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5. 17:39ㆍ오르다/photo essay 북한산
▲도봉탐방지원센터. 09시 00.
절은 왜 이리 많고 길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서울 근교 산들의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면 마치 미로 찾기라도 하는 듯하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도봉산 정상코스는
몇 번쯤은 와 본 길이지만 요즘은 둘레길까지 겹쳐서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계절은 어느새 한여름.
오늘은 도봉산에서 더위와 놀기.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장맛비가 그친 여름날 오전 9시는 벌써 한 낮 기온을 방불케 했다.
아무튼 찜통더위를 각오하고 최단코스로 도봉산 정상을 오를 예정이다.
도봉산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길에 들어서는 짧은 시간에
벌써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도봉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김수영 시비.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도봉서원 터.
도봉서원은 조광조의 학문과 행적을 기리기 위해서 1,573년에 건립했다고 알려진
서울의 유일한 서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텅 빈 터에 노거수 한 그루만이 덩그렇게 서 있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도봉산 등산의 초반은
계곡의 물소리도 좋고, 소소한 볼거리도 많고, 길도 완만하고.
그래서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기분이다.
▲조선시대 김수증이 새겼다는 고산앙지(高山仰止)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위 위쪽 풍경이다.
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져 있어 신비로운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도봉산의 등산코스는
크게는 도봉동 기점, 우이동 기점, 원도봉산 기점, 송추 기점, 등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작은 등산로까지 나열하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 최단코스는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도봉대피소와 특수산악구조대를 지나 만장봉, 신선대로 오르는 코스다.
그와 비슷한 천축사와 마당바위를 경유하는 코스는 500m쯤이 더 멀다.
그래서 천축사와 바당바위 방향으로 올라갔다가 산악구조대 방향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천축사 방향으로 오르다가 잠시 계곡길로 내려섰다.
계곡 풍경을 담아보기 위해서.
▲계곡에 내려서자 물소리가 요란했다.
크고 작은 폭포들.
역시 비 온 뒤의 계곡 풍경은 아름답다.
▲이제 계곡에서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섰다.
아직은 비교적 살방살방 걸을 수 있는 수준의 흙길이다.
그런데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길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 있는 소나무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냈을까?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품처럼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나무 사이로 가야 할 도봉산 정상부의 모습이 보인다.
선인봉의 웅장한 자태.
앞쪽 능선 아래에 천축사가 있다.
오늘은 체력 안배를 위해서 패스.
▲얽히고설킨 뿌리들.
두 나무의 뿌리가 서로 붙어있다.
'연리근'인 셈이다.
▲오전 11시 20분.
아직은 비교적 쉬운 구간인데도 2시간이나 걸렸다.
워낙 더워서 몸이 내 몸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쉬고 또 쉬면서 오른 결과다.
아무튼 여름 산행은 산에서 논다는 생각으로 올라야 탈이 없다.
이제 마당바위까지는 400m, 자운봉까지는 1.2km가 남았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소나무들.
나만 힘든 게 아닌 듯.
메마른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너희는 또 얼마나 힘이 들까나?
▲드디어 마당바위를 오른다.
▲마당바위에서 본 우이암.
지난달에 아들과 함께 올랐던 봉우리다.
▲마당바위와 더불어 사는 소나무들.
마당바위에 도착한 시간이 벌써 12시다.
그러니까 3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보통은 3시간이면 정상까지 갈 시간이다.
오늘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로.
마당바위에서 점심 대용으로 가져온 빵을 먹으면서 또 한 참을 쉬어 간다.
(다음 편에서 계속 ㅡ)
ㅡ2024.07.11.도봉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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