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1. 10:53ㆍ오르다/100대명산
위치: 전북 정읍시 내장동 산 231
★The buck stops here. (여기서 책임진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물한 명패에 쓰인 글귀라고 합니다.
바이든은 그때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 회피형이라는 것을 알았을까요?
아무튼 바이든이 절묘한 선물을 한 셈입니다.
몇 일전 이태원에서 156명의 청춘이 죽어간 암울하고 슬픈 날들이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잘 헤쳐나가라는 듯 더 밝고 더 화려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먼저 다녀온 지인이 내장산 단풍 소식을 전해줍니다.
한마디로 "역시 단풍은 내장산이라고..."
그래서 화천의 용화산 산행 계획을 철회하고 새벽 일찍 내장산으로 향합니다.
단풍철 내장산에 가기 위해서는 극심한 교통혼잡은 통과의례이지요.
그래서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피하기 위해 새벽길을 달려 아침 7시 30분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사설 주차장에 10,000원을 선불로 내고 바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조금 올라가자 다시 입장료 4,000원을 받습니다.
어느 국회의원이 그 문제를 국회에서 꺼냈다가 홍역을 치른 문화재 관람료입니다.
종교 앞에서는 왜 법도 기를 펴지 못할까요?.
우화정입니다.
내장사로 들어가는 중간쯤에 있는 정자입니다.
정자에 날개가 돋아나서 승천을 했다는 좀 황당한 전설이 있는 정자지요.
사진 명소 중 한곳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주변의 단풍은 벌써 다 지고 없어서 좀 황량합니다.
내장산 산행이든 관광이든 주차장에서 1.5km 이상을 더 들어가야 합니다.
방법은 1000원을 내고 셔틀버스를 타는 방법과 걸어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단풍구경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걸어야 제멋이지요.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길을 걸어서 일주문 앞에 섰습니다.
여기에서 일주문을 지나 직진하면 신선봉으로 오르는 내장사로 통하고 옆길로 올라가면 서래봉으로 오르는
벽련암으로 통합니다.
우리는 서래봉 산행을 위해서 벽련암으로 오릅니다.
꽃일까요?
단풍일까요?
어느곳을 보아도 화사합니다.
벽련암으로 오르는 길도 화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불타는듯한 숲입니다.
붉은색의 향연입니다.
그런데 왠지 손이 허전합니다.
화려한 단풍에 정신이 팔려서 등산용 스틱을 화장실에 놓고 온 것입니다.
벌써 2km 넘게 올라왔으니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꼭 있을 거라는 확신만 있어도 다시 돌아갈 텐데 그 확신이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산행을 계속합니다.
이제 벽련암 경내로 들어섭니다.
여기도 어김없이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벽련암 대웅전입니다.
벽련암은 서래봉 밑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절입니다.
사실 유명세는 내장사가 타고 있지만 절마당의 운치로 치면 그에 못지않은 암자입니다.
벽련암은 중앙에 대웅전이 있고 양 옆으로 전각들이 정확한 대칭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벽련암은 원래는 벽련사였다지요.
백제 의자왕 20년 유해 스님이 세웠다고 하는 절입니다.
이후 추사 김정희가 벽련사로 바꾸어 부르고 현판을 써서 걸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된 후 언젠가부터 벽련암으로 격하되어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벽련암 경내에 있는 단풍나무입니다.
무려 310여 년이 되었다지요.
간단하게 벽련암 경내를 둘러보고 서래봉을 향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서래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벽련암을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파르게 나 있습니다.
등산로 주변은 대략 수백 년쯤 되어 보이는 굴참나무와 떡갈나무, 서어나무 등이 즐비한 천연의 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래봉 오르는 중간에 있는 석란정 터입니다.
조선말 유림들이 모여서 명성황후를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고 원수를 갚을 것을 맹세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주변에 석란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지요.
일본 놈들의 만행에 일부 애국자들이 이렇게 울분을 토하고 있을 때
매국노들은 자기 배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을 테지요.
등산로는 거칠고 가파르지만 주변의 아름드리나무들의 향연은 계속됩니다.
