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4. 20:38ㆍ오르다/100대명산
위치: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문장대2길 293
산에 가기 싫어하는 아내,
그리고 산에 못가서 안달하는 나,
오늘도 치열한 밀당을 한다.
.
다른건 99% 내가 지지만
산에 가는것에 대한것 만큼은 내가 1%쯤 이긴다.
가끔 그 1%가 100%로가 되는건
산행에 대한 나의 집념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오늘도 출발 바로 전까지 치열하게 밀고당기다가
결국 내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아니 내가 이겼다기보다는 아내가 져 주었을테지만....
2시간반을 운전해서 문장대 산행 기점인 법주사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
법주사는 일단 패스하고 새로 조성한 세조길에 들어서자
상쾌한 가을 냄새가 산행 의욕을 더욱 북돋아준다.
세조의 길에서 만난 가을 풍경들....
세조의 길은
옛날 세조가 단종을 죽이고 왕좌를 빼앗는등의 죄를 참회하기위해
속리산를 찾아 스승인 신미대사를 만나서
정신적 안정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조성한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의 2.5km의 길이다.
기존의 콘크리트 길인 차도 겸용도로 반대편
계곡을 따라서 조성했다.
덕분에 콘크리트길을 걷지않고
숲길로 산행을 할 수 있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구간을 즐겁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주차장에서 세심정까지는 거리는 2km가 넘지만
평지에 가까워서 산책하듯 한시간쯤 걸으면 된다.
세심정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천왕봉,왼쪽으로 가면 문장대다.
문장대쪽으로 20분쯤 오르면
거대한 바위 위에 소나무 두그루가 한그루인듯 우뚝 서있다.
서로 안고 있는듯한 뿌리부분을 보면서
다정한 부부가 앉아있는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부송"이라고 혼자만의 이름을 붙여 본다.
산행이 계속될수록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 풍경이 펼쳐졌다.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싱그러움과 어우러진 단풍을 좋아한다.
문장대 정상 1km전방이다.
속리산 문장대코스는 5.8km다.
그 구간에 이런 휴게소가 무려 5곳이나 있다.
나도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을 할정도로 유익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버젓히 술까지 파는 음식점이 난립할수 있게 된것인지는 의문이다.
마지막 휴게소인 냉천골 휴게소를 지나면서
등산로는 급격히 가파라진다.
파란 하늘의 흰구름 바탕에
빨강과 파랑,노랑색의 단풍이 수놓은듯 아름답다.
올해 제대로 된 첫 단풍 구경을 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아내가
난이도가 높은 구간에 들어서면서
나더러 먼저 올라가란다.
힘이 부치기는 나도 마찮가지이지만
조금 먼저 올라가서 사진찍는 시간을 갖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먼저 오른다.
이제 정말 마지막 직벽에 가까운 돌계단이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을것 같은 오르막도
오르고 또 오르니 파란 하늘이 나왔다.
.
그 마지막은 나무계단이다.
그래도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오르다보니
다시 젖먹던 힘이 솟는다.
정상부에 올라서자 축하의 박수 갈채라도 보내는듯
다이나믹한 구름 풍경이 펼쳐졌다.
.
먼저 오른 산객들은
올라오는 고생은 벌써 잊은듯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수고한 보상을 받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려니
어느새 아내가 올라온다.
사실 허리 상태도 별로 좋지않고
요근래에 산행도 하지않아서 중간에 포기 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온것이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정상부의 단풍이
사진찍기에 최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아내를 만나 일단 점심을 먹는다.
오랜만에 산정에서 먹는 점심이다.
4시간만에 5.8km를 걸어올라와서 먹는 점심이다.
꿀맛이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점심을 먹고 오른 문장대에는
예상했던대로 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문장대에 올라서는 순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앞에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문장대를 가운데 두고
물결치듯 빙둘러싸인 기기묘묘한 암봉 사이사이에
울긋불긋 단풍꽃이라도 핀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한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눈을 뗄수없는 풍경을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할 시간...
언제나 돌아서는 기분은 서운하다.
그러나 돌아설때는 돌아서야 하는게 인생이다.
그림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돌아서는 마음이
어찌 서운하지 않을까?
그 서운함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든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쯤 더 늦은 시간이다.
하산은 2시간여만에 끝났다.
숙소로 예약되어있는 영덕까지 갈길이 멀어서 서두른 결과다.
이번 속리산 산행은
거의 1년만에 오른 높은 산이다.
한달에 한두번은 오르던 높은 산인데
오랜만에 오르려니 사실 나도 좀 망설여졌었다.
거기에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올랐지만
결과는 대 만족이다.
생각보다 잘 따라와준 아내 덕분인데
아내는 만족했을련지 모르겠다....
.
ㅡ2019.10.19.속리산 문장대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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