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등산코스] 10.백운대 최단코스로 오르기

2024. 4. 13. 18:52오르다/photo essay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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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최단코스로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를 오릅니다.

그 시작점은 도선사주차장입니다.

도선사 앞 주차장은 무료이지만

주차 가능대수가 50 여대로 주말이나 평일 늦은 시간에는 주차가 쉽지 않습니다.

오전 10 시.

오늘은 늦은 시간이지만 어제 국회의원 선거 다음날이어서인지 주차공간이 여유가 있습니다.

덕분에 가볍게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도선사 앞 주차장.

봄은 벌써 산 중턱까지 올라왔습니다.

▲산길에 들어서자 막 피어난 연초록 새순과

화사한 진달래가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싱그러운 산행의 시작.

▲사실 어제 총선 개표방송을 보느라고 잠을 설쳤습니다.

그래서 컨디션이 별로.

아무튼 정치도, 스포츠 경기도 몰입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일종의 중독 같은.

야당 175, 여당 108.

엄청난 결과입니다.

도도한 민심의 표현이 아니었을까요?

▲컨디션이 별로였지만 상큼한 새 봄의 풍경에 힘이 납니다.

인간의 몸.

움직일수록 오히려 힘이 나는 아이러니입니다.

▲도선사에서 하루재까지는

거리는 700m쯤이지만 대부분 까다로운 돌계단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두 번이나 쉬고 하루재에 올라섰습니다.

그것도 천천히 40 여분만에.

하루재는 옛날 우이동 사람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

하루에 왔다가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땔감이 아니라 최단코스로 백운대에 오르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고개입니다.

높이는 490m.

백운대의 높이가 836m이니까 절 반이 조금 넘는 높이입니다.

▲하루재를 넘어 돌아서면 웅장한 인수봉의 모습이 첫선을 보입니다.

백운대에서 보는 매끈한 모습의 인수봉과는 또 다른 모습의 인수봉.

매끈한 미암(美岩)의 뒷모습이라고 믿기지 않은 거친 암봉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길은 잠시 진달래 꽃길로 이어집니다.

야수처럼 거친 인수봉과 해맑은 진달래의 조화.

아름답습니다.

▲이제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옆을 지나갑니다.

하루재에서 300m 지점.

오늘 코스 중 유일하게 걷기 좋은 비교적 평탄한 구간입니다.

여기서부터 백운대까지는 1.1km.

다시 대부분 계단과 바위난간 구간으로 이루어진 험난한 구간입니다.

▲인수암.

모든 생필품을 지게로 하루재를 넘어 운반해야 하는 암자입니다.

몇 년 사이에 많이 정갈해졌습니다.

▲인수봉 조망포인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나무가 많이 자라서 조망포인트라는 게 무색합니다.

▲북한산은 거의 통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모인 산입니다.

그래서 모든 봉우리들이 바위 타기를 해야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건 철계단과 철난간 덕분입니다.

특히 백운대 구간은 거의 평지나 흙이 없는 돌과 바위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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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양옆의 암벽들입니다.

모두 다른 산이었다면 그럴싸한 이름 하나쯤 가졌을 엄청난 크기의 바위입니다.

현호색

▲백운산장에 도착했습니다.

거친 숨을 잠시 쉴 수 있는 곳입니다.

이제 정상까지는 500m.

그렇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어야 오를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인수봉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백운산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1호 산장이라고 합니다.

2019년까지 산장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테이블이 조성되어 있어서 지금도 편하게 쉬어 갈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도 여기서 점심을 먹습니다.

▲백운산장을 나서면 바로 철난간으로 이어집니다.

백운봉 암문까지 이런 급경사는 계속됩니다.

▲백운봉 암문.

이제 백운대 정상까지는 300m.

그 300m 전 구간을 손발을 다 써서 쇠난간을 타야 오를 수 있습니다.

백운봉 암문은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위치한 성문입니다.

북한산성의 모든 성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성문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놈들이 위문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20여 년 전까지도 위문이라고 불렸던 암문입니다.

다른 암문과 마찬가지로 전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거나

구원병의 출입로 역할을 했던 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산성입구와 용암문 방향 등에서 올라오는 산객이 만나는 고개로

백운대 오르는 전초기지 같은 문입니다.

여기서부터 백운대까지는 극심한 암벽구간이기 때문에

체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종종 여기에서 일행을 기다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삼각산의 정상에 서 봐야죠.

▲백운봉 암문의 만경대 방향 바위절벽.

성곽은 저 무시무시한 바위벽을 이용해서 축조되어 있습니다.

마치 삼국지에나 나올법한 천혜의 요새입니다.

▲드디어 인수봉의 아름다운 자태가 조망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돌아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만경대.

매끈한 인수봉과 대조적으로 마치 맹수가 포효하는 듯한 거친 암봉입니다.

▲만경대와 연이어 있는 노적봉입니다.

노적가리 같다고 해서 노적봉이라고 하죠.

