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 이름의 유래ㅡ울산바위와 흔들바위

2022. 2. 14. 10:36오르다/100대명산

울산바위는 왜 울산에 있지 않고 설악산에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산행에 나선다.

 

 

울산바위는 높이 873m,둘레 4km로 6개의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름은 울산바위이지만 하나의 거대한 산이나 다름없다.

그 울산바위에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요즘은 길이 워낙 잘 닦여있어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반이다.

 

 

설악산에 들면 마치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불상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는 뜻을 모아 제작된 통일대불전은 지난 87년 착공,

11년간의 대작불사 끝에 봉안하게  되었단다.

설악산 신흥사 일주문 앞 9천9백㎡ 부지에

대불높이 14.6m, 좌대높이 4.3m, 좌대직경 13m, 광배높 17.5m, 광배폭 14m의 규모로 조성된

세계 최대 청동좌불로 알려져있다.

 

 

주차장에서 울산바위까지는 편도 4km쯤이다.

그러나 중간에 신흥사와 계조암, 그리고 흔들바위등 볼거리가 많아서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오늘도 둘러보지도 않을 텐데 이 사찰 때문에 입장료 3500원을 내야했다.

비단 이곳 뿐이 아니다.

전국의 등산로 입구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찰을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외의 수많은 등산객이 불필요한 요금을 징수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국민을 대신해서 그 문제점을 제기한 어느 국회의원은 불교계의 엄청난 협박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까지도 문제를 삼는 불교 지도자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기가 찰 따름이다.

 

 

오늘도 신흥사는 간단히 둘러보고 바로 흔들바위를 향해서 간다.

신흥사에서 흔들바위까지는 산행이라기 보다는 여행길이다.

특히 가을이면 오색찬란한 단풍길이다.

 

 

내원암.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서면서 만나게 되는 암자다.

신라 시대의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원효대사,봉정선사등이 수행 정진한 곳이라고 한다.

그렇게 내노라하는 스님들이 거쳐간 암자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은 거의 폐사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찰도 부익부 빈익빈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서어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참나무까지 세종류의 나무뿌리가 지독하게도 얽히고 설켰다.

저렇게 얽혀서도 튼실하게 살아가는 나무에게서 또 한 가지를 배운다.

 

 

보기에 따라서는 보잘것 없는 작은 돌탑.

그러나 나는 왠지 저런 작은 돌탑을 보면 오히려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아슬아슬한 탑 위에 또 하나 올릴때의 그 간절함.

그것은 소원이기도 하고 소망이기도 할 터이다.

 

 

계조암에 도착했다.

계조암 앞에 그 유명한 흔들바위가 있다.

울산바위를 오르기 위해서는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옛날 수학여행 단골코스였던 흔들바위를 지나야 한다.

아무튼 여기까지는 거의 산책 수준의 걷기 좋은 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1km.

그 1km를 대부분 계단으로 올라야 한다.

 

 

계조암 석굴 내부.

의외로 넓기도 하고 정갈하게 조성되어 있다.

 

 

흔들바위다.

혼자서 흔드나 여럿이서 흔드나 흔들리는 정도가 똑같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 쉽게 흔들리지 않은 흔들바위다.

그래서 한때 미국의 레스링 선수들 여러명이 그게 진짜인지 내기를 하다가 굴러 떨어졌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었다.

 

 

 

유명세는 흔들바위가 독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흔들바위 보다도 주변의 거대한 바위들이 더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크고 매끈한 바위들에 새겨진 명필들은 마치 예술품을 감상하는듯 했다.

 

 

계조암 석굴.

652년 신흥사와 함께 조성된 계조암은 자장, 동산, 봉정등 세조사가 수도하다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에게 계승되었다고하여 계조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계조암을 지나 이제 울산바위 정상을 향해서 간다.

여기서부터는 극심한 급경사 구간이다.

 

 

흔들바위에서 10분쯤 가파르게 올라서면 천혜의 조망바위가 나온다.

그 바위에 올라 서면 앞으로는 대청봉 그리고 그 옆에 중청과 소청, 왼쪽의 화채봉과 오른쪽의 공룡능선까지

신비스러운 설악의 정상부 자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늘 그 모습이 영락없는 설악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겨울 설악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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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서면 올라야할 울산바위의 정상부가 웅장한 모습으로 역시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이 마치 바위 울타리 같기도 하고 완고한 천혜의 성벽 같기도 하다.

저 거대한 암봉에 올라갈 루트가 있다는것이 신비할 뿐이다.

 

 

조망바위에서부터는 길은 잠시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 길은 거대한 공기돌 모양의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우러져 정감있는 길이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서 해괴한 소나무를 만난다.

가끔 산행중에 만나는 소나무 상처다.

언젠가 처음에 산에서 저 상처를 보고 무슨 사이비 종교 집단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의 무슨 해괴한 표식쯤으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저기에도 참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말의 일이다.

일본놈들이 전쟁중이던 비행기 연료가 부족하자 소나무 송진을 정제해서 쓰게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백성들에게 송진을 채취해오면 얼마의 돈을 줬다.

