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7. 17:41ㆍ오르다/photo essay 북한산
(위의 글에 이어지는 글)
▲젊었을 때 많이 써먹었던 자기 체면.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을 오랜만에 다시 되뇌어 본다.
그동안 산에 오르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려서 잊고 있었던 시조다.
그만큼 덥고 힘들었다.
도봉산 최단 코스중에서 특히 마당바위에서 정상 구간은 마의 구간이다.
그것도 삼복더위의 한 낮에 오른다는 건 사실 무모한 짓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특수산악구조대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까지의
400m쯤은 비교적 오를만 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400m가 문제다.
그 전 구간이 경사도 60 이 넘는 급경사구간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내가 쓰는 나만의 방법.
책을 읽듯 산을 읽는 것.
그것도 속독이 아니라 정독으로.
도봉산의 8부 능선은 급경사 구간이어서 기어오르다시피 해야 하는 구간이다.
그렇지만 주변의 소소한 풍경 또한 눈을 즐겁게 하는 구간이다.
그래서 천천히 천천히 책을 읽듯 정독을 하며 오른다.
▲아름다운 소나무 군락지 구간이다.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꺾이지 않은 소나무의 생명력.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어떠한 환경에서도 꺾이지 않고 살아가는 소나무에게서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운다.
▲이제 흙 한 줌도 찾아볼 수 없는 구간.
쇠난간을 붙잡고 한 발 한발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땅을 봐도, 옆을 봐도, 위를 봐도, 오직 보이는 건 바위뿐이다.
▲그렇게 얼마나 올랐을까?
순간 하늘이 열리고 만장봉과 선인봉의 웅장한 자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인쉼터에 올라 선 것이다.
▲적나라게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들.
수많은 산객들의 계단이 되어준 대가는 혹독했다.
등산로가 아니었더라면 드러나지 않았을 뿌리들이다.
얼마나 더 버텨낼지.
▲이제 마지막 난관인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섰다.
물론 계단 역시 가파르지만 지금까지의 돌계단에 비하면 고속도로 같은 느낌.
거기에다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없던 힘이 되살아나는 아이러니까지 겹쳐서
한결 부드럽게 오른다.
▲계단은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로 나 있다.
계단 정상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신선대, 넘어서면 Y계곡이다.
▲계단 정상부에서 올려다본 자운봉 꼭대기.
블록처럼 절묘하게 쌓인 바위들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역시 계단 정상에서 올려다본 신선대.
오늘 올라야 할 최종 목적지다.
▲포대능선 방향.
▲자운봉에서 서식하는 산고양이.
요즘 산정에서 어김없이 만나는 녀석들인데
귀엽다고 해야 할지, 짠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꿩의다리꽃.
▲이제 마지막 관문인 신선대를 오른다.
▲천신만고 끝에 올라선 신선대 정상.
고진감래!.
정상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었다.
앞으로는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뒤로는 뜀바위와 주봉, 오봉 너머 북한산까지,
영락없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거침없는 사방의 조망을 마주한 이 순간.
내가 마치 신선이라고 된 듯하다.
그래서 신선대일까?
신선대는 높이가 726m로 정상인 자운봉보다 10 여 m 낮은 두 번째 봉우리이지만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으로 도봉산의 정상 역할을 하는 봉우리다.
▲포대능선과 Y계곡 방향.
▲뜀바위와 주봉 방향.
멀리 북한산 정상부와 상장능선도 보인다.
▲태초의 낙원 같다 하여 부르게 되었다는 에덴동산 방향.
도봉산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암릉이지만 비탐방지역이다.
▲만장봉과 선인봉.
▲그리고 정상인 자운봉 상부.
어느 유명한 조각가인들 저토록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 수 있을까?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오묘한 조각품.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 쏟아져 내릴지 모를 것 같은 불안감도 주는 봉우리다.
▲자운봉과 만장봉 그리고 선인봉까지.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紫雲峰)은
풀이를 하면 구름에 휩싸인 붉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높이가 739.5m로 실제로 해 뜰 녘과 해 질 녘의 자운봉은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산봉우리들의 이름은
모두 철학적이고 예술적이다.
▲자운봉과 포대능선.
주말이나 휴일이었다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했을 신선대정상에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관광객 커플과 나까지 세명뿐이다.
그래서 여유 있게 30 분쯤 조망을 즐기다 하산했다.
하산은 석굴암 방향으로 할 예정이다.
(하산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ㅡ)
ㅡ2024.07.11.도봉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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