전국에는 노적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중에 얼마 전에 다녀왔던 목포의 노적봉이 생각납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노적가리처럼 위장했다는 목포의 노적봉에 비하면

북한산의 노적봉은 훨씬 사실적으로 생겼습니다.

▲내가 작명해 본 투구바위입니다.

▲올려다본 정상입니다.

이제 최고의 난코스 구간을 오릅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줄을 서야 오를 수 있는 구간입니다.

▲만경대와 노적봉,

그리고 그 뒤쪽으로 의상능선과 문수봉등의 봉우리가 줄지어 있습니다.

▲백운대 남서쪽 절벽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절벽입니다.

▲백운대의 또 하나의 명물인 오리바위입니다.

▲저 아래 조금 전에 지나왔던 백운산장도 보입니다.

▲다시 오르는 중간에 본 인수봉.

인수봉 역시 암벽등반가들에게만 허용되는 봉우리입니다.

백운대가 거친 암봉인데 반해서 인수봉은 매끈한 미사일 같은 암봉입니다.

어떻게 나란히 있는 바위의 모양이 이렇게 다를까요?

마치 백운대는 남성을 상징하고, 인수봉은 여성을 상징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다시 올려다본 정상입니다.

▲가장 가까이서 본 인수봉입니다.

클라이머들이 암벽 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수봉은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이

형 비류와 함께 올라 한양을 도읍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위압적인 봉우리가

어떻게 인수봉(仁壽峰)이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요?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고전 논어에서 기인했다고 합니다.

논어의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知者樂水)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仁者樂山)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조용하며(知者動 仁者靜)

지혜로운 자는 즐겁게 살고 어진 자는 오래 산다(知者樂 仁者壽)"에서

어질고 오래 산다는 의미의 인수(仁壽)를 가져온 듯합니다.

역시 산악인들은 낭만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합니다.

▲인수봉의 또 다른 옛 이름은

마치 어린아이를 업은 듯하다 하여 부아악(負兒岳)이라 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쇠줄 타기를 합니다.

팔다리가 후들거릴 쯤이죠.

▲으쌰 으쌰 마지막 힘을 내봅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때까지.

▲드디어 백운대 정상에 섭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단어가 '드디어'밖에 없을까요?

아무튼 백운대 정상은 가깝게는 작년 가을,

그 외에도 수십 번을 올랐지만 그 언제 한 번이라도 가슴 벅차지 않고

감격적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정상에서의 압도적인 조망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마지막 300m의 암봉 오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역시 고진감래죠.

백운대는 북한산의 최고봉으로 높이는  836m입니다.

인수봉(仁壽峰, 810.5m), 만경대(萬景臺,800m) 등과 함께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 삼각산의 중심 축이죠.

▲그럼 이제 잠시 정상에서의 멋진 조망에 취해볼까요?

▲먼저 만경대와 노적봉 방향입니다.

바로 정상 아래 바위 위.

언제나 위태롭게 올라가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도 예외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여자입니다.

최고의 명상을 하는듯합니다.

▲인수봉의 뒤태입니다.

마치 여자가 머리를 땋은 모습 같기도 하고

바위 열차 같기도 하고

용이 하늘로 승천하 것 같기도 합니다.

설교벽.

인수봉의 뒷모습은 웅장하고 매끈하게 잘 생긴 앞모습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그러나 그 험악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이름은 낭만적입니다.

설교벽(雪郊壁)

처음에는 누군가 설교를 해서 붙은 이름인가? 하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참 낭만적인 이름이었습니다.

한자를 풀이하면 '눈 쌓인 성 밖의 벽'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산악인들이 그렇게 부르게 된 이유는

인수봉 뒷면은 북향이라서 겨울에 눈이 가장 먼저 쌓이고 봄에 가장 늦게 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 마치 눈 쌓인 성밖의 벽 모습과 같다고 해서 한자로 그리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산악인들은 거칠고 위험한 직업에 비해서 참 감성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백운대 마당바위입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휴식터입니다.

이런 험한 암봉 정상에 이런 휴식터가 있다는 건 정말 축복과도 같죠.

▲숨은 벽 능선입니다.

숨은 벽.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은 봉우리입니다.

그래서 숨은벽이란 이름을 얻은 봉우리입니다.

▲염초봉에서 올라오는 암벽입니다.

뾰족한 봉우리가 염초봉, 그 뒤 낮은 봉우리가 원효봉입니다.

염초봉 코스도 전문 산악인들만 오를 수 있는 루트입니다.

여기까지.

정상에서 사방팔방의 조망을 즐기고 하산길에 듭니다.

▲아찔한 구간을 내려서서

다시 뒤돌아 본 정상입니다.

▲척박한 바위틈에서 정겹게 살아가는 소나무 두 그루.

한 그루가 아니라 두 그루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백운봉 암문에 내려섰습니다.

여기에서 하산은 올라왔던 반대방향인 대동문 방향으로 합니다.

하산기는 다음 편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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