그 거칠고 척박한 산비탈에서 어떻게 저리 튼실하게 살아냈을까요?
벽련암에서 30분쯤 힘들게 오르자 암벽을 오르는 데크가 나오고
그 바위 위쪽에서 첫 조망을 합니다.
조금 전에 둘러봤던 벽련사가 형형색색의 단풍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마치 황금알이라도 품은 고깔 둥지 같습니다.
천혜의 길지에 자리 잡은 벽련사 조망입니다.
이보다 아름다운 절마당이 또 있을까요?
이보다 아늑한 절마당이 또 있을까요?
없던 신심도 저절로 솟아오를 듯 한 절마당입니다.
첫 조망점에서 바위 뒤쪽으로 돌아서면 바로 정상에 다다를 것 같지만
다시 가파르게 내려갔다 올라가야 비로소 서래봉 정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드디어 서래봉 정상입니다.
벽련암에서 50분 만이지요.
앙증맞은 정상석이 인상적입니다.
어찌 보면 거창한 정상석보다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것 같기도 합니다.
서래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서역(西域)에서 온 달마대사가 내장산에서 입산수도하였다는 전설에서 ‘서래봉(西來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봉우리의 모습이 논을 고르는 농기구 써레와 비슷하다 하여
써레봉이라 불리다가 순화되어 서래봉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목적지인 불출봉입니다.
그리고 내장산 주 능선입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서래봉을 깃점으로 오른쪽부터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최고봉인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으로 이어지며 타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 계획은 최고봉인 신선봉까지 오르고 내장사로 하산할 생각이었지만
중간에 다른 일정이 생겨서 불출봉까지만 진행하고 원적암으로 하산하기로 계획을 변경합니다.
서래봉에서 본 벽련암과 내장사 전경입니다.
오른쪽이 내장사, 왼쪽이 벽련암이지요.
마치 오색 찬란한 비단이불을 펼쳐놓은 듯합니다.
서래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은 오늘도 아내표 최고급 샌드위치입니다.
높이가 624m인 서래봉은 내장산의 8개 봉우리 중 가장 풍광이 뛰어난 봉우리지요.
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으며 내장사와 벽련암은 물론
내장저수지와 정읍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입니다.
이제 서래봉을 내려와 불출봉을 향해서 갑니다.
이 구간이 내장산 산행의 최고의 난코스 중 한 곳이지요.
거의 산 중턱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내장저수지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잠시 흙길로 이어지다가 다시 가파른 돌계단으로 바뀝니다.
서래봉에서 20여 분 만에 다시 능선에 올라섭니다.
그리고 작은 전망대가 나옵니다.
전망대에서는 내장산 주 능선과 아름다운 내장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기 시작합니다.
뒤돌아 본 지나온 길입니다.
방금 전 지나온 작은 전망대가 보이고 그 너머로 서래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제 불출봉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을 오릅니다.
서래봉에서 40 여분만에 불출봉 정상에 섭니다.
비록 40여분의 산행이지만 워낙 오르내림이 심해서 의외로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불출봉에서 본 서래봉 방향입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지요.
불출봉은 619m의 암봉으로 정상 바위 아래 불출암이 있어서 불출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방이 확 트여서 조망이 일품입니다.
그래서 운해 감상에 적격이라고 합니다.
그 불출봉에서 보는 운해를 '불출운해'라 부른다지요.
내려가야 할 원적사 방향입니다.
그리고 망해봉, 까치봉, 연지봉,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종주능선길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길인데 일정상 여기서 원적사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불출봉에서 하산 시작 후 5분 만에 만나는 불출암지입니다.
고려 광종시대인 975년에 하월선사가 이곳 천연 동굴을 이용해서 암자를 짓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천년을 이어오던 암자가 6.25 한국전쟁 때 불타버렸다지요.
아무튼 우리 인류사의 대부분은 자연재해에 의해서보다
결국 침략과 전쟁에 의해서 더 많이 죽고 파괴됩니다.
불출봉에서 500m쯤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지다가 비교적 완만한 흙길로 바뀝니다.