그러자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우리나라 백성들은 너도나도 산으로 들어가 송진을 채취해서 쥐꼬리만큼의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마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 해괴한 상처가 훈장처럼 남아 있는 것이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양이여야 할 소나무 껍질이 흉측한 몰골로 변한것이다.

 

 

화채봉이다.

이름이 참 이쁜 봉우리다.

그러나 휴식년제에 들어가 있어서 가보지 못한 봉우리다.

 

 

전망바위에서 다시 10분쯤 오르자 길이 가파라지면서 전망이 확트이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철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까마득한 철계단이다.

 

 

이 거대한 암봉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했다는게 대단하다.

아마도 아파트 40층정도는 될것같은 계단이다.

아무튼 울산바위 정상부는 등산이 아니라 계단 오르기다.

끝이 없는 계단 오르기다.

 

 

그래도 오르다 힘이 들면 뒤돌아 보면 다시 힘이 솟는다.

설악산의 심장부가 더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바위틈에서도 튼실하게 자라고 있는 금강송.

흙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바위 틈새에서 이렇게 튼실한 삶을 살아낸 명품 소나무다.

 

 

바위 위에 위태롭게 얹혀있는 작은 바위.

밀면 떨어질것 같기도하고 흔들릴것 같기도 하다.

 

 

오르다 쉬다를 반복한 끝에 거의 정상부에 올라섰다.

아래에서 까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던 바위들이 이제 눈 아래에 있다.

그런데 정상부에 도착하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

궂은 날씨에 평일이라서 산객이 거의 없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젊은 친구들 두명이 올라온다.

덕분에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눈보라를 피할겸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열렸다.

믿어지지 않을 파아란 하늘이 나타났다.

마치 산신령의 도술이라도 보는듯 했다.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정상이다.

갑자기 열린 하늘이 예술이다.

풍경 사진은 하늘이 반은 완성시켜준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정상에서 본 동해쪽 조망이다.

 

 

울산바위의 유래는 3가지정도 되는 것 같다.

첫번째는 바위가 펼쳐진 모습이 울타리 같다고 해서 한자로 막힐 울(鬱)자를 써서 울산바위라고 했다는 설이다.

나름 그럴듯한 이름이다.

 

 

두번째는 태초에 조물주가 금강산을 만들면서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바위들을 불러 모았다.

그때 울산에 있던 울산바위도 금강산으로 가다가 설악산에 이르렀을때

금강산의 12000봉이 모두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여 지금의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조금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재미있는 설화다.

 

 

마지막 또하나의 유래는 바위를 통과하는 바람소리가 마치 우는 소리처럼 들려서 '우는 산'이라는 뜻의

'울산' 또는 천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또한 그럴싸하긴 하다.

 

 

울산바위는 2013년 3월 11일에 명승 제100호로 지정되었다. 

울타리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는 크게는 6개의 봉우리, 작게는 30여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름은 바위이지만 하나의 거대한 산인 셈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가장 큰 돌산이라고 한다.

 

 

울산바위 정상에는 풍화혈이 여럿 있다.

풍화혈은 수분이나 염분에 의해서 약한 바위부분이 패인 자연 현상이라고 한다.

 

 

설악산을 수도없이 다니면서 그동안 울산바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

뭐 설악산이라는 느낌으로 와닿지 않은것도 있지만 그냥 바위이려니 하는 생각때문이다.

그런데 오르고 나서야 바위가 아니라 실제는 하나의 산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울산바위 자체의 웅장함도 상상 이상이지만 정상에서 둘러보는 사방의 조망은 더욱 일품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하늘까지 멋있어서 더 멋진 조망을 선사했다.

 

 

마치 화분처럼 움푹한 바위 틈새에서 소나무들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다른 수종은 저기까지 올라갈 엄두도 못내겠지만 소나무는 씨에 날개가 있어서 가능했으리라.

의연한 삶을 살아가는 그 소나무들에게 한없는 존경을 표하며 하산길에 든다.

 

 

정상부의 빼어난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내려가는 아쉬움에 자꾸 뒤돌아보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계단을 반쯤 내려왔을 무렵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갑자기 다시 눈보라가 친다.

이런 행운도 없을듯 하다.

 

 

봄 여름 가을에는 줄지어 가고 오는 사람들로 가득할 길인데 썰렁하다.

그래서 겨울 숲은 외롭다.

그렇지 않아도 앙상한 가지만 남아서 쓸쓸한데 찾는 이마저 없으니....

 

 

그동안 울산바위는 그냥 관광객이나 가는 바위 쯤으로 생각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산행 난이도도 적당했고 무엇보다도 암봉 자체의 위용과 사방의 확트인 조망이 그 어느 산에서의 조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앞쪽으로는 대청봉을 비롯한 눈쌓인 설악의 줄기줄기를 두루 조망할 수 있었고

뒷쪽으로는 속초시내를 관통해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이 일품이었다.

역시 설악의 품에 있는 모든 것은 상상 그 이상이다.

 

 

*산행코스:소공원 주차장 ㅡ신흥사 ㅡ안양사 ㅡ내원사 ㅡ흔들바위 ㅡ전망대 ㅡ정상ㅡ원점회귀(사진 촬영 점심시간 포함5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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