ2019.10.30.정선 민둥산 ㅡ
'오르다 > 100대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백산 등산코스] 2.천동코스 (0) | 2020.08.18 |
---|---|
두타산 무릉계곡(쌍폭과 용추폭포) (2) | 2020.08.14 |
[소백산 등산코스] 1.ㅡ어의곡 코스 (0) | 2020.08.04 |
겨울 산행지 태백산 ㅡ고사목 춤추는 순백의 풍경.2 (0) | 2020.02.22 |
눈꽃산행지 태백산ㅡ 고사목 춤추는 순백의 풍경1. (0) | 2020.02.21 |
관악산 정상 최단코스 (0) | 2019.12.13 |
관악산 단풍 ㅡ국기봉 (0) | 2019.12.05 |
속리산 문장대ㅡ속리산 단풍 (0) | 2019.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