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눈꽃 산행지 ㅡ선자령(1)

2024. 3. 12. 16:02오르다/기타산

▲선자령은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와 도암면 횡계리 삼정평 사이에 있는 고개다.

지금의 대관령길이 뚫리기 전에는

한양이나 영동으로 가기 위해서 넘어야 했던 애환이 서린 고개였다고 한다.

높이는 1157m.

1000m가 훌쩍 넘는 고개이지만 해발 840m의 대관령에서 오르기 때문에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다.

거리는 왕복 11km로 약간 난이도 있는 트레킹 수준이다.

그래서 사계절 트레킹하기 좋은 코스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겨울철 심설 눈꽃산행으로 유명한 곳이다.

▲젊은 날에는 눈이 오면 무작정 대관령으로 차를 달렸었다.

눈산행으로는 이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이 없기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관령에서는 능경봉, 제왕산, 선자령등 산행지 선택의 폭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선자령 반대방향의 능경봉은 약간의 급경사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선자령에 비해서 거리가 짧아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그러나 오늘은 선자령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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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눈발이 거세졌다.

정상적인 산행을 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될 정도의 눈발이다.

평일이라서 산행객도 많지 않은데 마침 옆에 주차를 한 젊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물어본다.

"눈이 많이 오는데 올라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상관없어요."

하긴 선자령에는 내가 더 많이 다녔을 텐데...

아무튼 덕분에 불안을 떨치고 산행준비를 했다.

산행 기점인 대관령 휴게소에서 큰길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섰다.

산은 온통 이미 쌓인 눈 위에 다시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다.

눈 오는 날의 산행.

낭만적인 산행이기는 하지만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기회가 온다고 해도 쉽사리 결행하기도 쉽지 않다.

▲오늘 우연찮게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사실 요즘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는데 아내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혼자 온 산행이다.

같이 다니다가 혼자 하는 산행이라 약간 망설여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북한산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북한산에는 비가 오고

선자령에는 눈이 온다고 해서 여기로 온 것이 환상적인 눈산행이 된 것이다.

▲아무튼 상고대 산행이야 매년 겨울이면 몇 번쯤하고 지나가지만

이렇게 완벽한 눈 산행은 쉽지 않다.

눈이 많이 오면 빙판길 때문에 이동이 쉽지 않고

제때 오지 않으면 녹고 바람에 날려서 순백의 눈이 아니기 일쑤기 때문이다.

▲평일이어서 산객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발자국을 남겼다.

대부분 눈 소식에 달려왔으리라.

▲설국으로 들어가는 기분.

갓 빻은 쌀가루가 쌓이듯 갓 쌓인 흰 눈의 소복함.

그 소담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산행 시작 후 800m 지점에 도착했다.

사람 키만큼의 높이로 쌓인 눈.

이정표가 그 쌓인 눈 속에 빼꼼히 머리만 내밀고 있다.

여기에서 소나무코스 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눈은 잠시 소강상태인 듯하다가 다시 거세졌다.

그사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산객들도 모두 눈에서 사라졌다.

사진 찍는 나만 남은 것이다.

일순간에 고요가 흘렀다.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듯한 고요.

눈 오는 날의 묘미는 이 고요지.

어렸을 때.

몇 살때였을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산속으로 땔나무 하러 간 아버님을 따라나섰던 기억.

어느 날 눈이 내렸었다.

아버님은 더 멀리 갈퀴나무를 하러 가시고

어린 나이에 혼자서 나무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눈 내리던 산속의 고요는 무서우리만큼 적막했었다.

오늘 그 고요를 맛보는 순간이다.

▲소나무코스 사거리.

초입에서 1.3km 지점이다.

환상적인 설경 감상에 더디기만 한 진행이다.

▲카메라에서 눈을 떼기도 쉽지 않고

그림 같은 풍경에서도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내가 동행하지 않아서 빠른 진행을 독촉할 사람도 없고

산객도 거의 없어서 사진 놀이를 하는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아서 좋았다.

▲설국이 있다면 이런 풍경일까나!

엄숙한 기분의 설경 속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순백의 풍경 속, 혼자 가는 모습도 아름답고

둘이 가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들처럼 나도 그냥 무념무상으로 길을 간다.

▲이제 전나무숲길에 들어섰다.

눈 내리는 전나무숲.

워낙 빽빽한 숲이라서 음산할 숲 속이 마치 형광등 불을 켜놓은 듯 환했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고요.

생애 처음 느껴보는 적막.

이렇게 환 한 적막이 또 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고요가 또 있을까?

그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서 하염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눈 내리는 전나무 숲.

어머님의 뱃속이 이렇게 고요하고 아늑했을까?

눈내리는 전나무 숲은 생애 처음 느껴보는 안온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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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순백의 선자령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2020년 산행기

 

겨울 산행지 선자령 등산코스 ,풍차가 있는 풍경

위치: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와 평창면,도암면 횡계리 삼정평 사이에 있는 고개 오랜만에 산행도 하고 미세먼지도 피할겸 대관령으로 향했다. 본의 아니게 피미족이 된 셈이다. 피미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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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24.03.07.선자령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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