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5. 18:40ㆍ오르다/설악산
(위의 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양폭 대피소를 지나면서 등산로는 본격적으로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힘듦보다는 감동이 더 컸다.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어우러진 비경.
설악산의 구석구석이 다 아름답지만 양폭에서 천당폭포 구간은
특히 아름다운 구간이기때문이다.
▲양폭 대피소 뷰 포인트.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
단풍은 어느새 고도가 700m쯤인 양폭 대피소 부근까지 내려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절정인 시기의 붉은색 계통이 주를 이루는 단풍보다
중간쯤 물든 이 정도의 푸른색이 많이 섞인 색감을 더 좋아한다.
▲천당폭포.
설악산 천불동 계곡의 천당폭포는
천불동의 끝에 있어서
속세의 사람들이 이곳에 오르면 마치 천당에 온 듯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수량이 풍부해서 충분한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위에서 본 천당폭포.
천당폭포는 비스듬한 각도로 매끄럽게 떨어지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완벽한 원형에 가까운 푸른 소의 모습도 아름답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회오리치면서 만들어졌을 텐데.
얼마나 많은 세월의 흔적일까?
▲점점 짙어져 가는 단풍.
천당폭포를 올라서자 설악산 단풍은 절정을 향해서 가고 있었다.
하루에 100m씩이나 내려온다는 설악산 단풍.
이런 속도로 내려간다면 아마도 설악산 단풍의 최고 절정시기는 10월 말쯤이 될 것 같다.
▲천당폭포 위에서 내려다본 천불동 계곡.
아름답다 못해 신비감마저 드는 비경이다.
▲이제 이 이름 없는 폭포를 지나면 계곡과도 헤어지는 구간이다.
천불동 계곡의 끝.
▲그렇게 천불동 계곡길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수직에 가까운 경사로 바뀌었다.
딱히 볼거리도 많지 않은 구간.
소공원에서 희운각까지의 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에 접어든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올라선 무너미 삼거리다.
오늘의 목적지인 희운각까지는 이제 200m가 남았다.
▲희운각 앞 전망대에서 본 천불동계곡.
▲새로 단장한 희운각 대피소.
오후 2 시 30 분.
오늘의 목적지인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했다.
사진 찍고 점심 먹고, 쉬엄쉬엄 올라온 시간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총 9.4km, 5시간 30 분이 걸렸다.
▲대피소 앞마당에서 본 대청봉 방향.
희운각 대피소는 오후 3시~7시에 입실, 밤 9시 소등이다.
그래서 입실 시간까지 30 분동 안 대피소 앞마당에서 기다려야 했다.
▲희운각에 빼꼼히 보이는 소청, 중청.
대피소 이름이 희운각?
그 고급스러운 이름이 생겨난 이유에는 아픈 과거가 있다고 한다.
지금의 대피소 건물은 작년에 새로 신축했지만
원래는 1969 년 설악산 죽음의 계곡 조난 사건을 계기로 1970 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 한국산악회 대원 10 명이 눈사태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 사고를 안타까워했던 최태묵 선생이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곳에 대피소를 지으면서 선생의 호인 '희운'을 붙였단다.
당시는 지금처럼 헬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등산객들에게 시멘트 가루 한 줌씩을 가지고 올라가게 했다고 한다.
▲내일 올라야 할 신선대방향.
▲왼쪽 끝, 대청봉도 살짝 보인다.
▲대피소의 길고 긴 밤.
입실 후 오후 5시에 이른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삼겹살.
저녁을 먹고 나서 대피소 주변을 산책했다.
그사이 주변에 어둠이 찾아왔다.
딱히 할 일이 없는 시간.
아내가 일찍 잠이나 자자고 한다.
그래서 7시에 취침을 했으나 20 분쯤 자고 40 분쯤 깨어있기를 반복했다.
희운각대피소는 작년에 새로 준공했기 때문에 대피소 중에서는 호텔이라고 할 정도로 시설이 좋은 편이다.
편백나무 향이 그윽하고 두 사람씩 잘 수 있도록 칸막이도 되어있다.
그러나 땀냄새, 코 고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뒤척이다 12시쯤 아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했다.
아내가 "저렇게 많은 별은 오랜만이네."라고 한다.
설악산 대청봉 아래에서 보는 별. 별. 별.
ㅡ2024.10.10.설악산 희운각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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