그와 동시에 숲의 분위기도 다시 화사해집니다.
다양한 수종이 혼재한 단풍이 절정을 이룬 구간에 들러선 것이지요.
잠시 원적암까지 이어지는 단풍숲 삼매경에 빠져봅니다.
원적암이 가까워질 무렵 수백 년 된 비자나무 군락지를 지나갑니다.
이곳에는 무려 300~500년 된 비자나무가 30여 그루 자생한다지요.
비자나무는 많은 곳에 쓰이지만 특히 비자나무 바둑판을 최고로 친다고 합니다.
복원력이 좋아서 바둑알을 탁 놓으면 약간 들어갔다 서서히 나온다지요.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도 비자 열매의 맛이 그립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님께서 고향의 불회사라는 절에 가끔 다니셨는데
절에서 오시면서 가져오시는 비자 열매의 고소한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들어오는 아몬드는 비교가 안 되는 고소한 맛이었지요.
원적암입니다.
고려시대인 1086년에 적암대사가 창건한 암자로
당시에는 7칸이나 되는 웅장한 규모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암자도 한국전쟁 때 불탔다지요.
현재의 암자는 1961년 법명 스님이 복원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다른 부자 절들에 비해서 초라해서 안타깝습니다.
종교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원적암 앞에 있는 은행나무입니다.
황금빛을 방불케 하는 단풍을 뽐내고 있습니다.
애기단풍이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아니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그 꽃보다 아름다운 애기단풍 숲을 20여분 걸어 내려오면 나오는 원적암 입구입니다.
극락세계가 있다면 저런 색감일까요?
마치 불국의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문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꽃나무처럼 아름다운 애기단풍나무입니다.
이제 사실상의 등산이 끝나고 쉬엄쉬엄 단풍놀이를 하는 구간입니다.
이렇게 내장사까지 1km쯤 이어집니다.
황홀하리만큼 화사한 단풍길입니다.
여기서 잠시 단풍놀이를 해볼까요?
그렇게 화사한 단풍길을 걸어 내장사에 도착합니다.
여기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아름다운 단풍입니다.
어느 유명 화가인들 이보다 화려한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을까요?
어느 유명 시인인들 이 화려한 색감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느 유명 사진가인들 이 화려함을 담아낼 수 있을까요?
말 그대로 화려함의 극치입니다.
색의 향연입니다.
붉음의 향연입니다.
이제 그 화려함의 절정을 향해서 가는 내장사 경내로 들어갑니다.
내장사 절마당은 입추의 여지없이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나머지 공간은 울긋불긋 사람이 채우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울긋불긋 형형색색 만추입니다.
그런데 한 곳만이 썰렁합니다.
절마당의 가장 중심인 곳이지요.
대웅전이 있던 자리입니다.
수년 전 대웅전이 불타는 모습이 tv에 생중계되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느 스님이 불만을 품고 방화를 했다지요.
내장사는
백제 의자왕 20년(660년)에 환해가 창건한 절입니다.
원래는 현재 벽련암 자리에 있었다고 하지요.
평일인데도 워낙 사람이 많아서 사진 놀이를 포기하고 나옵니다.
사실 내장산의 단풍은 산 자체의 단풍도 아름답지만
내장사에서 주차장까지의 단풍길이 최고이지요.
이제 그 단풍길을 걸어 나갑니다.
잠시 감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터널을 걸어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내장산의 산 이름 유래는
원래 내장사의 옛 이름인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고 불리었으나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 하여 내장(內藏) 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고봉인 신선봉이 763m로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봉우리가 9개나 되기 때문에 난이도가 제법 높은 산이지요.
그래서 대부분 조망이 가장 뛰어난 불출봉을 오릅니다.
나도 원래 계획은 종주였지만 오늘은 불출봉 산행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산행코스:주차장 ㅡ일주문 ㅡ벽련암 ㅡ서래봉 ㅡ서래약수 ㅡ불출봉 ㅡ원적암 ㅡ내장사 ㅡ주차장(8km 천천히 점심 사진촬영 포함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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