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시골풍경(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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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그 아름다운 여정 8 ㅡ 농로와 수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물이 찰랑대며 흐르는 수로. 푸른 들녘을 시원하게 가르는 농로. 농로와 수로는 우리나라 들녘의 대동맥이다. 논농사를 짓기 위한 필수 현대화 시설인 것이다. 저런 현대화 된 관계시설이 없었던 옛날에는 물대는 것도 추수해서 볏짐 나르는 것도 전쟁과도 같았다. 지게로 벼 열단 이쪽저쪽을 집으로 날라야 했고 그러다 리어커라는게 보급되면서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다시 경운기가 들어서고 급기야 만능 트렉터가 모든걸 해치우는 시대가 열린것이다. 그러면서 덩달아 넓어지고 반듯해져야 했던것이 농로다. 수로의 변천사도 마찮가지다. 수량이 풍부한 수로가 없었던 시절. 아버님은 날이 밝기도 전에 논으로 나가셨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랑물을 막아 논에 대야 하기도 했지만 논에 가두어진 물도 지켜야..
2021.06.13 -
쌀밥, 그 아름다운 여정 7ㅡ물꼬
우리는 실생활에서 물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주로 어떤 일의 실마리를 푸는 경우를 물꼬를 튼다고 한다. 그러나 그 물꼬라는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물론 나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사실 '물꼬'라는 말은 논농사에서 나왔다. 논의 물을 대기도 하고 빼기도 하는 통로를 물꼬라고 한다. 물을 필요로하는 벼농사에서 물꼬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설이다. 특히나 비가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윗논의 물을 빼는 물꼬는 아랫논의 물을 대는 물꼬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물싸움도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한 마을, 이웃간에도 많은 다툼이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가는 들녘의 아침 풍경이다. 아침이슬 머금..
2021.06.04 -
쌀밥, 그 아름다운 여정 6 ㅡ들녘의 해넘이
으스름 들판. 사실 내가 사진을 취미로 찍으면서 많은 일몰 풍경을 보아왔지만 어렸을때 동네 어귀 들판에서 봤던 일몰 풍경보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지 못했다. 초등이나 중등학교때 기억일테지만 그때 들녁에서 맞는 으스름 저녁은 지금도 표현 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한 감정이었다. 물론 들판 저쪽으로 넘어가는 해질녘 풍경도 아름다웠겠지만 사실 어린 나의 감정은 어쩌면 다른데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해가 지면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는 사실. 그리고 아늑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둠이 깔리는 마을의 집집마다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해질녘 들판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은 정말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아무튼 어린 나이에 고된 일이 끝나고 비록 보리밥 일테이지만 따뜻한 밥과 아늑한 쉴곳이 있는 집으..
2021.05.26 -
쌀밥, 그 아름다운 여정 5 ㅡ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모내기가 이제 막 끝난 논 풍경이다. 황금색 가을 들녁도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풍경을 좋아한다. 특히 푸른 캔버스에 그림이 그려지듯 산 그림자가 내려앉은 이른 아침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다.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줄맞추어 늘어선 아기 모는 이제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 갈 것이다. 중간이나 논둑가에 무더기로 심겨진 모는 땜질용이다. 무슨 용어가 있었던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모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죽거나 혹시 심을때 빠진 곳에 때워 심는 것이다. 요즘은 기계로 심기때문에 그런 경우가 조금 덜 하겠지만 옛날에 손으로 심을때는 다른 사람 속도에 미쳐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빼먹기도 하고 너무 빠르게 심다보니 제대로 심겨지지 않은 모가 있었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한 웅큼씩 남겨 놓은 것이다. ㅡ2..
2021.05.24 -
쌀밥 그 아름다운 여정 4(모내기)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 하루쯤 먼저 못자리에서 모판을 옮겨놓은 풍경이다. 그렇게 해서 옮겨 심을 다른 땅심에 적응을 시키는 과정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풍경이다. 트랙터 혼자서 텅 빈 들을 요란 떨며 오간다. 옛날 같으면 수십명이 못줄을 팅겨가며 하루 종일 심어야 할 면적을 털털거리는 트렉터 한대가 후딱 해치운다. 내가 어렸을때만 해도 왁짜지껄 농요를 부르면서 한바탕 놀이처럼 했었는데 불과 50여년만에 세상이 이렇게 바뀔 줄 누가 알았으랴. 논둑 양옆에서 못줄을 띄우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늘어선 모내기꾼들이 부지런히 모를 심었다. 그러다가 늦게 심어 미쳐 일어서지 못한 사람은 못줄에 코를 팅기기도 했다. 아무튼 모내기는 축제와도 같았다. 그래서 보릿고개 무렵인데도 모내기하는 못밥은 항상 쌀밥으로 내..
2021.05.23 -
쌀밥 그 아름다운 여정 3(못자리)
못자리. 무논 한켠에는 모내기 할때 쓸 못자리가 있다. 일종의 모종인 셈이다. 옛날 손으로 모내기를 할때는 제법 크게 키웠는데 요즘은 기계로 모심기를 하기때문에 아주 여리다. 그 못자리 논은 다른 무논 보다 훨씬 고운 흙이 필요하다. 어릴때 기억으로는 아버님께서 못자리 흙은 황토 흙을 가는 구멍의 채로 걸러서 볍씨 위에 뿌렸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화가 되면서 대부분 영농단체에서 공동으로 못자리를 하는 모양이다. ㅡ2021.05.20 ㅡ
2021.05.22